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외계+인’ 2부로 돌아온 최동훈, “도 닦듯이”라고 말한 까닭
2022년 7월 개봉한 ‘외계+인’ 1부 이후 후반 작업에 들인 시간만 1년 반. 영화를 150번을 돌려 보며 50여개 버전의 편집본을 만들었다. 최동훈 감독은 그 과정에 대해 “도를 닦듯이”로 표현하며 영화에 쏟은 애정과 노력을 에둘러 말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외계+인’ 2부로 돌아온 최동훈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는 “‘타짜’ 때도 4주, 그보다 더 큰 영화도 6~8개월을 넘기지 않았다”며 “후반 작업을 이렇게 열심히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1월10일 개봉하는 ‘외계+인’ 2부는 1부에 이어지는 이야기로, 1부 개봉 이후 1년 반만에 관객과 만난다. 1부는 손익분기점에 맞추려면 7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아야 했지만, 150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자신의 영화감독 인생에서 이제야 처음 실패를 한 것인데 남다른 흥행 이력을 가진 그에게는 아무래도 좌절감이 컸던 모양이다. 2부 후반 작업에 착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최동훈 감독은 “처음에는 나는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아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다, 이렇게 자신의 뇌를 속이며 편집 과정을 반복했던 것 같다”고 후반 작업 초기 당시를 돌아봤다.
그러나 이후의 시간은 20여년간 영화를 만들며 어느 순간 잊고 있던 영화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값진 시간이 됐다.
최동훈 감독은 “1년 반을 ‘외계+인’ 2부와 함께 하면서 이 과정 자체를 즐기는 자신을 발견했다”며 “그러면서 ‘아 맞아 내가 영화를 참 사랑했지’라고 느끼면서 ‘외계+인’을 더 좋아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부는 관객의 평가를 남겨놓고 있기는 하나,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시사회를 통해 1부에서 의문점으로 남겨둔 부분들을 해소하고 깔끔하게 매듭지은 이야기로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 처음부터 1·2부를 나누지 말고 3시간 분량의 영화 또는 6부작 분량의 시리즈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라는 반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최동훈 감독은 “1·2부가 연결돼있으면서도 1부는 확장되고 2부는 모아지는 이야기로 다르기 때문에 나누는 구성이 필요했다”며 “‘외계+인’은 1·2부가 함께 있어야 완성되는 작품이고 1부만 있으면 외로운데 지금 저로서는 2부가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떡밥을 다 회수했다는 반응들에 기분이 좋았다”며 “여기(인터뷰 자리) 오기 전에 봉준호 감독님을 만났는데, ‘최동훈은 다 계획이 있구나’라서 말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 “영화에서 보이고 싶었던 두 주인공의 청춘”
‘외계+인’ 2부는 더욱 치열해지는 신검 쟁탈전 속에서 신검을 되찾고 미래로 돌아가 하바의 폭발을 막으려고 하는 이안(김태리)의 분투를 그린다. 1부는 1392년과 2022년을 왔다갔다 하면서 이야기를 펼쳤다면, 2부는 2022년의 현재를 주 무대로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이안과 무륵의 인연이 드러나며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2부는 이안과 무륵을 각각 맡은 김태리와 류준열의 케미스트리를 엿볼 수 있다.두 사람은 지금까지 최동훈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중에서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데도 판타지와 SF,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거대한 세계관을 든든하게 이끈다.
최동훈 감독은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두 주인공의 모습이 청춘이었다”고 김태리와 류준열을 섭외한 배경을 전하며 “배우들은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리틀 포레스트’에서 호흡을 맞췄던 사이여서 그런지 천연덕스럽게 작품에 녹아들어 그 역할을 훌륭히 해줬다”고 치켜세웠다.
2부는 단일 영화로 봐도 관람하는 데에 무리 없다. 1부를 보지 않은 이들도 이안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줄거리를 통해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김태리의 내레이션 분량은 총 4분30초다.
최동훈 감독에 따르면, 4분30초 분량의 내레이션을 완성하는 데에만 6개월이 걸렸다. 도입부의 내레이션조차 허투루 작업하지 않았다는 그의 말에서 2부에 쏟은 정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외계+인’은 최동훈 감독이 각본을 쓰기 시작한 2018년부터 387일간의 촬영 기간과 후반 작업을 거쳐 개봉에 이르기까지 꼬박 6년의 시간이 걸렸다. ‘외계+인’이 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지 궁금했다.
최동훈 감독은 “‘암살’을 오랫동안 준비해서 그런지 만든 직후에 번아웃이 한번 크게 왔다. 그런데 ‘외계+인’은 만들고 나서부터 오히려 (작품 욕구가) 활활 타오른다”며 “왠지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다. 몸은 아픈데 정신은 젊어진 느낌이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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