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포테이토 지수 94%] ‘서울의 봄’, 기어이 성공한 ‘그들만의 혁명’은 어떻게 무참했나
‘12.13 05:10 AM.’
1979년 12월13일 새벽, 대통령이 한 무리의 정치군인들이 내민 결재 서류에 자신의 서명과 함께 적어 넣었다. 군인들이 강요하다시피 한 결재의 내용을 불가피하게 “사후 재가”했음을 역사에 남기려는 의도였을 터이다. 대통령의 재가도 받지 않은 채 자신들의 상관을 납치하고야 만 군인들은 그 길로부터 기어이 권력을 찬탈했다.
18년 동안 건재했던 절대권력이 1979년 10월26일 밤 최측근 수하의 총탄을 맞고 한순간 사라졌다. 권력의 공백기, 그 틈을 파고든 한 무리의 정치군인들. 역사는 끝내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내기까지 9시간 동안 그들이 자행한 하극상을 군사반란이라 규정했다.
11월22일 개봉하는 영화 ‘서울의 봄’(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그 9시간의 무참함을 그렸다.
나라를 지켜야 할 병력을 사유화해 서울 한복판을 장악한 반란세력의 폭력과 부정의, 이에 처절히 맞서려다 무너져내린 저항 세력의 참담한 대결을 담아낸 영화는 저 앞, 대통령이 결재 서류에 남긴 시각의 의미를 또렷하게 각인시킨다.
역사가 기록하고 기억하는 반란이 기어이 ‘그들만의 혁명’으로 남을 위험성이 채 사라지지 않았을지언정 영화는 그 속에서 오로지 권력만을 향하려는 탐욕의 민낯을 가차 없이 발가벗겨 드러내는 데 성공한다.
전작 ‘아수라’를 통해 그런 인간들의 허물을 그려냈던 연출자 김성수 감독은 ‘서울의 봄’을 통해 다시 한번 욕망에 사로잡힌 한 인간과 그에 맞서려 했던 또 다른 인간의 모습을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에 투영하는 데 거침이 없다.
이를 완성해낸 주역은 단연 배우 황정민과 정우성이다.
황정민은 절대권력의 비호 아래 권력을 사유화한 끝에 반란에 나선 보안사령관 전두광 역을 연기했다. 반란을 주도해 성공에 이르기까지 무조건 앞으로만 달려나아가는 적나라한 욕망과 탐욕을 제대로 그려냈다. 모든 사건이 마무리된 뒤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웃음은 그 압권이라 할 만하다.
전두광의 반란과 하극상을 진압하려던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 정우성은 권력의 총구 앞에 허무하게 자신들의 총기를 바친 무력한 세상에 절망한다. 그럴 때 내비치는 눈빛은 전두광의 웃음과 대비를 이루며 처절했던 역사를 새롭게 기록하는 데 일조한다.
감독: 김성수 / 출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외 / 제작: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개봉: 11월22일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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