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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는 자신이 더 낫다”는 차승원 말에 정우성이 보인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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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우성에게 ‘김성수 감독의 페르소나’에 대한 생각 물었더니

(이 콘텐츠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계가 어렵기는 어려운가 봐요. 다들 좋은 말씀해주시는 거 보면.”

영화 ‘서울의 봄’에 대한 호평 일색에 정우성이 겸연쩍은지 이렇게 둘러댔다.

‘서울의 봄’은 지난 9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시작으로 영화를 먼저 본 이들의 극찬을 받고 있다. 역사적 사건을 극화(劇化)한 빼어난 만듦새의 작품과 함께 열연한 배우들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그 중심에 군사반란을 일으키는 전두광(황정민)과 그 무리에 끝까지 맞서는 이태신을 연기한 정우성이 있다.

영화 개봉을 하루 앞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에 주연한 정우성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작품이 잘 나오면 인터뷰 현장도 즐겁다. 질문과 대답이 쉴 새 없이 오가며 빈틈이 없다. 정우성의 인터뷰가 그러했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을 연기한 정우성.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에서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을 연기한 정우성.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캐릭터와 작품에 대해 말할 때는 사뭇 진지했지만 여유롭고 유쾌한 모습도 보였다. 특히 김성수 감독이 배우 정만식에게 품은 사랑에 대해 시샘(?) 하거나, 동료 이정재와 형성한 ‘청담부부’에 이어 그 자신도 몰랐던 ‘충무로 부부’ 탄생 비화(?)에 대해 이야기할 땐 웃음을 선사했다.

김성수 감독을 향한 무한대 애정과 존경의 마음을 표하면서도, 감독과 함께 한 오랜 시간에 대해 난스레 얘기하는 모습에서는 두 사람이 얼마나 깊은 신뢰를 나누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됐다.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은 전두광과 반란군에 맞서 수도 서울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인물이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은 전두광과 반란군에 맞서 수도 서울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인물이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다음은 정우성과 일문일답.

-근래 이렇게 호평받은 영화가 없었던 것 같은데.

“영화 반응은 감사한데 영화계가 힘드니까 다들 좋게 말해주는 거 아니냐. 요즘 극장 상황이 너무 안 좋으니까 BEP(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서울의 봄’ BEP는 약 460만명이다.)

-기억에 남는 후기나 반응이 있다면.

“다 기억에 남는다. 김성수 감독님은 제가 늘 응원하고 사랑하는 감독님이라서 이런 반응이 정말 반갑다. 현장에서 감독님의 고민과 집념을 봐았고, 그것을 보면서 제가 영화를 배웠다. 감독님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배우로서는 ‘이태신을 이렇게까지 좋아해주시네’ 하는 놀라움이 있다.”

-김성수 감독은 이태신 역에 처음부터 정우성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나. 왜 거절했나.

“원래 저를 염두에 뒀는지는 잘 모르겠다. 제 생각에는 김정도(‘헌트’의 정우성)와 이태신이 동일 인물을 대척점에 두고 있다는 점이 이번 작품에 불리할 것 같았다. 그래서 ‘대한민국에 좋은 배우 많으니까 찾아보라’고 말했던 거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알았어, 엎을게’ 이러더라. 협박에 넘어간 거다.”

-이태신은 어떻게 만들어갔나.

“감독님이 참고하라면서 보내준 자료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제가 참여한 인터뷰 영상이었다. 감독님이 ‘이 모습이 이태신이야’ 하는데 ‘무슨 말하는 건가’ 싶었다. 나중에 들어 보니 인터뷰에 임하는 자세를 말한 거였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할 때는 가미를 해서도 안되고 단어 선택도 신중해야 한다. 이태신이 사태를 대하는 자세가 이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감독님은 또 전두광 패거리가 ‘불’이라면 이태신은 ‘물’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저쪽이 사심으로 폭주하고 있을 때 이태신은 좀 더 이성적으로 사태를 바라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캐릭터에 접근했다.”

영화 '서울의 봄' 한 장면.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한 장면.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이태신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이러한 반응은 이태신이 이 시대에 필요한 인물이기 때문일까.

“이태신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거나 전달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 안에 전두광이나 육군본부의 장군처럼 우유부단하거나, 이태신처럼 자기 본분을 지키려는 모습이 다들 있지 않나. 각자 안에 이태신의 모습이 있기 때문에 ‘공직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저랬으면’ 하고 이태신에 마음이 움직인 게 아닐까.”

-전두광이나 다른 인물과 달리 이태신은 실존 인물과 사뭇 달라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감독님이 처음에는 불과 물의 뜨거운 대립을 상상했다가 이후에 물이 되기 위해 이태신이 좀 더 차분하고 신중한 자세로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태신이 궁지에 몰릴 때 그 심정을 감정적으로 표출하지 않기 위해 계속 안으로 집어넣고 극복하려고 하다 보니 연기를 한 뒤에도 해치운 느낌이 아니라 답답했다. 내가 잘한 건지 모르겠더라.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이태신만큼 불확실했던 캐릭터가 없었다.”

-감독이 잘했다고 말한 적은 없었나.

“김성수 감독님은 원래 칭찬을 화끈하게 하지도 않지만 하더라도 ‘다음에 더 잘하라고 지금의 모자람을 응원해주는 건가’ 하면서 의심의 시선으로 봐야 한다.”

“그보다는 상대의 반응을 살피며 확신을 가졌던 것 같다. 극중에서 전두광과 부딪치는 신이 별로 없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장면이 있지 않나. 그 장면 촬영을 앞두고 리허설을 하는데 그때 (황)정민이 형의 표정에서 ‘이태신을 봤구나’란 기운을 느꼈다.”

-황정민의 분장한 모습에 놀라지는 않았나.

“놀랍다 못해 징글징글 했다. 그 기운에 타죽는 줄 알았다. 부럽기도 했다. 그 가발이 의상인 건데 배우들은 의상을 입는 순간 의상에서 얻는 기운 같은 게 있다. 정민이 형은 분장의 기운까지 도와주는 구나 싶었다.”

극중에서 이태신과 전두광이 부딪치는 장면은 거의 없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극중에서 이태신과 전두광이 부딪치는 장면은 거의 없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이태신이 반란군 진영을 향해 바리케이트를 넘는 장면이 압권이다.

“감독님은 저한테 ‘정우성 키가 크니까 만든 장면’이라고 했다. 이태신은 몇 개의 바리케이트가 있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면 가는 사람이다. 이태신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서울의 봄’은 많은 배우가 나오는데도 얼굴 하나하나가 잘 보인다.

“김성수라는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너무 잘한 거다. 오케스트라에서 누군가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좋은 협주가 나올 수 없다. 많은 배우가 나오면 그만큼 위험 요소가 많아진다. 그런데도 그 시점에 그 자리에 그 인물로 보이게 하기 위해 ‘감독님이 무슨 짓까지 한 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이 배우들 미팅을 몇 시간씩 했다. 다른 영화보다 리딩도 많이 했다.”

-김성수 감독과 벌써 다섯번째 작품이다. 그동안 서로의 성장을 지켜보지 않았나.

“저는 감독님의 성장은 보지 못했고 노화는 봤다. 감독님이 좋은 이유가 늘 공부한다. 나이가 적든 경험이 적든 상관없이 늘 동등하게 대해준다. 20대 배우인 저를 그렇게 대해주고  영화적 동료로 성장시켜줬다.”

“하지만 촬영 현장에서는 (김성수 감독의 집요함 때문에) 과장을 보태 표현한다면 정말 죽이고 싶은 마음이 때가 많다. 하하. ‘아수라’를 하면서 감독님이 뛰어다니다가 발목을 다쳤을 때 좋아서 박수 친 사람이 바로 저다. 하하!”

-김성수 감독은 ‘정우성과 부부싸움 하듯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촬영을 했다고 하더라.

“감독님이 저랑 부부싸움 한 것처럼 작업 했다고 직접 말했다는 건가. 그러면 혹시 ‘충무로 부부’란 말도 감독님이 시작한 거였나. 허허.”

“촬영하다가 고민하고 있으면 저에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줘야 하는데 감독님은 옆에서 계속해서 얘기한다. 그럴 땐 제가 대꾸를 잘 안 했다. 그러다 보니까 거리를 두게 되고 감독님이 ‘쟤 또 삐쳤구나’ 생각했을 거다. 그렇지만 감독님의 이야기를 한 마디도 외면할 수 없었던 캐릭터가 이태신이었다. 이태신을 연기하며 감독님에게 많이 기댔다.”

-김성수 감독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집요함과 성실함은 정말 최고다. 늘 이번이 마지막인 것처럼 생각하면서 작업한다. 매 작품 매 순간 본인이 갖고 있는 에너지 총량을 다 쓰는 것 같은데 안 치친다.”

-김성수 감독은 아니라고 했지만,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감독님한테 제일 미남배우는 정만식이니까 제가 가진 이 잘생김이 이해가 안되는 거다. 하하. 사실은 (김성수 감독의 페르소나란 말이)영광이다. 왜냐하면 감독님은 제가 20대 때, 생각도 그렇고 견고하지 않고 유연하지도 않는 그런 친구를 영화적 동료로 받아줬다. 작품 할 때 계속해서 첫번째 배우로 생각해주기에 그만큼 감사한 마음이 있다. 감독님이 앞으로 몇 작품을 더 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많이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다.”

-정우성에게 김성수 감독은.

“스승이기도 하고 형이기도 하고 동료이기도 하고 저에게 배우를 뛰어넘어 영화인이 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준 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감독님을 응원한다.”

정우성은 '서울의 봄'으로 김성수 감독과 다섯 번째 호흡을 맞췄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정우성은 ‘서울의 봄’으로 김성수 감독과 다섯 번째 호흡을 맞췄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의 정우성에 대해 ‘인생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담스럽다. 빨리 떨쳐내야 한다. 김성수 감독과 첫 작업인 영화 ‘비트'(1997년)를 하면서 ‘청춘의 아이콘’으로 불렸는데 그때도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태신 연기를 했지만 저는 이태신은 아니다. 좋은 영화의 캐릭터들은 관객들의 마음 속에 담기지만 저는 캐릭터와 동일화된 상태로 관객들에게 남아있을 수는 없다. 새로운 캐릭터를 찾고 연기해야 한다. 앞으로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탱크와 혼자 대치하는 상황도 인상적이다. 촬영이지만 무섭지는 않았나.

“이태신이 무서워서 눈을 감지 않나. 그 장면에 제발 멈추라는 이태신의 간절함이 표현됐다. 실제 촬영할 때에는 장비들을 맞춰 같이 움직이고 작업하느라 엄청나게 시간이 걸렸다. 그날 날씨도 쌀쌀했지만 두려움 때문에 더 춥다고 느꼈던 것 같다. 이태신의 심정이었으니 그런 한기를 느꼈다.”

-올해 다수의 작품에 특별출연 하면서 배우로서 누구보다 바빴다.

“같이 작업한 인연들로 인해 부탁을 받으면 거절하기 어렵다. 그런데 또 잘못 연기하면 작품의 톤앤매너를 훼손할 수 있어서 하게 되면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참여한 작품들이 공교롭게도 올해 다 개봉했다. 영화제들에 얘기 좀 해주면 안되나. 특별상으로 ‘카메오상’ 만들어서 정우성에게 주라고.”

-차승원이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정우성이 잘생긴 건 인정하지만 내가 더 ‘뽀대'(멋)난다’고 했는데.

“뽀대 인정. 차승원 뽀대 최고.”(정우성 워딩 그대로)

-‘서울의 봄’ 예매율이 압도적인데.

“영화의 진짜 시작은 관객이 극장 문을 나가는 순간부터라고 생각한다. ‘서울의 봄’이 계속해서 상기되고 얘기될 수 있는 영화이길 바란다. 이번엔 감독님이 연출 좀 했나?”(웃음)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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