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라워 킬링 문’은 진정한 사랑과 말할 수 없는 배신이 교차하는 서부 범죄극으로 ‘어니스트 버크하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몰리 카일리(릴리 글래드스톤)’의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를 중심으로 오세이지족에게 벌어진 끔찍한 비극 실화를 그려낸다.
극중 ‘몰리’는 부유한 오세이지족 여성이자 ‘어니스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아내로, ‘어니스트’와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를 나누는 인물이다. 릴리 글래드스톤은 ‘몰리’ 역에 몰입하기 위해 오세이지족 원주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오세이지 언어를 배우는 것은 물론 ‘몰리’의 상황에 맞춰 체중 감량까지 하는 등 만반의 노력을 기울였다.
러닝타임 206분에도 N차 유발하는 ‘플라워 킬링 문’… 그 힘은?
단단히 각오하고 봐야하는 영화, 그만큼 묵직한 대서사가 안기는 감동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이 호평 속에 관객의 N차 관람을 이어가고 있다.
러닝타임이 장장 206분에 달해 곳곳에서 ‘인터미션을 달라’고 요구할 정도이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힘있게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거장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 배우들의 열연이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미처 알지 못했던 미국 원주민이 겪은 비극을 다룬 실화를 다룬 ‘플라워 킬링 문’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80대 노장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미국 신대륙 개척기를 펼쳐낸 작품이다. 이와 함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로버트 드 니로라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투톱 페르소나’의 명연기는 관객을 1920년대로 빠져들게 한다.
● ‘충격적인’ 실화의 힘… ‘N차’ 유발
‘플라워 킬링 문’은 1920년대 초반 강제 이주 당한 땅에서 솟아난 석유로 인해 막대한 부를 손에 넣은 원주민 오세이지족에게 일어난 ‘영화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엄청난 재산을 갖게 된 오세이지족은 백인을 기사와 하녀로 두고 부유하게 생활하지만, 마음대로 돈을 쓸 수 없는 금치산자로 묶여 있다. 백인들이 원주민을 구속하려는 장치의 일환. 백인 보증인이 있어야 자신을 돈을 찾아 쓸 수 있는 억압된 상황에서 오세이지족이 연이어 사망하는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긴장은 고조된다.
영화에서 원주민을 죽인 연쇄 살인의 범인은 이들의 돈을 노린 백인들로 묘사된다. 영화 속 설정과 등장인물 대부분은 실화에서 출발했다.
국가가 외면했던 원주민의 비극은 ‘플라워 킬링 문’이 펼친 206분 안에 빼곡하게 담겨있다. 참전 군인인 어니스트(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원주민과의 사업으로 부를 축적한 삼촌(로버트 드 니로)의 부름으로 석유가 치솟는 오세이지족의 마을로 향한다. 그곳에서 많은 재산을 가진 여인 몰리 칼일리(릴리 글래드스톤)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도 한다.
하지만 그와 삼촌은 몰리 자매가 물려받은 드넓은 땅과 재산을 차지하려는 검은 속내를 갖고 있다. 몰리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자매들이 하나둘씩 파멸하는 데 일조한 어니스트의 이중적인 면모,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오세이지족과 백인의 대립까지. 실화라는 사실이 주는 충격 효과는 러닝타임 압박을 견디면서도 영화를 다시 보려는 ‘N차’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
● 감독이 2017년부터 시작한 영화 작업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플라워 킬링 문’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망설이지 않고 힘있게 풀어낸다. 서부 개척 시기에 원주민을 대상으로 자행된 극악한 범죄의 면면을 들추고, 미국의 개척 역사의 이면을 바라본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감독의 색깔은 더욱 분명해진다.
오세이지족과 백인들 사이에서 수십년에 걸쳐 벌어진 비극이 세상에 전파되는 과정을 또 하나의 ‘극 중 극’ 무대로 구연한 장면도 인상적이다. 영화적인 상상을 더한 설정이 아닌, 당시 실제로 오세이지족에게 닥친 비극이 연극 형식의 극을 통해 미국 사회에 알려졌다는 사실을 반영한 연출이다.
‘플라워 킬링 문’은 데이비드 그랜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이 책에 빠진 감독은 2017년부터 영화화 작업에 돌입해 기획과 연출을 준비해왔다.
각본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에릭 로스가 맡았다. 한 인물이 일생을 거쳐 겪는 역사적인 사건들을 다루는 데 탁월한 감각을 보인 작가의 진가는 이번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여기에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긴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잭 피스크 미술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아이리시맨’을 함께 했던 프리에토 촬영감독 등이 합세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대서사극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증명했던 주요 제작진이 ‘플라워 킬링 문’에 전부 모였다.
● 관객 사로잡는 배우들의 명연기…영화를 다시 찾게 하는 이유
배우들의 연기에는 부연 설명이 필요없다. 전 세계가 인정한 두 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이번 영화에서 먹이사슬처럼 얽힌 삼촌과 조카 역으로 만나 오세이지족을 압박하는 인물로 활약한다. 악인에 가깝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원주민 여성 몰리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재산을 탐하는 삼촌의 요구도 거절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인물. 참전 군인의 투박한 얼굴로 시작해 점차 욕망에 휘말리지만 아내를 향한 애틋한 마음도 지닌 복잡한 캐릭터를 맡아, 나이들수록 깊어지는 연기력을 과시한다. 덕분에 내년 미국 아카데미상의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로도 일찌감치 꼽히고 있다.
‘플라워 킬링 문’의 사실상 주인공인 몰리를 연기한 릴리 글래드스톤은 감독이 실제로 원주민 배우들 가운데 찾아 발탁해 리얼리티를 높였다. 릴리 글래드스톤은 물론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로버트 드 니로는 실제 오세이지족의 언어로 이뤄진 방대한 분량의 대사들을 소화하면서 지금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원주민 역사의 어두운 면을 그려낸다.
‘연기 맛집’이라는 상투적이지만, 사실은 절묘한 표현은 ‘플라워 킬링 문’에 적합하다. ‘N차’를 선택하는 관객 상당수가 배우들의 명연기를 다시 감상하려고 나섰기 때문이다.
‘플라워 킬링 문’은 지난 10월19일 개봉해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다.
애플TV+의 오리지널 영화이지만 극장 개봉을 통해 먼저 작품을 선보인 이후 연말께 플랫폼에서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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