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본사를 둔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 데일리 패스트의 일본 센터에 새로운 센터장으로 후나도 엘라노(미츠시마 히카리)가 부임한다. 연중 가장 바쁘다는 블랙프라이데이 전날에 도착한만큼 각오가 단단하다. 거대한 센터에 800여명의 파견 직원도 선발됐다. 후나도는 2년차 팀 매니저 나시모토 코우(오카다 마사키)에게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빠르게 적응해 간다.
버거운 업무가 기다리고 있건만, 사건이 터지고야 만다. 일주일간 진행되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의 전날 밤, 한 고객이 택배를 받고 폭발 사고로 화염에 휩싸여 사망하는 일이 벌어진다. 택배는 출시한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상품 데일리 폰. 후나도와 나시모토는 불량품을 의심하면서 센터의 모든 데일리 폰을 검사하지만,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다. 하지만 첫 번째 폭발을 시작으로 데일리 폰이 아닌 다른 물품을 담은 택배들도 폭발하고, 연쇄 폭발물 테러를 조사하는 경찰과 센터, 본사, 태배 기사들은 배송을 중단해야 할지 혼란을 느낀다.
‘라스트 마일’은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침투된 택배 서비스가 품고 있는 양면성을 다룬다. 만약 집 앞과 사무실에 도착한 택배를 설레는 마음으로 열었는데, 폭발한다면 어떨까. 본래의 목적이 사라진 무분별한 공포와 두려움이 시작되는 발화점이 될지도 모른다.
드라마 ‘중쇄를 찍자!’와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언내추럴’ ‘MIU404’ 등을 집필한 일본의 각본가 노기 아키코는 전작들에서처럼 이번 영화에서도 사회적인 문제에서 발현된 흔적을 추적하는 방식을 택했다. 각각의 이해관계로 얽힌 인간 군상을 엮는 것도 작가의 특기다. 컨베이어 벨트처럼 매끄럽게 작동시키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작업처럼 하나씩 들여다보는 노기 아키코의 집요한 시선은 ‘라스트 마일’에서도 잘 드러난다.
웹사이트에 오른 데일리 패스트의 블랙프라이데이 광고 영상을 확인한 후라노는 이상함을 느낀다. 본사 영상처럼 보이지만, 교묘하게 바뀐 회사 이름과 ‘당신이 원하는 것은 한 다스의 폭탄’이라는 글귀를 보고 12개의 폭발물이 택배에 숨겨진 사실을 알게 된다. 테러를 간파하지만 후라노는 몇 시간 뒤인 미국 시장이 개시되기 전까지 이를 숨기기로 한다. 택배는 절대 멈춰져서는 안 된다. 영화는 폭발로 인한 스펙터클보다 택배 발송을 두고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는 집단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위험하니 작동을 중단하고 수사에 협조하라는 형사 모리 타다하루(오오쿠라 코지)와 카리야 타카노리(사코 요시),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을 계산해 수사를 조금이라도 늦추려는 본부장 이가라시 도겐(딘 후지오카)와 센터측, 그 중간에서 전달자가 돼 난감한 집배센터의 국장 야기 류헤이(아베 사다오), 일흔이 넘었지만 일을 하는 아버지 사노 아키라(히노 쇼헤이)와 아들 사노 와타루(우노 쇼헤이) 등 택배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을 비춘다. 특히 업무 지시를 받는 위치에 놓인 노동자들은 자체적인 판단을 할 수 없어 더 어려움을 겪는다. 통신망처럼 연결된 택배 시스템은 폭발 사태를 계기로 문제점들을 하나둘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연결하면서 폭발 테러가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 아닌, 과거의 일들이 쌓여 만들어진 필연임을 이야기한다. 제목인 ‘라스트 마일’은 택배를 배송하는 마지막 구간을 뜻한다. 남은 폭발물을 찾는 사람들을 통해 기계처럼 멈추지 못하게 만든 시스템을 비춘다. 츠카하라 아유코 감독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택배 시스템이 멈춘다면 끔찍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택배 노동을 다루는 영화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츠카하라 아유코 감독은 ‘언내추럴’과 ‘MIU404’에 이어 노기 아키코와 다시 뭉쳤다. ‘라스트 마일’은 두 드라마에 출연한 등장인물들과 설정을 활용해 일종의 세계관 연결을 시도한다. 사체 부검 연구소의 이야기인 ‘언내추럴’의 이시하라 사토미와 이우라 아라타, 경시청 기동 수사대를 조명한 ‘MIU404’의 아야노 고와 호시노 겐 등이다. 사전 정보가 있으면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지만 몰라도 무방하다. 가수 오네즈 켄지가 드라마들에 이어 이번에도 OST를 맡았다.

감독: 츠카하라 아유코 / 각본 : 노기 아키코 / 출연 : 미츠시마 히카리, 오카다 마사키, 오오쿠라 코지, 사코 요시, 딘 후지오카, 아베 사다오, 히노 쇼헤이, 우노 쇼헤이 외 / 제작: TBS 스파클/ 배급 : 블루라벨픽쳐스 / 개봉일: 2025년3월26일 / 관람등급: 전 관람가/ 러닝타임: 128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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