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세이지 VS 하야오…美·日 거장의 스크린 격돌
마틴 스코세이지냐, 미야카지 하야오냐. 미국와 일본의 거장 감독들이 맞붙는다.
수많은 걸작을 연출해온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을 통해 노장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25일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공개한다. 두 거장의 스크린 격돌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 스코세이지, 인간 본성 탐구한 거장의 품격
데이비드 그랜 작가가 10여년에 걸쳐 저술한 논픽션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국내 발간 제목은 ‘플라워 문’)을 원작으로 하는 ‘플라워 킬링 문’은 20세기 초 석유로 갑작스럽게 막대한 부를 거머쥐게 된 미국 인디언 원주민 오세이지족에게 벌어진 잔혹한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할 때 소감으로 밝힐 정도로 가슴에 새긴 “가장 개인적인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의 주인공인 스코세이지 감독은 폭력과 비정함 속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해오며 그간 ‘택시 드라이버'(1976년) ‘분노의 주먹'(1980년) ‘좋은 친구들'(1990년) ‘에비에이터'(2004년) ‘디파티드'(2006년) 등 수많은 명작을 선보여왔다.
감독은 이번 ‘플라워 킬링 문’을 통해서는 비극적 연쇄살인을 통해 인간의 탐욕을 고발한다. 동시에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백인들이 인디언 원주민을 어떻게 말살해 가는지를 보여주면서 ‘이민자의 국가’로 통하는 미국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영화는 20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오세이지족의 비극적 역사 실화를 화면 위에 흡입력 있게 담아내며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성을 파고드는, 80대 거장의 변하지 않은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각본은 ‘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을 거꾸로 간다’ 등의 에릭 로스가 맡았다.
여기에 스코세이지 감독의 ‘페르소나’로 꼽히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로버트 드 니로의 흡입력 강한 열연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이번 영화의 제작자로도 나섰다.
화려한 진용에도 박스오피스에서의 기세는 다소 약한 편이다. 개봉 첫날인 19일 1만2992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고, 22일까지 누적관객 수는 6만9896명이다.
다만 ‘플라워 킬링 문’이 곧 OTT 플랫폼 애플TV+를 통해 공개될 작품이란 사실을 고려하면, 단순히 극장 박스오피스 수치만으로만 작품의 성패를 평가할 수 없는 ‘특수성’을 지녔다.
‘플라워 킬링 문’은 애플TV+가 2억달러(한화 약270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어 만든 오리지널 영화다. ‘극장 선개봉, OTT 후공개’ 방식을 택한 만큼 극장을 찾는 대신 OTT 공개를 기다리는 관객도 상당수다. 영화의 애플TV+ 공개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연내 공개가 유력하다.
● 하야오, 독보적 스토리텔링과 영상미의 대가
오직 극장 상영으로 승부하는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화력은 시작부터 남다르다.
하야오 감독이 2013년 ‘바람이 분다’ 이후 무려 10년 만에 선보이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지난 7월 일본 개봉 당시 어떠한 홍보나 마케팅 없이 개봉을 추진했고, 한국 개봉에서도 이 같은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영화는 언론·배급시사회 등 별도의 시사회 없이 곧바로 개봉한다. 작품을 알리기 위한 여러 홍보 대신 순수하게 작품 그 자체로 관객과 소통하고 평가받겠다는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의 뜻이 담긴 결정이다.
하야오 감독과 스튜디오 지브리의 뚝심있는 방침은 오히려 많은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높이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23일 오후 2시30분 기준 영화의 실시간 예매율은 63.5%에 달한다. 예매관객 수는 19만5045명이다. 감독의 신작을 기다려온 팬들이 빠르게 응집한 결과로, 2위인 ‘용감한 시민'(예매율 8.4%·예매관객 2만5914명)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우위의 수치가 확실히 드러난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신비로운 세계에 우연히 발을 들인 소년 마히토가 미스터리한 왜가리를 만나 겪는 시공초월 판타지 영화다.
‘이웃집 토토로'(2001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년) ‘천공의 성 라퓨타'(2004년)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년) ‘벼랑 위의 포뇨'(2008년) 등 독보적인 스토리텔링과 영상미로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덤을 지닌 하야오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예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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