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크리스토퍼 놀란, 생애 첫 오스카 감독상 마침내 수상
탁월한 작품으로 전 세계 영화 팬들을 사로잡았지만, 아쉽게도 아카데미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던 연출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마침내 오랜 아쉬움을 설욕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영화 ‘오펜하이머’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데뷔 이래 첫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이자, 작품상까지 동시에 거머쥐면서 2023년 최고의 작품임을 증명했다.
11일 오전(한국시간)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마틴 스코세이지(‘플라워 킬링 문’) 요르고스 란티모스(‘가여운 것들’) 쥐스틴 트리에(‘추락의 해부’) 조나단 글래이저(‘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제치고 감독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변은 없었다.
● 두 번째 감독상 노미네이트… 전기 영화로 수상
사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센세이션을 일으킨 초기작 ‘메멘토’를 시작으로 할리우드 히어로 시리즈를 재창조한 ‘다크나이트’ 시리즈는 물론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를 다룬 ‘인터스텔라’와 ‘인셉션’ 등 작품으로 전 세계 영화 팬을 사로잡아온 결정적인 연출자다.
하지만 탁월한 연출력과 작품의 완성도, 전 세계를 아우르는 흥행 성과에도 불구하고 유독 ‘상복’이 없는 감독으로 통했다. 그동안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후보에 오른 건 2018년 ‘덩케르크’가 처음. 올해가 두 번째 감독상 노미네이트였다.
이날 감독상 시상자로 나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으로부터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감격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오펜하이머’를 함께 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에밀리 블런트와 뜨겁게 포옹한 뒤 무대에 올랐다.
“정말 많은 사람들 덕분에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연 감독은 곧바로 영화의 투자와 배급을 맡은 유니버설 픽쳐스를 언급하면서 “영화의 가능성을 봐줘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워너브라더스와 주로 영화 작업을 해왔지만 이번 ‘오펜하이머’ 때는 유니버설 픽쳐스와 손을 잡고 변화를 시도했다.
이어 감독은 영화의 주연인 맷 데이먼부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의 이름을 한명씩 언급하면서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 했고 스태프들, 촬영팀까지 모두 훌륭했다”고 감사 인사를 건넸다.
자신과 오랫동안 영화 작업을 해온 동료이자 가족에게도 각별한 마음을 표했다.
‘인터스텔라’ 등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등 영화를 함께 만드는 동생 조나단 놀란의 이름을 빼놓지 않았고, 동시에 그동안 모든 영화를 같이 기획하고 제작한 아내이자 제작자인 엠마 토마스를 향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거듭 강조했다.
감독은 엠마 토마스를 “놀라운 제작자”라고 지칭하면서 “우리는 모든 영화를 같이 제작하고, 자녀도 같이 만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고, 이내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재차 마음을 표했다.
이날 놀란 감독에게 감독상을 건넨 시상자가 다름 아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란 사실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쉰들러 리스트’의 감독상 수상 30주년을 기념해 이날 시상대에 올랐다.
사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역시 ‘쉰들러 리스트’로 감독상과 작품상 등을 수상하기 전까지의 상황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일면 겹친다. ‘E.T.’부터 ‘쥬라기 공원’ 시리즈까지 전 세계 영화 흥행사를 주도한 감독이지만 유독 아카데미 시상식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1994년 독일 나치로부터 유대인을 구출한 인물 오스카 쉰들러의 실화를 다룬 ‘쉰들러 리스트’로 생애 첫 오스카 감독상을 수상했다. ‘오펜하이머’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첫 번째 전기 영화다.
영화는 미국의 핵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어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낸 천재 과학자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세상을 구원한 발명이 사실은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겪는 딜레마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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