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만명→4000만명 일군 ‘범죄도시’의 힘은..이면엔 독점 이슈가
‘세 편 연속 1000만 돌파, 네 편 총 4000만 관객 돌파.’
16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영화 ‘범죄도시4′(감독 허명형·제작 빅펀치픽쳐스 외)는 15일 현재까지 누적 관객 1017만명을 기록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2022년 2편 1269만명, 지난해 3편 1068만명에 이어 ‘범죄도시4’까지 1000만 관객을 모으며 ‘트리플 1000만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2017년 10월3일 1편인 ‘범죄도시’가 개봉한 지 6년 만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었다.
●첫날 배정된 좌석 32만개…2주 먼저 개봉한 영화보다 적었다
‘범죄도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영화였다. 유명 배우과 감독의 작품이 아니어서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제작이 무산될 뻔했고, 개봉할 때에도 극장에서 찬밥신세였다.
개봉 첫날 ‘범죄도시’에 배정한 좌석수는 32만석. 같은 날 개봉한 ‘남한산성’이 차지한 100만석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범죄도시’는 신작이었는데도 그에 앞서 9월27일 개봉한 ‘킹스맨: 골든 서클’의 82만석, 9월21일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의 35만석보다도 적은 좌석으로 불리하게 출발했다.
이날 ‘범죄도시’는 16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했다.
하지만 개봉 첫 주말을 넘기며 1위로 올라섰고, 청소년관람불가 관람 등급에도 최종 68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시리즈 제작의 토대를 다졌다.
‘범죄도시2’ 때에는 세계적인 감염병 확산으로 베트남 현지 촬영길이 막히면서 10억원의 손해를 봐야만 했다.
그럼에도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과 개봉 당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로 떠오른 악역 손석구에 대한 급격한 관심에 힘입어 1000만 관객 흥행을 거뒀다.
이후 ‘범죄도시3’에 이어 ‘범죄도시4’까지 흥행하면서 ‘범죄도시’ 시리즈는 한국 대표 프랜차이즈 영화가 됐다.
●베테랑으로 스태프 꾸리고, 평균 3회 이상 블라인드 시사
‘범죄도시’ 시리즈의 흥행을 말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재미’다.
시리즈는 압도적인 힘으로 범죄 조직을 소탕하는 형사의 활약을 바탕으로 각 사건과 악역 캐릭터를 변주하며 4편까지 선보였다. 알기 쉬운 이야기에 화끈한 액션과 허 찌르는 유머, “나쁜 놈은 반드시 잡는” 통쾌한 결말이 시리즈의 매력으로 작용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해석 욕구를 자극하거나 의미를 곱씹을 필요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철저하게 오락성에 집중한 영화”라며 “팬데믹과 불황 등으로 답답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싶은 관객에게 소구력을 발휘했다”고 진단했다.
‘범죄도시’ 시리즈에 참여한 스태프의 공도 컸다고 제작 관계자는 돌이킨다.
모두 신인감독이 연출한 각 작품의 제작진은 대신 현장 스태프를 베테랑들로 꾸려 신인감독의 부족한 현장 경험을 보완했다.
1편부터 3편까지 무술감독으로 참여한 뒤 4편을 연출한 허명행 감독을 비롯해 3편과 4편의 이성제 촬영감독, 전 시리즈에 참여한 김선민 편집감독과 남지수 의상·분장감독, 김남식 VFX슈퍼바이저 등 핵심 제작 인력 다수가 시리즈와 인연을 이어가며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하는 데 기여했다.
또 제작진은 각 작품 평균 3회 이상 블라인드 시사회(불특정 관객이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작품을 보고 평가하는 시사회)를 연 뒤 이를 통해 나온 반응을 토대로 개봉에 만전을 기했다.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의 장원석 대표는 “블라인드 시사회는 일반 상영관의 성별이나 연령별 관객과 비슷한 구성으로 100명 이상의 관객을 모집해 진행했다”며 “그렇게 나온 시사회 반응들을 살피면서 영화를 최대한 수정하려 노력해 최종 결과물을 얻어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아쉬움도 작지 않다.
시리즈는 전편 답습 등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2편 개봉과 맞물려 3편과 4편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 까닭에 수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이후 나올 작품은 재충전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 완성도를 높인 뒤에 관객과 만난다고 제작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내년 극장에서 5편을 볼 수는 없을 전망이다.
●스크린 10개 중 8개 차지…스크린 독점 비판
‘범죄도시4’의 1000만 관객 흥행 이면에는 스크린 독점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1000만 관객 흥행이 일찌감치 예견됐던 상황에 각 극장들이 이에 상영관을 몰아주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범죄도시4’가 4월22일 개봉한 직후인 27일 이 영화의 상영점유율은 82%를 기록했다. 이날 극장에서 영화를 10회 상영할 때 그 중 8회는 ‘범죄도시4’를 틀었다는 의미다.
이날 전체 상영편수는 86편. 이 영화들이 나머지 20%의 상영 기회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한 셈이다. 또 이는 앞선 1000만 관객 영화 ‘파묘'(56%)와 ‘서울의 봄'(61%)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에 대해 지난 2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열린 ‘한국영화 생태계 복원 위한 토론회’에서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 “영화계의 합의 단위에 극장은 배제해야 한다”며 ‘범죄도시4’에 스크린을 몰아준 극장에 대한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영화 한 편의 스크린수나 그 비율을 제한하는 ‘스크린 상한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경우 8개 이상의 상영관을 가진 극장에서 영화 한 편이 일간 상영 횟수의 3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2일 토론회에 참석한 영화 관계자들은 “스크린 독과점을 반드시 규제해야 한다”고 제도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서도 영화계의 뜻을 모아나갈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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