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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 SWOT 분석…봉준호 봉준호 그리고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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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 촬영 현장 모습. 배우 로버트 패틴슨(오른쪽에서 첫번째)와 봉준호 감독이 대화는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봉준호 감독의 영화다. 그것도 ‘기생충’ 이후 처음 내놓는, 6년의 시간을 쏟아부은 새 영화다. 전 세계 관객이 기다린 ‘미키 17’이 28일 마침내 베일을 벗는다. 북미보다 한국에서 먼저다. 북미 개봉은 3월7일. 할리우드 자본으로 만든 미국 영화이지만 감독의 뿌리인 한국 관객에게 이야기를 처음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로 이뤄진 전 세계 최초 개봉이다. 

‘미키 17’은 2050년을 배경으로 우주의 얼음 행성 개척단에 들어가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는 소모품 미키가 겪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반복해 죽을 때마다 다시 ‘프린트'(일종의 복제) 돼 태어나는 미키의 운명은 17번째 미키가 죽은 줄 알고 18번째 미키가 프린트되면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는다. 근미래 우주를 배경으로 택해 SF의 외피를 썼지만 흡사 극한직업을 방불케 하는 현실 노동자과 이들을 억압하는 독재 권력의 대립을 전면에 배치하고, 이에 맞서 운명을 개척하는 미키 17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여는 희망까지 아우른다. 비극 대신 희망을 택한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미키 17’을 SWOT 분석으로 짚었다. 

● 강점 (Strength) … 봉준호라는 이름 

2019년 5월, 한국영화에서 누구도 꿈꾸지 않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그 해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처음 베일을 벗은 직후부터 수상 가능성이 점쳐질 때만 해도, 폐막식 직전 감독과 배우들이 영화제로부터 ‘폐막식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도 그 상이 황금종려상일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한국영화 100년사에 남을, 앞으로 쌓일 새로운 역사에 남을 기록은 이듬해에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더 큰 성과로 이어졌다. 미국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에 국제영화상까지 주요 4관왕을 싹쓸이하는 대이변이 벌어졌다. 

황금종려상 수상 직후부터 전 세계의 관심은 봉준호 감독의 ‘다음 연출작’에 쏠린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뒤로는 관심이 더 집중됐다.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영국 런던 배경의 영화를 만든다, 여러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그럴 때마다 전 세계 매체들은 관련한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시선이 집중됐을 때 감독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SF소설 ‘미키 7’을 영화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원작의 설정과 이야기를 줄이고 바꿔 ‘미키 17’이 탄생했다.

글로벌 자본이 투입된 ‘설국열차’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만든 ‘옥자’에서 이어지는 이번 ‘미키 17’은 SF 장르에 다시 도전한 감독의 야심과 뚝심이 교차하는 영화다. 남들과 다른 SF를 추구한 감독의 세계는 “발 냄새나는 SF영화”라는 그의 설명에서도 엿보인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고 인류가 진화해도 ‘인간은 여전히 찌질하다’는 생각으로 이번 영화에 임했다. 곧 다가올 미래지만 어쩌면 지금 우리 옆에 와 있는 현실을 보이려는 감독의 의도가 궁금증을 한껏 자극하고 있다. 

● 약점 (Weakness) … 봉준호와 할리우드의 만남 

‘미키 17’은 워너브라더스가 제작바 1억18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00억원을 투자해 만든 할리우드 영화다. 작품의 설계자이자 지휘자인 봉준호 감독을 제외하고 투입된 자본은 물론 키 스태프와 배우들까지 전부 할리우드 제작진으로 이뤄졌다. 아시아 감독들이 할리우드 영화를 만들고 눈부신 성과를 거두는 일은 빈번하지만, 봉 감독에게 할리우드와의 본격적인 호흡은 이번이 처음. ‘옥자’는 한국 배우들과 주요 제작진이 참여해 한국 배경의 이야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 합작 영화의 형식이었다.

관객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부분은 할리우드와 봉준호 감독의 만남이 만들어낼 시너지가 과연 관객의 기대치에 얼마나 충족할 수 있는지에 있다. ‘설국열차’와 ‘옥자’보다 순수 국내 자본과 제작으로 만든 한국영화 ‘기생충’과 ‘마더’ ‘괴물’ ‘살인의 추억’ 등 작품이 더 뜨겁게 사랑받고 호평받고 있기도 하다.

봉준호 감독은 예산 등 최상의 제작 조건을 토대로 창작의 에너지를 쏟았다고 했다. 당초 워너브라더스가 제시한 총 제작비가 1억2000만 달러인 상황에서 꼼꼼한 스토리보드를 작성해 계획대로 촬영을 진행해 그 예산 안에서 정확히 모든 촬영을 마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영화의 최종 편집권도 감독의 손에 있었다. ‘설국열차’ 이후부터 고집한 방식으로 ‘미키 17’도 예외일 수 없었다. 물론 돈을 댄 워너브라더스와 긴밀하게 의견을 조율하면서 최상의 수준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독재자 마셜을 연기한 배우 마크 러팔로. 영화 ‘어벤져스’부터 ‘스포트라이트’까지 주로 정의로운 역할을 소화한 그가 처음 악역에 도전했다.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 기회 (Opportunity) … 봉준호 감독의 특장점 여전 

‘미키 17’에는 지구 밖 얼음행성을 개척하는 독재자 마셜(마크 러팔로)과 그의 아내인 알파(토니 콜렛)이 있다. 야욕으로 가득찬 이들은 일종의 복제 인간인 소모품들이 죽으면 다시 만들기를 반복하면서 행성 개척에 열을 올린다. 인간을 그저 도구로 여기는, 인간애를 상실한 마셜을 통해 영화는 근미래에 더욱 도착된 계급의 차이와 갈등을 보여준다. 

덕분에 영화를 현실과 빗대는 분석과 평가가 전 세계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런던 및 파리 프리미어를 통해 작품이 공개된 직후 극 중 마셜의 모습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흥미롭게도 국내서는 시사회 직후 마셜과 알파 부부가 탄핵 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떠오르게 한다는 시선이 집중됐다. 지역과 무관하게 ‘미키 17’은 현실을 담아낸 풍자와 비판의 영화로 해석되는 셈이다. ‘기생충’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감독의 강력한 경쟁력이기도 하다.  

또한 영화에는 부모와 자녀 세대의 극단적인 분리를 보여주는 설정도 있다. 미키 17로 대변되는 젊은 층과 마셜 부부가 상징하는 기성 시대의 대립과 갈등이다. 세대간 대립 역시 전 세계적으로 팽배한 정서라는 점에서 이번 영화는 장르의 특색이 분명하면서도 그 이면에 담은 메시지도 뚜렷한 작품으로 의미를 갖는다.

마크 러팔로의 탁월한 연기를 볼 수 있는 것도 관객에겐 소중한 기회다. 그동안 마블 히어로 시리즈 ‘어벤져스’ 혹은 ‘스포트라이트’와 ‘다크 워터스’ 등 영화에서 정의감 넘치는 인물로 활약한 마크 러팔로는 봉 감독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다. 잔혹한 독재자의 얼굴이다. 처음 감독으로부터 캐스팅 제안을 받고 깜짝 놀라 “봉, 와이 미?”라는 질문을 반복했다는 마크 러팔로는 일단 출연을 결정하고 영화에 완전히 몰두했다. 왜 그가 전 세계 감독이 함께 하고 싶은 배우로 꼽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한다. 

● 위기(Threat) … 높아질 대로 높아진 ‘봉준호 기대감’ 

위기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미키 17’은 온전히 봉준호 감독에서 봉준호 감독으로 이어지는 기대감이 집중된 영화. ‘기생충’에 눈높이에 맞춰진 전 세계 관객들은 그 이상의 완성도와 재미를 원하고 있다. 관건은 높아질 대로 높아진 기대감을 얼마나 충족시키느냐에 있다.

게다가 ‘미키 17’의 승부처는 한국만이 아니다. 3월7일 북미 개봉 이후 성적표를 본격적으로 받게 된다. 제작 규모로 따지면 할리우드의 중급 블록버스터로 나뉘는 이번 영화의 첫 번째 관문은 제작비 회수. 일단 북미와 유럽에서 이미 작품을 공개한 만큼 영화 관련 매체들의 평가는 이미 나왔다. ‘기생충’ 때처럼 만장일치에 가까운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지만 사회의 계급과 갈등을 풍자하면서 비판하는 감독의 시선이 반갑다는 의견도 대부분이다. 물론 한편으론 산만한 전개에 아쉬움을 표하는 반응도 있다. 이제 평가는 관객의 몫으로 남았다. 한국 관객에게 가장 먼저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봉준호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맥스무비와의 인터뷰에서 6년 만에 새 영화를 공개하는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극 중 미키가 여러 번 죽어도 죽을 때마다 무섭고 싫다고 말하는데 나도 그렇다”며 “개봉할 때마다 매번 무섭고 두렵고 걱정되고 그러면서도 신나고 마음이 복합적”이라고 했다. 기대를 품고 ‘미키 17’을 기다리는 관객들 만큼이나 봉준호 감독도 지금 떨리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성적표를 기다라고 있다. 

‘미키 17’ 촬영 현장 모습.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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