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의 주인공으로 한국 관객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일본 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6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항년 54. 팬들은 충격과 슬픔 속에 고인의 대표작인 ‘러브레터’의 명대사 ‘오겡키데스카’를 인용해 추모의 마음을 표하고 있다.
6일 공영방송 NHK 등 일본 현지 매체들은 나카야마 미호가 도쿄 시부야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나카야마와 연락이 닿지 않자, 집을 방문했다가 욕실에 쓰러진 고인을 발견하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나카아먀는 오사카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콘서트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컨디션 난조로 콘서트를 취소했다. 정확한 사망 경위는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일본 경찰은 과련 사건을 조사 중이다.
1970년 3월1일 태어난 나카야마 미호는 우리에겐 ‘러브레터’를 통해 처음 알려졌지만 그 이전 모델과 아이돌 가수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한 일본의 인기 스타다. 중학교 1학년 때 길거리에서 캐스팅되면서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1982년 CF모델로 얼굴을 알리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1985년 TBS 드라마 ‘매번 소란스럽게 하겠습니다’에 출연하면서 나카야마 미호는 본격적인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1987년까지 3년간 방송한 드라마는 청소년들이 지닌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다루면서 인기를 얻었고, 이에 힘입어 나카야마 미호은 가수로 데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드라마가 방송을 시작한 1985년 싱글 앨범 ‘C’를 발표했다.
후지TV 드라마 ‘한창 건방질 때’, ‘너를 만나고 싶을 때는 거기에 없어’ 등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면서 1990년대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로도 자리매김했다. 특히 나카야마 미호가 부른 주제곡 ‘멀리 떨어진 거리 어딘가에서…’가 수록된 앨범은 67만장 이상 판매되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떠오르는 곡으로도 꼽힌다.
이후로도 나카야마 미호는 가수로 승승장구했다. 1992년 완즈와 함께 부른 ‘세상 누구보다 분명’을 발매하며 180만장의 음반 판매량을 달성하고 오리콘 앨범 차트 1위에 오르며 명실상부 일본을 대표하는 가수가 됐다.
하지만 나카야마 미호를 세계적인 배우에 올린 작품은 1995년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러브레터’다. 새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그가 외치는 “오겡키데스카”(잘 지내시나요)라는 대사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러브레터’는 첫사랑인 이츠키를 사고로 떠나보낸 히로코(나카야마 미호)가 그리움을 적어 보낸 편지에 동명이인인 다른 이츠키가 답장을 하면서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는 멜로 영화다. 국내서는 1999년 개봉해 당시 14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국내서 개봉한 일본영화 가운데 역대 흥행 2위를 기록한 작품이다.
그 인기에 힘입어 ‘러브레터’는 꾸준히 재개봉해 관객과 만나왔고, 나카야마 미호도 여전히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내년 1월1일에도 국내서 재개봉을 계획 중인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져 팬들을 슬픔에 잠기게 했다.
한국영화와도 인연이 깊다.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의 이재한 감독이 2010년 연출한 영화 ‘사요나라 이츠카’에 출연했고, 2017년에는 한·일 합작영화 ‘나비잠’에서 배우 김재욱과 호흡을 맞췄다. ‘나비잠’은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나카야마 미호는 같은 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직접 한국 관객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후로도 영화 ‘새 구두를 사야해’ ‘마멀레이드 보이’ 등 작품으로 꾸준히 활동했다.
나카야마 미호는 2002년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 쓰지 히토나리와 결혼했다가 2014년 이혼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일본도 큰 충격에 빠졌고 여전히 ‘러브레터’를 사랑하는 한국 팬들도 슬픔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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