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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과’] SWOT 분석, 처절하고 슬픈 액션 VS 뭉클한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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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과’에서 이혜영은 40년간 전설적인 킬러로 살아온 조각을 연기했다. 아픈 과거를 숨기고 악랄한 인간들을 처단한 인물이다. 사진제공=NEW 

“이혜영과 마동석의 액션이 같은 날 개봉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영화 ‘파과’를 연출한 민규동 감독은 작품을 처음 공개하는 시사회에서 웃으며 이렇게 말했지만 하필 같은 날 3편의 영화가 맞붙는 상황은 그리 달갑지 않다. 단, 흔하지 않은 길과 익숙하지 않은 방향을 찾는 영화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반드시 살아남는다. ‘파과'(제작 수필름)가 들어선 길이다. 

영화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년간 활동한 전설의 킬러 조각(이혜영)의 이야기다. 20년간 그를 쫓는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도 있다. 지킬 것을 만들지 말아야 했던 조각 앞에 닥친 위기, 그 모습을 지켜보며서 더 큰 위기를 만드는 투우의 강렬한 대결이 ‘파과’에 담겼다.

단순히 60대 여성 킬러의 액션이라고 설명할 수 없는, 입체적이고 묵직한 서사를 지닌 영화가 30일 관객을 찾아온다. 지난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주목받은 작품이자,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인 영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과 ‘내 아내의 모든 것’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와 ‘허스토리’의 민규동 감독이 7년 만에 내놓는 새 연출작이기도 하다. ‘파과’를 강점과 약점, 위기와 기회의 SWOT 분석으로 살폈다.

● 강점 (Strength)… 처절하고 슬픈 액션  

영화는 1975년 조각의 과거에서 시작한다. 젊은 시절의 이름은 손톱(신시아). 한 겨울 추위에 떨면서 거리를 헤매는 그는 우연히 류(김무열)와 만나고, 신성 방역이라는 회사에 몸담으면서 세상이 무서워하는 킬러가 된다. 40년 동안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악랄한 인간들을 처리하면서 전설의 킬러로 불린 그는 이제 60대가 됐다.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주변에선 그를 퇴물 취급한다. 영화의 제목인 ‘파과’는 흡집이 난 과일을 뜻한다. 조각의 현재를 은유적으로 상징하는 단어다.

액션과 묵직한 드라마의 조화는 ‘파과’가 품은 최대 강점이다. 조각은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지만 노련한 실력만큼은 녹슬지 않았다. 조각이 수행하는 임무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갈등이 증폭된 조각과 투우의 대결은 처절한 액션으로 표현된다. 현란하고 화려한 볼거리가 아닌, 삶의 처절함이 녹아든 ‘슬픈 액션’에 방점을 찍는다.

특히 조각과 투우의 마지막 대결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 이혜영과 김성철도 그 대결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부었다. 촬영을 마친 직후 두 배우와 감독은 한자리에 앉아 그대로 눈물을 쏟았다. 김성철의 표현에 따르면 “오열”이었고, 뜨거운 감정으로 함께 부둥켜안았다고도 했다. 시사회 직후 이혜영의 액션 분투를 두고 할리우드 액션 시리즈 ‘테이큰’의 니암 리슨이 떠오른다는 반응도 있다. 손에 잡히는 비녀와 칼, 삽 등을 무기 삼는 조각의 노련하고 지능적인 액션은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는 신선함을 안긴다. 

조각을 추격하는 젊은 킬러 투우 역의 김성철. 영화 후반부 그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사진제공=NEW 

● 약점 (Weakness)… 기다려야 시작하는 진짜 이야기 

조각은 자신을 구해준 수의사 강선생(연우진)과 그의 딸을 지켜야 한다는 새로운 마음을 품기 시작하면서 비극을 자초한다. 그 옛날, 스승 류는 조각에게 ‘지켜야 할 것들을 만들지 말라’고 요구했고 조각도 이를 따르며 살았다. 지켜야 할 게 생긴 조각의 마음을 눈치챈 투우는 폭주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왜 그런지, 이들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지 알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 

‘파과’는 속도감을 내세운 기존 액션 영화들과 다르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이야기의 퍼즐이 어느 정도 맞춰져야 작품의 진면목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기다려야 하는 영화. 킬러들의 대결을 다룬 현란한 장르물을 생각하고 극장에 갔다면 잠깐 어리둥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다리고 만나는 반전이 더 짜릿한 법이다. 그 진가를 ‘파과’가 증명한다.

나이든 킬러를 바라보는 시선도 통념에서 벗어난다. 악랄한 인간들을 잔혹하게 처단하며 살았던 조각은 세상의 시선과 달리 여전히 범접할 수 없는 단단함을 지녔다. 그 안에 보이지 않았던 연민의 감정도 자리하고 있다. 이를 표현한 이혜영은 “남들이 전설이라고 평가하는 말들에서 힘을 느꼈다”며 “늙었다는 표현은 조각에게 그저 말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각은 통념을 깬 인물이다. (늙음의 나이를 떠나) 한 인간으로 조각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킬러 조각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 신시아. 사진제공=NEW 

● 기회 (Opportunity)… 균형과 배우들의 활약 

‘파과’는 이미 소설로 팬층을 형성한 원작이 있는 작품이지만 비교는 무의미하다. 영화 문법에 맞춰 인물들의 관계를 축소하거나 서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영리한’ 각색의 과정을 거쳤다. 설정에 공백을 두면서 관객의 상상력과 해석의 욕구를 자극하는 시도가 돋보인다. 단, 과거와 현재의 반복되는 교차 편집으로 인해 집중력을 잃을 경우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

사실 ‘파과’는 영화로 제작하는 시도 그 자체가 도전이었다. 킬러들의 이야기는 드물지 않게 나오지만, 60대 여성 킬러의 이야기를 그리는 한국영화는 찾기 어렵다. 과연 그 역할을 누가 맡을지 감독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었다. 이혜영이 없었다면 탄생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영화 ‘앵커’와 ‘당신 얼굴 앞에서’를 비롯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시리즈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인 이혜영이 있어 가능했다.

민규동 감독은 “한때 전설적이었지만 퇴물로 취급 받는 조각이 여전히 살아 숨쉬고 전설적인 모습이라는 설정을 구현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며 “30대 젊은 남자와 부딪혀도 오랜 경험으로 쌓은 자신의 무술 실력과 공간을 이용하고 지혜를 발휘하는 방식으로 승부하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각과 투우의 대결, 이들의 액션을 통해 이들이 과연 어떤 인물인지 보이고자 했던 균형 잡힌 시도는 빛을 발한다. 감독은 “두 사람이 거울을 보는 느낌으로 연출하려 했다”며 “비슷한 종류의 강박에서 서로를 확인하고 결국 같은 사람이라고,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사이로 보이길 바랐다”고도 했다. 

실제 ‘파과’는 액션을 먼저 내세우지만 사실 비극에 더 큰 비극을 겪은 조각의 40년 인생과 그에게 품은 집착과 애증으로 자신의 삶을 내던진 투우의 짙은 인연에 집중한다. 잔상이 짙다. 시사회 직후 영화가 다 끝났는데도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혜영(왼쪽)과 김성철은 마지막 액션 장면을 촬영하고 서로 안고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사진제공=NEW 

● 위기(Threat)… 때아닌 ’30일 대전’ 

‘파과’가 개봉하는 날, 마동석이 주연한 오컬트 액션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와 마블 스튜디오의 새로운 히어로 시리즈 ‘썬더볼츠*’도 나란히 관객을 찾는다. 200만 관객을 향하고 있는 유해진과 강하늘 박해준의 ‘야당’도 있다. 아무리 5월2일에 시작해 5월6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있다고 해도, 영화가 많다. 쟁쟁한 영화들이 한꺼번에 집중되면서 경쟁은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당장 상영관 확보가 관건이다. 시사회를 통한 작품에 대한 평가나 예매율을 반영해 상영관을 정한다고 하지만 이미 ‘범죄도시’ 시리즈로 흥행 배우가 된 마동석의 신작이란 점에서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와 마블의 후광효과에 힘입은 ‘썬더볼츠*’에 스크린이 편중될 가능성이 크다. ‘파과’로서는 개봉 당일부터 입소문이 빠르게 확산해야 연휴 동안 극장에서 관객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

개봉을 하루 앞둔 29일 낮 1시 기준 예매율 순위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썬더볼츠*’ ‘파과’ 순이다. 다만 예매관객 수치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결국 3편 모두 작품을 공개한 뒤 관객이 내리는 ‘진짜 평가’에 따라 성적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분에서 ‘파과’는 좀 더 유리한 입장에 있다.

영화에서는 대립하지만 현실에서는 누구보다 가까운 동료 사이다. ‘파과’ 시사회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성철과 이혜영 연우진(왼쪽부터). 정유진 기자 noir1979@maxmovie.com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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