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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실제 이름 안 쓴 이유요?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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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이것은 욕망의 드라마”

(이 콘텐츠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오는 11월22일 개봉하는 영화 '서울의 봄'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오는 11월22일 개봉하는 영화 ‘서울의 봄’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 친척들이 쓴 게 아닐까요.”

‘올해의 한국영화’.

근래 이처럼 평단과 언론의 찬사를 한몸에 받은 영화가 있을까. 최근 언론배급 시사회 이후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이고 있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김성수 감독의 신작 ‘서울의 봄’이다.

김성수 감독은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서울의 봄’ 인터뷰에서 영화에 쏟아지는 호평에 대해 “친척들이 쓴 것 아니냐”며 멋쩍게 웃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역사적 사건에 상상력을 덧대어 창작한 영화다. 그날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담았다.

영화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른 역사적 사건에서 출발한 데다 ‘아수라’의 김성수 감독과 황정민, 정우성의 만남으로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황정민과 정우성은 자신들이 촬영한 영화인데도 언론배급 시사회 직후 한동안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영화가 안겨준 여운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표정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성수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연출하게 된 배경과 역사적 사실의 재해석에 대한 고민, 주요 인물만 68명에 이르는 초호화 출연자 군단에 대한 뒷얘기를 들려줬다. 영화에 대한 감독의 생각과 의도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서울의 봄'은 한국영화 처음으로 12·12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은 한국영화 처음으로 12·12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언론배급 시사회 후 영화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주말에 평들을 봤다. 저희는 영화를 만들고 나서 너무 옛날 (벌어진 일을 그린) 이야기라 젊은 관객들이 흥미를 가질까 궁금증이 있었다. 영화가 요즘 관객들에게도 잘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정민, 정우성 두 배우의 반응도 궁금하다.

“황정민, 정우성은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간담회가 끝나는 순간까지 평정심을 찾지 못했다. 제가 농담으로 황정민한테 ‘(영화에서) 나쁜 짓 다 해놓고 왜 그러냐’고 했더니 ‘배우 황정민이 아닌 자연인 황정민으로 영화를 봤을 때 받은 충격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성한테도 ‘어떻게 봤냐’고 물었더니 ‘잠깐만’ 하면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날 저녁 저는 GV(관객과의 대화)가 있었고, 두 사람은 다른 촬영이 있어서 금방 헤어졌다. 다음날 통화를 했는데 둘 다 영화를 잘 봤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평소 그런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인데 ‘좋은 영화 출연하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한 차례 연출 제안을 고사했다. 어떻게 다시 연출을 맡기로 했나.

“2019년 시나리오를 받았다. 역사적 정황이 잘 묘사돼 있었다. 그렇다 보니 시나리오 그대로 영화를 찍으면 그들(군사반란군)의 승리의 기록에 당위성을 부여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손을 놨다. 그런데 그 시나리오를 본 순간부터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10개월이 지나 2020년 여름에 ‘내가 다큐를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싶어 다시 용기를 냈다. 제가 자부하는 건 그 이야기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다는 거였다. 19살 때 총소리를 듣고 나서 장갑차를 쫓아갔는데, 그때 서울 한복판에서 울리던 총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육군참모총장이 납치되는 순간의 사운드를 들은 거다.

처음에는 ‘이거는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 그들이 반란죄 내란죄 등으로 대법원 판결을 받은 데에는 이를 증언한 사람들이 있었다. 생각을 해보니 그들에 맞서서 끝까지 싸운 사람들, 진짜 군인들, 이를 테면 수도경비사령관 같은 이들을 부각시키면 승리의 기록이 아니라 승리를 하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못된 짓을 했는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렇게 시작했다.”

-과거 실제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소송에 휩싸인 영화도 있었다. 실존인물의 이름을 쓰지 않은 건 그런 이유였나.

“실제 이름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다만 원래 시나리오도 좋은데 역사만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게 어려웠다. 역사적 사실보다는 그 순간의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욕망의 드라마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름을 조금씩 바꾸고 하니까 이야기를 만들기가 자유로웠다. 그래서 역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창작의 자유를 택한 거다. 다만 그렇게 하더라도 영화의 마지막에 역사적 상황으로 돌아가면,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이런 상상력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을 (관객이)느껴주시지 않을까 생각했다.”

'서울의 봄'은 '아수라'의 김성수 감독과 황정민 정우성이 다시 호흡을 맞춘 영화로 관심을 모은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은 ‘아수라’의 김성수 감독과 황정민 정우성이 다시 호흡을 맞춘 영화로 관심을 모은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전두광’ ‘노태건’ ‘정상호’ 등 1979년 그날 밤 격변의 현장에 있었던 실존인물들의 이름에서 각 캐릭터의 이름을 만들어냈다. 그 가운데 정우성이 연기한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의 이름은 실제 역사 속 인물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원래 수도경비사령관은 되게 불 같은 분으로 알려져 있다. 제가 만드는 이야기의 이태신은 처음에는 여러 사람과 같이 싸우지만 점점 고립돼 혼자 남는 남자가 되기를 바랐다. 그 당시에는 사령관의 리더라고 하면 마초 같고 거침없는 사나이 느낌인데, 그런 남자보다는 요즘 관객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점잖고 신념이 올곧은 사람의 모습으로 이태신을 그리려고 했다. 그런 수경사령관을 정우성이 하면 감정 이입이 잘 되고, 그 인물의 외로움이 잘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정우성이 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다던데.

“정우성이 ‘헌트’ (12·12 군사반란으로부터 권력을 찬탈한 신군부의 제5공화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를 끝낸 직후여서 처음에는 고사했다. 저는 이미 그 역할에 정우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막연하게 내가 부탁하면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있었다(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은 ‘비트’부터 ‘아수라’까지 4편을 함께 했다). 안 한다고 하기에 집요하게 괴롭히니까 결국 하겠다고 했다.”

-전두광 역에 황정민을 섭외한 이유는.

“‘아수라’ 하면서 연기에 감탄을 했지만, 황정민의 초대를 받아 연극 ‘리처드 3세’를 봤는데 그때 너무 놀랐다.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다시 한번 더 연극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보면서 전두광은 황정민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에 대해 말했듯이 인간은 아침에 착했다가 저녁에 악해지고 진자운동처럼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의 어떤 욕망이 자신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극대화되면 내리막길을 굴러가는 수레바퀴처럼 멈추지 못한다. 그 관성에 의해 원래의 자신을 잃어버리고 무시무시한 욕망의 화신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하면서 황정민에게 ‘당신은 원래 문제 있는 인간이기는 했지만 이 사건을 겪으며 무리의 왕이 되고 그들을 믿지 않지만 그들을 설득하고 마침네 화장실에서 탐욕의 왕으로 웃게 된다’고 말해줬다. 황정민이 그러한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황정민의 특수분장도 화제가 됐는데.

“지나한 과정을 거쳐서 완성된 거다. 황정민에게 ‘나는 이거를 창작화해 바꿀 거니까 목소리를 따라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다만 ‘이 영화는 당신이 맡은 역할로 출발해서 그 사람 때문에 모두 벌어지기 때문에 대머리를 해서 상징적인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발이지만 그 사람한테는 그게 가면이고 의상인 거다. 그랬더니 황정민이 1초 만에 ‘좋다’고 답했다.”

'서울의 봄' 촬영 중 배우들과 얘기하는 김성수 감독.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 촬영 중 배우들과 얘기하는 김성수 감독.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실제와 달리 전두광과 이태신이 마주치는 장면이 나온다.

“제 영화 속의 인물들은 1979년 12월14일로 (이야기가)끝나버린다. 그래서 그 당시의 전두광은 좀 더 인간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전두광이 이태신을 마주보는 장면에서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순간을 느꼈을 거라 생각했고, 그는 그 순간에 다른 친구들과 함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화장실에 가서야 이긴 거라며 스스로를 정당화시키면서 그로테스크하게 웃는다. 전두광이 그 순간 악마가 된 거라고 생각했다. 악당이 탄생한 날이 12월12일 밤이라고 생각했다.”

-반란군과 진압군 등 정말 많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정해인, 이준혁의 특별출연도 인상적이다.

“배우들이 너무 많아 캐스팅과 오디션 과정이 영화 찍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많이 줄였는데도 사건에 중요한 인물만 68명이 나온다. 배역의 이름을 외우는 게 만만치 않았다. 전두광, 이태신 외 인물들은 사실상 작은 역할이고 지방 촬영도 많은데 배우들이 고맙게도 선뜻 참여해줬다. 당시 신군부 세력은 굉장히 똑똑하고 근사하게 생긴 멋진 남성들이었다고 하는데, 제 이야기의 인물들은 엘리트 같은 근사함도 있으면서 욕망에 굶주린 늑대의 무리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에 맞게 배우들을 섭외했다.

정해인은 드라마 ‘D.P’에서 인상적으로 보고 한준희 감독을 통해 섭외했다. 이준혁은 출연을 제안했더니 무슨 역할이든 하겠다고 하더라. 두 배우 모두 현장에서 태도가 좋기로 소문나 있지 않나. 함께 작업해보니 정말 그렇더라.”

-하룻밤 새 벌어진 일이고 그 결말 역시 잘 알려진 사건이어서 영화로 만드는 데 고민점이 많을 것 같다.

“뻔한 결말의 사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하루 동안 굉장히 많은 일이 벌어진다. 그런데 그 많은 일들의 작동 원리는 간단해보였다. 탐욕과 명분, 그 두 가지 작동 기제의 싸움이었다고 생각한다. 탐욕은 더 많은 사람들의 욕심을 자극하고 욕심을 불러온다. 거기서 흘러나오는 떡고물을 먹으려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세를 불렸고, 명분 쪽에 서있는 사람들이 빠져나가 소수의 몇 사람만 그 자리를 지켰다, 그게 제가 생각한 거다. 그렇지 않으면 그 순간 그렇게 무너질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제가 이렇게 해석한 건, 그분들은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로 입을 닫았다. 그들이 입을 닫았기 때문에 제가 그 상황 속에 들어가서 제 해석에 입각해 영화를 만들었다.”

'서울의 봄' 언론배급 시사회 이후 평단과 언론의 극찬이 쏟아졌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 언론배급 시사회 이후 평단과 언론의 극찬이 쏟아졌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12·12 군사반란이라는 소재를 빌려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뭘까.

“그들이 그렇게 똘똘 뭉쳐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나이가 들면서 이런 일들은 수없이 많이 봤다. 그들의 내부에서 늑대의 무리가 모여 자기들끼리 의심하고 걱정하고 설득하고 그런 욕망의 게임 같은 과정이 있었을 거다.

12·12 사건뿐 아니라 우리의 역사든 다른 나라의 역사든 앞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모멘텀에서 결정적 사건이, 우리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판단하고 결정해서 벌어질 텐데, 그게 우리가 기대한 것처럼 대단한 지혜와 안목과 역량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의 순간적으로 느끼는 욕망과 본능과 개인의 영달, 이런 것들에 의해서 즉흥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는, 이러한 제 생각을 관객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 9시간 안에 그들과 같이 움직이면서 그 사람들이 내리는 판단과 결정을 보면서 같이 생생하게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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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정우성은 미스캐스팅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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