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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폴’ 타셈 싱 감독 “한국은 다른 행성 넘는 ‘다른 유니버스'”

맥스무비 조회수  

6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더 폴: 디렉터스 컷’ 기자 간담회에서 타셈 싱 감독은 “지금까지 ‘더 폴’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제공=영화사 오드  

인도 출신의 타셈 싱 감독의 2006년 영화 ‘더 폴’이 4K 리마스터링을 거쳐 감독판 ‘더 폴: 디렉터스 컷’으로 지난해 12월25일 재개봉해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다. 숨어 있던 명작을 발견한 관객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실 ‘더 폴’은 세상에 공개돼 관객과 만나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6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초청됐지만 공식 상영 전 미국의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먼저 보고 싶다’는 요청을 거절하며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 영화제 상영에서 하비 와인스타인은 공개적으로 영화에 불만을 토로하며 15분만에 극장에서 나갔고,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배급 제안을 한 건도 받지 못했다. 하이 와인스타인은 당시만 해도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굴지의 제작자였다.  

개봉을 위해 자비로 예산을 모은 타셈 싱 감독의 노력으로 토론토 국제영화제 초청 2년 만인 2008년 ‘더 폴’은 개봉한다. 국내서도 같은해 12월8일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라는 제목으로 관객과 만났다. 당시 전국 10개관이라는 적은 상영관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이 퍼지며 2만8000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작품의 가치를 알아 본 관객들은 16년 만에 재개봉한 영화를 보기 위해 다시 극장을 찾고 있다. 이번에는 10만명을 동원했다.

타셈 싱 감독은 이 같은 한국 관객의 관심에 보답하고자 처음 내한했다. 6일 오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내한 기자 간담회에서 감독은 “처음 영화를 공개했을 때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다”며 “비평가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면 다른 결과가 있었을 수도 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영화는 아니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한국에서의 흥행에 감사한 마음을 밝히고 4K 리마스터링 디렉터스 버전을 다시 내놓은 이유도 설명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왜 ‘더 폴’을 다시 만들지 않냐, 왜 다시 공개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개인적으로 SNS를 하지 않아서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타셈 싱 감독은 “작년에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만난 관객이 또 같은 질문을 하길래 ‘어디 계셨어요?’라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저는 10살이었다’고 대답하더라. 전혀 다른 세대가 이 영화를 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후에 어떤 식으로든 투자해 리마스터링 버전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1997년 제49회 미국 감독 조합상에서 광고부문 감독상을 수상했을 만큼 유명한 광고 감독 출신인 타셈 싱 감독은 2000년 제니퍼 로페즈, 빈스 본, 빈센트 도노프리오가 주연한 ‘더 셀’을 통해 영화 연출을 시작했다. ‘더 폴’은 1981년 자코 헤스티아 감독의 불가리아 영화 ‘요호호’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과거에 타셈 싱 감독은 ‘요호호’를 인상 깊게 감상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판권을 구입해 영화를 다시 제작하게 됐다. 

로이가 들려주는 다섯명의 무법자 이야기를 듣는 알렉산드리아(왼쪽)의 모습. 사진제공=영화사 오드 

● “히말라야 기숙학교의 경험…비주얼 스토리텔링의 중요성”

‘더 폴: 디렉터스 컷’은 192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무성영화의 스턴트맨으로 참여하던 로이(리 페이스)가 추락 사고로 척추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가, 우연히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와 친구가 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병상에서 움직이지 못해 무료한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오디어스라는 악당에게 복수하기 위해 뭉친 다섯 무법자의 여정을 들려준다. 

사실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이유는 따로 있다. 추락 사고로 인해 사랑하던 여자친구와 헤어졌고, 꿈꾸던 배우마저 이룰 수 없게 돼 삶의 의욕을 잃었다. 영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로이와 알렉산드리아가 머무는 병원의 현실과 로이가 들려주는 다섯 무법자의 여정을 구분 없이 그린다. 타셈 싱 감독은 이날 간담회에서 영화의 제작 과정에 대해 세밀하게 설명했다. 

▲ 4K 리마스터링으로 영화를 다시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2006년에 완성한 버전이 4K였다. 당시만 해도 상영관에서는 해당 포맷의 상영이 어려웠다. ‘오래 오래 갈 영화’라고 생각해서 최신 기술로 만들고 싶었다. 비주얼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 히말라야에 있는 기숙학교에 다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된 방송이나 영화를 많이 봤다. 그런 연유로 비주얼 스토리텔링이 저에게는 중요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서 리마스터링을 하려고 보니 당시에 만들었던 4K 버전을 찾기가 어려웠다. 오리지널 촬영본을 가지고 4K 리마스터링 디렉터스 컷을 완성했다.”

▲ 새로운 버전과 기존 영화의 차이가 있나. 

“토론토 영화제에서 영화를 처음 공개했을 때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 때 비평가들이 지적했던 장면들을 자르고 편집하라는 지적이 있어서 두 장면을 편집했다. 그 중에 하나는 절대 빼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스태프가 ‘이 장면은 빼면 안 됩니다. 정말 중요한 캐릭터 장면이에요’라고 말렸지만 듣지 않고 편집을 했다. 이번에 다시 리마스터링 작업을 하면서 그 때 삭제한 장면을 넣었다. 이 영화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자 우화라는 것을 부각하고 싶었다.”

▲ 제작자로 데이비드 핀처,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참여했는데 어떤 역할을 했나.  

“두 사람은 나의 오랜 친구다. 당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어떻게든 나에게 투자자를 구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더 폴’은 돈을 구하기 불가능한 작품이기도 했다. 제대로 된 시나리오도 가이드도 없었다. 프로듀서들이 ‘시나리오가 있나요?’라고 물으면 나는 ‘알렉산드라 역의 아역 배우를 찾게 되면 그 아이가 이야기를 만들 겁니다’라고 말했다. ‘몇 개국에서 촬영할 계획’인지 물으면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핀처 덕분에 투자자 미팅을 하기도 했지만, 모두 거절 당했다. 7~8년 정도 아역 배우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루마니아에서 우연히 카틴카 언타루를 발견하자마자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했다.”

“한때 데이비드 핀처가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광고일을 하는 감독들은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자신이 그 ‘유일한 멍청이’라고 말이다. 토론토 영화제에서 비평가들이 공격을 할 때에 그 두 감독의 이름은 영화의 크레디트에 없었지만 이후 두 감독이 금전적인 보상 없이 이름을 사용하게 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해 줬다. 영화 작업 자체에 도움을 준 것은 아니지만 고맙다.”  

‘더 폴: 디렉터스 컷’에서 주인공 로이(리 페이스)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무법자(리 페이스)의 모습. 사진제공=영화사오드 

현실의 차분한 색감과 구도와 달리 로이가 들려주는 허구의 세계는 초현실주의적이고 환상적이다. 타셈 싱 감독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식물원, 인도 왕의 무덤인 아그라 시칸드라, 터키 이스탄불 아야 소피아 성당 등 특별한 장소가 지닌 고유한 분위기를 극대화해서 감각적으로 담는다. 영화는 뛰어난 영상미로 먼저 눈길을 사로잡고, 다음에는 가슴을 울리는 두 주인공의 관계로 각인된다. 

▲ ‘더 폴’은 강렬한 색감과 구도, 의상까지 유독 비주얼을 강조한다. 팬들은 ‘스타일리시한 감독’이라고도 평하기도 한다.  

“비주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당시 촬영하면서 편집자와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려면 로이와 알렉산드리아가 병원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만 찍어야 한다고. 그런데 그때 나는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가지고 있던 것들을 전부 팔아버린 상태라 돌아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여러 곳을 다니면서)판타지의 장면들까지 전부 찍었다. 나는 극단적인 편인 것 같다. 비주얼의 끝으로 가거나, 두명의 인물에게만 집중하거나 선택해야 했다.”

영화에서 로이가 풀어내는 이야기에는 폭파 전문가 루이지(로빈 스미스), 인도인 전사(지투 버마), 영국인 생물학자 찰스 다윈(레오 빌), 노예 출신의 오타 벵가(마커스 웨슬리), 챙 달린 검은 모자와 큰 가죽 바지를 입은 무법자(리 페이스)가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현실의 인물들과 연관돼 있다. 그 중에서도 무법자는 로이가 상상한 분열된 자아다. 알렉산드리아와 유대 관계를 쌓으면서 로이의 꺼져가던 생명의 불씨는 되살아난다.  

▲ 로이가 알렉산드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판타지이지만 컴퓨터그래픽(CG)을 일절 쓰지 않았다. 

“아무리 훌륭한 특수 효과를 쓰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구식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파솔리니, 큐브릭 감독들의 영화들은 50년 뒤에 봐도 동시대적인 영화로 보인다. 그 이유는 이런 감독들이 동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로케이션들은 모두 마법 같은 공간이었다. 만약 CG를 사용한다면 이미 모자를 썼는데 그 위에 다시 모자를 쓴 느낌일 것 같았다.”

▲ 극 중에서 로이와 알렉산드라는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본래 해피엔딩이 아닌 이야기의 결말도 둘의 유대감 덕분에 뒤바뀌게 된다. 

“기숙 학교를 다닐 때 아난이라는 선생님이 있었다. 극 중 로이가 하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이야기를 하곤 했다. 수업 시간에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 주에 들려줄게’ 하고는 끝냈다. 우리가 이야기를 잘 따라가고 있는지 신체반응을 보고 조절하기도 했다. 그런데 다음 주가 되면 선생님은 늘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묻더라. 우리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다 꾸며서 하는 거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더 폴’의 경우도 비슷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이 영화의 아이디어는 나의 과거로부터 온 것이었다.”

오디어스라는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뭉친 무법자들. 사진제공=영화사오드 

▲ 로이는 스턴트맨이지만 추락해 허리가 부러져 삶의 의욕을 잃는다. 영화의 제목인 ‘더 폴'(추락)처럼 인생에서 어려웠던 순간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저도 안 좋은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그게 지금처럼 고집이 센 성격이 된 데 영향을 준 것 같다. 16살 때 친구와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가 나서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었다. 12살 때부터 무신론자였지만 그때는 기도를 했다. 이탈리아에서 영화 작업을 할 때에도 대리석 계단에서 넘어져 움직일 수가 없었는데, 작업을 같이 한 친구가 종이를 들고와서 (시나리오를)제대로 써보라고 했다. 그래서 ‘더 폴’이 완성됐다.”

“만약 그런 사고가 없었다면 계속해서 미뤘을 것 같다. 사실 교통사고보다 당시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진 일이 나에게는 더 큰 고통이었다.(극에서 로이는 사고로 인해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영화의 악당을 바꿨다.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에게 간다면 상심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악당인 오디어스의 캐릭터에 반영했다.”

▲ 2008년 한국 개봉 때보다 이번 재개봉에서 5배나 많은 관객을 모으고 있다. 재개봉 영화가 10만명을 동원하는 건 이례적이다.

“마치 ‘더 폴’이 부활한 것 같다. 영화를 다시 보니 그때 저는 어렸고 야심 찼다. 아마도 그때처럼 다시 영화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다. 특별히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드는 스타일은 아니다. 전혀 반대의 접근법을 사용하는 것 같다. 말 앞에 수레를 세우는 스타일이다. 만약 내 흥미를 끄는 소재나 주제가 있다면 한국에서도 만들고 싶다. 나라마다 전혀 다른 문화가 있는 걸 보면 마치 다른 행성 사람들 같다. 한국은 다른 행성 정도가 아닌 다른 유니버스 같은 느낌이다.”

16년 만에 재개봉해 10만명을 동원한 ‘더 폴’의 타셈 싱 감독은 “마치 ‘더 폴’이 부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영화사오드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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