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현충원 챌린지 시작되나… 관객이 앞서간다
영화를 만드는 건 감독과 배우들의 몫이지만, 작품에 가치를 부여하고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오롯이 관객의 힘이다.
관객은 언제나 영화보다 앞서 나간다는 사실이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으로 다시금 확인되고 있다. 개봉 2주차에 손익분기점(460만명)을 돌파하고, 첫주 주말보다 둘째주 주말에 더 많은 관객을 모았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신군부의 무자비한 군사반란을 향한 분노, 이에 맞서 작전은 실패했지만 그 정신만큼은 오래 살아남은 군인들의 신념에 공감하고 깊은 슬픔까지 느끼는 관객들이 직접 움직이고 있다.
● 현충원에 잠든 참군인들을 추모하자는 ‘현충원 챌린지’
‘서울의 봄’의 폭발적인 흥행이 낳은 ‘심박수 챌린지’에 이어 ‘현충원 챌런지’가 일어날 태세다. 실제로 12·12 군사반란 당시 무력으로 권력을 찬탈한 신군부에 맞서 목숨을 걸고 정의를 지킨 군인들의 묘소를 찾아 그들이 끝까지 지키려고 했던 신념을 추모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영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의 봄’을 3회차 관람하고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마음이 너무 아파서” 국립 서울현충원을 찾아 정병주 장군과 김오랑 중령의 묘소를 참배했다는 관객(아이디 Cgv광)의 글과 인증 사진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는 영화에서 배우 정만식이 연기한 특전사령관 공수혁의 실제 주인공인 정병주 장군과 배우 정해인이 연기한 특전사 오진호 소령의 모델인 김오랑 중령의 묘소가 있다.
영화에서 군인의 신념을 지키고, 불법적인 권력 찬탈을 막고자 목숨까지 내던진 두 인물은 관객에게 감동을 넘어 안타까움과 미안한 감정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극중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과 더불어 관객이 가장 뜨겁게 지지하는 ‘정의로운 3인’으로 꼽힌다.
‘서울의 봄’은 개봉 직후 영화를 본 관객을 분노에 휩싸이게 하면서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측정해 공유하는 이른바 ‘심박수 챌린지’가 벌어졌다. 관객이 영화와, 영화가 담은 비극의 역사에 얼마나 깊이 공감하고 분노하는지를 드러냈다.
이에 시간이 지날수록 N차 관람이 늘어나고, 영화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이 12·12 군사반란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조명되면서 이제는 서울과 대전의 국립현충원을 찾아가보자는 ‘현충원 챌린지’까지 일어나고 있다. 영화의 역할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들이다.
● 12월12일 단체관람, ‘욕어롱’ 상영회 제안도 눈길
‘서울의 봄’이 자극하는 관객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은 다양한 곳으로도 확산한다.
‘역사 공부’가 대표적이다. 1979년 12월12일 일어난 군사반란과 그 주동자들이 우리 현대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반란군을 막으려던 진압군이 맞은 최후는 어땠는지를 직접 파악하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잊어선 안 되는 뼈아픈 역사에 주목하고자 하는 열망은 세대를 불문한다. ‘서울의 봄’은 이미 6070세대 장년층을 넘어 10대 관객 관람까지 끌어들인다. SNS에서는 기말고사가 끝나고 ‘친구와 함께 보는 영화’로 입소문을 얻고 있다.
뜨거운 분위기 속에 곧 다가오는 12월12일에 맞춰 ‘서울의 봄’을 함께 관람하자는 단체관람 독려도 일어난다. SNS와 온라인 영화 커뮤니티에서 확산하는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실제로 12월12일에 ‘서울의 봄’의 관객수가 어디까지 이어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영화를 보고 ‘격한 분노’에 휩싸인 관객들 가운데 이른바 ‘욕어롱 상영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하는 이들도 있다. 영화 속 음악을 따라부르면서 관람하는 ‘싱어롱’을 빗대 제안한 이벤트다.
‘욕어롱’ 제안은 무력을 앞세운 반란군이 이후로도 권세를 누렸다는 사실, 그에 반해 극중 정우성 정만식 김성균 등 끝까지 군인 정신을 지킨 이들이 맞은 비극적인 최후를 목도한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동안 도저히 ‘욕’을 하지 않고 버틸 수 없다고 외치면서 나온 아이디어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그만큼 영화가 일으킨 공분이 세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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