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데미 무어와 마거릿 퀄리가 만난 영화 ‘서브스턴스’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13일 개봉해 24일 누적관객 12만명을 넘어섰다. 상업영화들에 비해 상영관이 적은 독립·예술영화로 개봉해 23일 현재 300여개의 스크린에서 450여회 상영하고 있지만 평일에도 6000명 이상씩 관객을 동원하면서 잔잔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서브스턴스’는 한 번의 투약으로 아름답고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위험한 약물을 접한 엘리자베스(데미 무어)와 약물 투약 후 태어난 또 다른 자아 수(마거릿 퀄리)가 얽힌 욕망과 파국에 관한 이야기다. 두 배우의 ‘미친 연기’가 화제를 모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젊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누구나 품은 욕망이 이들은 어떻게 파멸로 이르게 하는지 적나라하게 그려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뿐 아니라 얼얼한 충격을 던지는 메시지로도 연일 화제다.
덕분에 ‘서브스턴스’는 올해 개봉한 독립·예술영화 최고 흥행작인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20만 관객의 성적도 넘보고 있다. 호평이 자자한 일본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13만 관객을 가뿐하게 넘어 그 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에도 관심을 쏠린다.
화제를 증명하듯 영화에서 맹활약한 두 배우 데미 무어와 마거릿 퀄리는 내년 1월6일(한국시간) 열리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나란히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있다. 이미 지난 5월 열린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의 뜨거운 에너지를 증명한 바 있다.
관객들은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처지와 이를 연기한 데미 무어를 연결해 작품과 캐릭터를 바라보면서 이야기에 더 몰입하고 있다. 엘리자베스는 한때 아카데미상을 받았을 만큼 인정받은 인기 배우였지만 여러 위기를 겪으면서 지금은 TV 에어로빅쇼의 진행자로 살아간다. 과거 명성과 인기를 잃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언저리에서 활동하는 그가 스타를 상품으로 여기는 산업의 한복판에서 어떻게 상처 입고 무너지는지가 섬뜩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영화와 현실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서브스턴스’는 내년 열리는 지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요 부문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한동안 배우로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데미 무어의 새로운 도약이 후보 진입은 물론 수상 성과로도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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