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북미 극장가에서 유례없는 집단 반응과 열광적인 관람 문화로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잭 블랙과 제이슨 모모아가 주연한 이 작품은, 2009년 출시돼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게임 중 하나인 ‘마인크래프트’를 원작으로 한다.
누적 판매량 3억장을 돌파하며 역대 최다 판매 게임으로 기록된 마인크래프트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4일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개봉한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15일까지 전 세계에서 5억6513만달러(8029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는 중국 애니메이션 ‘너자2’에 이어 올해 전 세계 박스오피스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한국 개봉일도 나흘 앞당겨 오는 26일로 변경됐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등 외신은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역대 게임 원작 영화 흥행 1위인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가 올린 13억6085만달러(1조9336억)를 제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열풍의 중심에는 게임 속 희귀 캐릭터인 ‘치킨 조키’가 있다. 닭 위에 올라탄 아기 좀비가 영화 속 전투 장면에서 등장하자, 잭 블랙이 연기한 스티브가 “치킨 조키!”라고 외치며 환호를 이끈다. 이 대사는 SNS에서 밈(meme)으로 확산되며 유행했고, 상영관 관객들은 해당 장면에서 팝콘과 음료를 던지며 함성을 지르고, 플래시를 흔들며 춤을 추는 등 콘서트장에 가까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 작품의 연출자인 재러드 헤스 감독은 “잭 블랙이 이 대사를 너무 열정적으로 외친다. 그의 말은 뭐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인 것처럼 무게감 있고 진지하게 들리는데, 관객들이 그 과장된 광기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서는 “정말 끝내주는 경험”이라며 새로운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정신 나가게 웃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극장에서는 관객들이 폭죽을 터뜨리는 등 과도한 행동을 보여 논란이 일었다. 이에 따라 일부 극장은 “소리 지르기, 박수, 고성방가 등 반사회적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경고문을 게시했고, 미성년자의 단독 입장을 제한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잭 블랙은 한 상영회에 깜짝 등장해 “팝콘 던지지 마세요! 치킨 조키는 안 됩니다!”라고 유쾌하게 외치며 분위기를 띄웠고, 또 다른 화제를 모았다.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제시하는 영화관의 미래?
영화를 둘러싼 이같은 현상에 대해 “유쾌하다”는 반응과 함께 “민폐 행위”라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침체했던 극장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호응도 나오고 있다. 재러드 헤스 감독은 “사람들이 다시 극장을 찾고, 함께 무언가를 본다는 즐거움을 되찾았다는 사실이 기쁘다”면서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각자의 기기(디바이스)에 갇혀 지냈다. 이렇게 함께 무언가를 경험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라고 밝혔다.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 극장은 이러한 분위기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에 빠졌다. 이들의 열정을 반기며 수용하는 곳이 있는가하면, 기존 극장 매너 수칙을 엄격히 적용하려는 곳도 있다. 미국영화전문매체 벌처는 이 현상을 “단순한 소란으로 치부하기보다, 새로운 세대가 만들어가는 집단적 열광과 참여 문화를 제도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이런 흐름을 잘 활용한다면, 영화 역사상 가장 오래 극장에서 상영된 관객 참여형 상영 문화의 상징이 된 ‘록키 호러 픽처 쇼’의 뒤를 이을 수도 있다”면서 “물론 이런 열기는 어느 정도의 제약과 관리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영화는 모든 것이 네모난 블록으로 구성된 게임 세계 ‘오버월드’에 우연히 빨려 들어간 개럿(제이슨 모모아)과 나탈리(엠마 마이어스) 등이 그곳을 자유롭게 누비고 있던 스티브(잭 블랙)를 만나며 펼쳐지는 모험을 그린다. 이들은 지하 세계를 지배하는 마법사 말고샤의 침공으로 위기에 처한 오버월드를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치게 된다. 게임 속의 치킨 조키를 비롯해 크리퍼, 스켈레톤, 좀비 등이 영화 곳곳에 등장해 원작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볼거리를 더한다는 평가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