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모아나2’가 개봉 첫 주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성수기로 전환한 극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어 오는 4일에는 신작 영화들이 대거 쏟아진다. ‘믿고 보는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부터 뜨거운 실화의 힘을 내세운 영화도 있다. 이와 함께 작지한 단단한 이야기로 반짝이는 독립영화들도 있다.
‘언니 유정’ ‘루프’ ‘세입자’ ‘원정빌라’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네 영화 모두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질문을 담은 작품으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먼저 그 가치를 알아봤다.
정해일 감독의 첫 장편 연출 영화 ‘언니 유정'(제작 스튜디오 하이파이브)은 미성년자인 동생의 출산과 그것에 관련된 사건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언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여자고등학교 화장실에서 영아 사체가 발견되고, 이 사건과 관련해 동생이 자수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는 사건을 계기로 단절돼있던 관계를 회복하는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관계의 본질을 탐구한다.
독립영화에서 주목하는 배우이자 ‘갯마을 차차차’ ‘안나’ ‘세작, 매혹된 자들’로 눈도장을 찍은 박예영이 타이틀롤 유정 역을 연기했다. 박예영은 단편 ‘인사3팀의 캡슐커피’ ‘더더더’로 정 감독과 작업을 함께 하며 이번 작품으로까지 인연이 이어졌다. ‘언니 유정’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무분에서 CGV상을 수상했다.
구상범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루프’는 반복되는 하루에 갇혀 친구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그렸다. 친구 진수의 사망 소식을 듣고 쓰러진 세종이 다시 눈을 떠보니 오늘은 어제가 돼있는 상황. 진수를 구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세종을 통해서 영화는 학교 폭력에 대해서 말한다. ‘폭력이 폭력을 낳는다’는 메시지를 드러내기 위해 일정한 시간이 반복되는 ‘타임루프’ 설정도 쓰였다.
주인공 세종 역을 ‘사도’ ‘오 마비 비너스’에서 소지섭의 아역으로, ‘가려진 시간’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의 아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이효제가 연기했다. 이효제는 이 작품으로 지난 달 열린 에스토니아 탈린블랙나이츠영화제에서 한국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세입자’와 ‘원정 빌라’는 모두 이웃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를 점에서 눈길을 끈다. 먼저, 윤은경 감독의 ‘세입자'(제작 올로미디어)는 월세로 살고 있는 집에 세입자를 들인 한 평범한 직장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월셋집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수상한 신혼부부를 세입자로 받아들인 결과로 세입자와 세입자의 세입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빈곤과 주거난, 양극화, 환경 문제 등 사회문제를 짚는다.
‘세입자’는 지난해 싱가포르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올해 홍콩국제영화제, 브라질 판타스포아국제판타스틱영화제, 대만 금마장영화제 그리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다수의 국내외 영화제 초청을 받았다. 이 가운데 싱가포르영화제에서 아시아장편감독상과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2개의 트로피를 받아들였으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주연으로 활약한 김대건이 배우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원정 빌라'(제작 케이드래곤) 또한 재개발 승인을 앞둔 다세대 주택을 배경으로 이웃 간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빌라 주민들의 재개발에 대한 욕망과 집착을 사이비 종교와 그릇된 믿음에 투영해 보여주는데, 사이비 종교에 빠진 윗집 주부와 이웃에게서 가족을 지키려는 한 청년의 분투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을 조명한다.
이현우가 203호 청년 주현 역을, 문정희가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303호 주부 역으로 갈등을을 빚는다. ‘원정 빌라’는 김선국 감독의 첫 장편 연출 작품으로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에 초청받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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