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영화 ‘브루탈리스느’는 작품성과 함께 긴 러닝타임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브루탈리스트’의 러닝타임은 215분으로, 무려 3시간35분에 달한다. 앞서 ‘어벤져스: 엔드게임'(181분) ‘아바타: 물의 길'(192분) ‘오펜하이머'(180분) 등 극장 개봉작 가운데 3시간이 넘는 영화들도 있었으나 ‘브루탈리스트’는 이보다 더 길다. 다만 ‘브루탈리스트’의 차별점은 영화 시작 100분이 지날 무렵 연극 또는 뮤지컬 공연처럼 막과 막 사이에 쉬는 시간인 15분간의 인터미션이 포함돼있다. 이때 영화 상영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결혼식 장면을 담은 사진 등이 스크린을 채우면서 인터미션이 영화 상영의 일부로 삽입돼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브루탈리스트’의 인터미션은 연출자인 브래디 코베 감독의 의도로서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염두에 두고 작품을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루탈리스트’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이후 미국으로 건너온 헝가리 출신의 비범한 건축가 라즐로의 건축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인터미션을 기점으로 전반부는 새로운 희망을 품고 미국에서 정착하려 하는 라즐로(애드리언 브로디)의 이야기를, 후반부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으나 실패하고 이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라즐로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서막-1막-인터미션-2막-에필로그’로 구성돼 1막과 2막은 완전히 결이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며 인터미션을 사이에 두고 독립된 2개의 작품을 붙여놓은 것 같은 효과를 준다.
● 1980년대부터 사라진 인터미션 부활한 이유
할리우드에서는 ‘브루탈리스트’의 인터미션 삽입에 주목한다. 인디와이어 콜라이더 등 미국 영화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할리우드 영화에서 인터미션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벤허'(1959)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 ‘사운드 오브 뮤직'(1965)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등 1950~60년대 영화에서 활발하게 쓰이다가 1982년 ‘간디’ 이후로 거의 사라졌다. 2000년 이후 인터미션이 포함된 영화는 2005년 피터 잭슨의 ‘킹콩’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8’ 등 소수다.
1980년대 이후 거의 사라진 인터미션이 다시 부활한 데에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의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OTT 콘텐츠와 다른 영화적 경험을 선사하면서 길어야 한 시간 남짓인 OTT 콘텐츠에 익숙해져 긴 호흡의 콘텐츠에 집중하기 어려워하는 젊은 관객의 관람 및 시청 습관 변화가 인터미션의 부활을 이끈 것 같다는 분석이다. 코베 감독은 인디와이어와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3시간30분 동안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들어서 그게(인터미션)이 필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브루탈리스트’는 지난 달 열린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3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브루탈리스트’가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 불릴 만큼 아카데미상에도 영향력을 미치는 골든글로브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수상하며 오스카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떠올랐다. 다음 달 2일 열리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등 10개 부문의 후보로 지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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