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전라북도의 한적한 시골 마을 금제가 발칵 뒤집혔다. 아이 키우고 살림하던 아내들이 돌연 성인 용품과 화려한 란제리 방문판매에 뛰어들면서 조용했던 동네는 바람잘 날이 없다. 생계를 위해,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기 위해 방문판매를 시작한 여성들의 자립과 연대를 그린 JTBC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가 담은 세상이다.
어린 아들에게 새 책가방을 사주려고, 단칸방에서 어린 동생들이 치이는 딸에 방을 마련해 주려고 험난한 방판의 세계에 들어선 엄마들이 차츰 금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동시에 이들의 분투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마음도 움직인다. 이에 힘입어 드라마는 이제부터 ‘할 말’을 시작한다. 왜 방문 판매에 뛰어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끝났다. 앞으로 자아를 찾고 사랑을 찾는 여정이 펼쳐진다.
‘정숙한 세일즈'(극본 최보림· 연출 조웅)가 전체 12부작 가운데 절반의 이야기를 남겨두고 있다. 전반을 지나 후반에 접어든 만큼 성인 용품 판매를 계기로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온전히 자립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그려질 예정이다. 드라마를 이끄는 4명의 주인공은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외도한 남편으로부터 받은 깊은 상처로 이혼을 선언하고 독립한 한정숙(김소연), 돈은 없지만 금슬은 좋아 단칸방에서도 4명의 자녀를 낳아 기르는 서영복(김선영), 그 시절 대학 영문과를 졸업했지만 밥상을 차려 놓고 남편 퇴근만 기다리는 오금희(김성령), 혼자 낳은 어린 아들을 키우는 미용실 원장 이주리(이세희)는 서로 다른 이유로 방문판매 사원이 됐다. 보수적인 1992년 시골 마을에서 적나라한 성인 용품을 팔기 시작한 주부들은 온갖 편견과 혐오, 공격에 시달린다. 하지만 눈치보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걸 당당하게 찾아가는 이들의 여정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렇게 동네 사람들도 변화하기 시작한다.
‘정숙한 세일즈’의 전반부가 이들 4명의 주인공이 겪는 어려운 현실과 성인 용품 방문판매가 야기하는 오해와 편견의 시선을 주로 그렸다면, 2일 방송하는 7회부터 본격 시작하는 후반부는 주인공들이 찾아가는 ‘자아’와 ‘사랑’에 더욱 집중한다. 4인 4색의 사랑 가운데 시청자를 자극하는 커플은 서영복 부부다. 고등학생 딸부터 갓 태어난 아기까지 4명의 남매를 둔 이들은 틈만 나면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한다. 이러다가 곧 다섯째 아이가 태어날 분위기.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의 마음이 오히려 더 조마조마할 정도다.
김선영과 남편 박종선 역의 임철수가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면서 나누는 코미디 호흡은 ‘정숙한 세일즈’에서 가장 강력한 웃음을 선사하는 히든카드로 꼽힌다. 생활력은 없지만 심성은 착하고 무엇보다 아내를 향한 사랑만큼은 차고 넘치는 철부지 남편과 그런 남편이 싫지만은 않은 영복의 ‘단칸방 로맨스’가 강력한 웃음을 선사한다. 김선영과 더불어 배우 임철수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부터 ‘빈센조’에서 증명한 코미디 감각을 이번 ‘정숙한 세일즈’로도 어김없이 이어간다. 아이들이 모두 학교에 가고 없는 단칸방에서 김선영과 선보이는 베드신으로 커다란 웃음도 선사한다. 시청자 사이에서는 ’49금 단칸방 로맨스’라는 반응이 잇따른다.
이들 외에도 오금희와 그의 무심한 남편 최원봉(김원해)의 관계 회복, 싱글맘 이주리와 금제의 로열패밀리 엄대근(김정진)의 로맨스까지 동시에 이뤄질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한정숙과 비밀을 감춘 형사 김도현(연우진)의 사랑도 있다. ‘정숙한 세일즈’가 남은 이야기를 통해 작품의 화제성을 유지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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