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힘 빼기·내 안에서 정답 찾기”…주종혁 ‘만분의 일초’로 배운 자세
배우 주종혁은 지난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얄미운 언행으로 ‘권모술수’라고 불린 권민우를 현실적으로 연기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드라마가 배출한 최대 수혜자가 된 주종혁은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독립영화와 드라마 단역으로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준비된 배우였다.
11월15일 개봉하는 영화 ‘만분의 일초'(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세상에 선보이기 이전에 촬영한 작품으로, 연출을 맡은 김성환 감독은 그가 출연한 독립영화를 보고 캐스팅을 결심했다.
영화는 대한민국 검도 국가대표 최종 선발 라인업에 오른 김재우(주종혁)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황태수(문진승)와 대결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주종혁은 국가대표에 도전하는 검도 실력자인 김재우를 연기했다.
● 적은 대사… 눈빛으로, 숨소리로 감정 드러내
재우는 국가대표 최종 선발을 위해 모인 합숙소에서 어린 시절 자신과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태수를 만난다. 재우는 과거의 트라우마에 자신을 가둬버린 인물이다.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일념, 태수를 뛰어넘어야 하는 목표 때문에 넓게 보지 못하고, 유달리 오른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주종혁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성인이 될 때까지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재우가 안쓰러우면서도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누구나 개인적인 아픔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걸 빨리 잊어버리는 사람인데, 저 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표출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 생각이 들면서 재우를 이해했고 제가 표현을 해서 공감대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만분의 일초’는 대사가 많지 않다. 영어로 대사를 번역하는 한국영화의 경우 보통 자막의 단어가 2000개 정도 들어가지만 ‘만분의 일초’의 단어 자막은 800개 안팎이다.
주종혁은 말보다 눈빛, 숨소리, 힘이 잔뜩 들어간 오른손 등으로 재우의 감정을 표현했다. 특히 검도 영화인 만큼 호면(얼굴과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쓰는 기구)을 쓴 채 연기를 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호면은 철망으로 층층이 이뤄졌는데 본인을 가둬 둔 재우의 감정 상태를 대변한다고 봤어요. 예능 ‘복면가왕’에 출연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가면이 자유를 준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호면을 쓰고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자신감이 생긴 거죠.”
● 두달 동안 검도 연습…”묵상의 매력 빠져”
재우가 검도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여하는 수준급의 실력을 지닌 만큼 주종혁도 두 달가량 검도 훈련에 매진했다. 처음 스텝을 익힐 때 다소 쉽게 느껴졌던 검도였지만, 주종혁은 용인대학교 검도학과 학생들의 대련을 본 뒤 “아예 달랐다”고 돌이켰다.
그는 “기합소리와 바닥에 발 찍는 소리 등 기세가 남달랐다”며 “엄청 역동적인 스포츠라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또 “용인대 학생들과 한달 정도 합숙하면서 많이 물어보고 배웠다”며 “가장 큰 매력은 대결을 한 뒤 끝나고 나서 하는 묵상이었는데 마음이 차분해지는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영화는 늘 오른손에 힘을 꽉 쥐고 살아가는 재우가 상대를 원망하고 싸우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빼는, 찰나의 순간인 만분의 일초를 포착한다. 이는 힘을 빼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주종혁은 “‘만분의 일초’를 찍고 확실히 삶을 임하는 자세를 배웠다”고 고백했다.
“안고 가면 힘들 때가 있잖아요. 모든 걸 꼭 손에 쥐지 말고 자연스럽게 살아가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힘을 풀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어요.”
“남에 대한 시선보다 내 안에서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도 했고요. ‘만분의 일초’에서 재우가 더 이상 태수가 아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안정을 찾은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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