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로 관객과 만난 감독들이 새 영화로 돌아왔다. ‘친구’부터 ‘극비수사’ ‘암수살인’에서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은 곽경택 감독의 ‘소방관’과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동주’ ‘거미집’의 각본을 넘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의 연출로 개성을 드러낸 신연식 감독의 ‘1승’이 지난 4일 나란히 개봉해 주말인 6일부터 8일까지 본격적인 흥행 대결을 벌인다.
‘소방관'(제작 에스크로드픽쳐스)은 2001년 서울 홍제동 화재 참사 실화를 다룬 작품으로 소방관들의 숭고한 희생을 그렸다. 당시 소방관이 처한 열악한 상황과 처우를 다루면서 소중한 목숨을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의 정신을 오래 기억되도록 한다. ‘1승'(제작 루스이소니도스)은 한국영화로는 처음 배구를 다룬 작품.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가 실화를 극화하는 방식과 달리 순수 창작된 이야기를 통해 스포츠를 통해 우리의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 1위 출발 ‘소방관’, 실화의 힘 계속될까
‘소방관'(제작 에스크로드 픽쳐스)은 2019년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이후 곽경택 감독이 내놓은 영화다. 2020년 촬영을 마쳤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개봉일을 잡지 못하다가 2022년 주연배우인 곽도원의 음주운전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공개 시기가 연기된 끝에 개봉했다.
영화는 서울 서부소방서의 신입 구조대원으로 발령받은 철웅(주원)과 구조반장 진섭(곽도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철웅은 믿고 의지하던 선배 대원 용태(김민재)를 화재 사고로 잃은 이후 큰 상실감을 겪는다. 하지만 청웅을 다시 일으키는 사람들은 위태로운 화재 현장에서 기꺼이 목숨을 걸고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선배와 동료 소방관들이다.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일어난 방화로 인해 현장에서 6명이 순직하고 3명이 부상을 당한 홍제동 화재 참사를 극화한 영화는 당시 소방관들이 처한 열악했던 환경과 상황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았다. 동시에 곽경택 감독은 화재 현장을 현실적으로 구현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잿빛 연기를 뚫고 화마에 맞서 화재를 진압한다. 하지만 그들은 제대로 된 방화장갑조차 지급되지 않아 목장갑을 끼고, 불법 차량이 주차된 탓에 좁은 도로를 빠져나가지 못해 25kg이 넘는 노후된 장비를 직접 들고 화재 현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영화가 담은 일련의 장면들은 홍제동 화재 참사 당시의 소방관들의 노고와 극한의 어려움을 스크린 너머의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런 참사가 두 번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감독의 바람이 영화를 통해 전해진다. 실화의 힘을 느끼는 관객의 반응도 이어진다. 이에 힘입어 6일 오전 10시 현재 실제 관람객의 평가를 기반으로 산정한 CGV 골든에그지수에서 94%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개봉 직후 주인공 곽도원의 존재가 이야기에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연배우로서 작품에서 차지하는 분량과 역할이 절대적인 곽도원은 정의로운 소방관 역으로 극을 이끌지만 개봉 전 일으킨 음주음전 사건으로 현재 활동을 중단했다. 전체적인 이야기에서 신파를 덜어내고 담백하게 사건을 담아냈음에도, 곽도원을 둘러싼 리스크는 작품이 이야기하려는 메시지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다.
● 실화 소재가 아닌 스포츠 영화
신연식 감독의 ‘1승’은 인생에서 성공을 해본 적 없는 배구선수 출신 감독 김우진(송강호)이 해체 직전의 프로여자배구팀 핑크스톰의 감독직을 제안받으면서 벌어지는 영화다. ‘거미집’과 ‘삼식이 삼촌’에 이어 신연식 감독과 송강호가 세 번째로 협업한 작품이다. ‘1승’은 2020년 시작해 2021년 촬영을 마무리했다. ‘거미집’ ‘삼식이 삼촌’보다 먼저 촬영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개봉 시기를 조율한 끝에 4년 만에 관객을 만나고 있다. 다만 신연식 감독은 개봉 직전까지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후반 작업을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승’은 배구를 다룬 영화이지만 기존의 스포츠 영화들이 대부분 실화를 기반으로 하는 방식과 달리 신연식 감독의 순수 창작물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대한민국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 실화 다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감독 임순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을 모티브로 한 ‘국가대표'(감독 김용화), 1991년 치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나선 현정화와 리분희를 중심으로 한 ‘코리아'(감독 문현성)까지, 실화 기반 스포츠 영화와 비교해 ‘1승’은 다른 위치에 있다.
영화는 송강호를 비롯해 재벌2세 구단주 강정원 역의 박정민, 핑크스톰의 주장 방수지 역의 장윤주가 극을 이끈다. 이어 더해 ‘배구여제’ 김연경과 이숙자, 한유미 해설위원도 스크린에 얼굴을 비춰 재미를 더한다. 특히 배구 경기 장면을 실감나게 표현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핑크스톰이 출전하는 경기 장면에서는 총 7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긴박한 경기의 순간을 다각도로 담아냈다. 또한 경기를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는 360도 촬영과 VR 버추얼 리얼리티 기법을 활용해 배구공을 올리고 때리고 넘기는 순간들을 생생하게 그렸다. 덕분에 ‘체험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배구 경기의 룰이나 세터, 리베로, 레프트, 라이트 등의 포지션의 특징을 잘 모르는 관객이 경기 장면을 온전히 느끼기에는 무리도 있다. 영화에서 우진이 선수들의 포지션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있지만 이해를 돕기에는 부족하다. 또한 이야기 구조가 스포츠 영화의 전형적인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각 캐릭터들의 서사가 빈약해 감정을 공유하기가 어렵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소방관’과 같은 날 개봉한 ‘1승’은 4일과 5일 연이어 박스오피스 3위에 머물렀다. 1위 ‘소방관’은 물론 2위 ‘모아나2’에 밀린 기록이다. 과연 주말동안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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