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부산국제영화제에 온 ‘미나리’ 정이삭 감독과 그의 가족들
할리우드에서 ‘코리안 아메리칸'(한국계 미국인)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에서 여전히 소수자인 이들의 약진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인 저스틴 전 감독은 하지만 “굳이 (그렇게)범주를 묶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오픈토크가 열린 가운데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과 ‘자모자야’를 연출한 저스틴 전 감독 그리고 ‘콜럼버스’와 ‘서치’의 주연 존 조와 ‘미나리’와 ‘버닝’의 스틴븐 연이 나란히 무대에 나섰다. 이들은 현재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미국영화계 주역들로 꼽힌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코리안 디아스포라’는 최근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이들 감독과 배우들의 작품 세계를 좀 더 심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미국영화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이날 저스틴 전 감독은 “아티스트로서 나의 생각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저스틴 전 감독은 ‘푸른호수’와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를 연출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그는 “미국에 살고 있는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10년간 그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했고,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노력했다”면서 “최근에 코리안 아메리칸, 아시안 아메리칸이라는 그룹으로 묶어서 스토리텔링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자문했다. 그저 스토리로 감명을 주는 것이 좋은 작품이 아닌가 싶더라”며 달라진 심경을 고백했다.
이어 “내가 나와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많은 공감대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출자로서 그들의 입장이 돼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며 “국적과 인종을 떠나 보편적인 감정과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분들도 미국 인디언들의 설움을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굳이 범주를 만들어서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서 싸우는 것보다 그들을 위해, 서로를 위해 싸운다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정이삭 감독은 “미국 소도시에서 자랐고, 동부로 대학을 가서 영화 공부를 시작했다. 고민도 압박도 많았던 시기를 거쳐 관점이 변화했는데,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역량, 가치, 지식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들이었다. 요즘은 진지하기보다는 영화 만드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재미있게 작업하려고 한다. 그만큼 관객들도 즐거워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이날 네 명의 참석자들은 저마다 이번 영화 축제에 참여하게 된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다섯 번째 영화제”라는 정이삭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를 사랑하고 다시 올 수 있어서 기쁘다”고 감격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우리들은 미국에서도 소수자 중 소수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우리들이 작품을 들고 와서 지지와 응원, 열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특별하다”며 감회에 젖었다.
스티븐 연은 “이 무대에 함께하는 감독, 배우들과 연결되는 느낌”이라며 영화제를 통해 ‘연결고리’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존 조도 “연기를 할 때 촬영장에서 혼자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는데, 이렇게 영화제에 오면 내가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것을 느낀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관련한 특별한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 정이삭 감독은 “2007년 영화제에서 쌓았던 추억을 말씀드리고 싶다. 나의 영웅은 이창동 감독이다. ‘오아시스’와 ‘밀양’을 정말 좋아한다. 당시 부산의 한 호텔에서 이창동 감독을 만났는데, 정말 떨렸다. 이 감독이 커피 마시는 걸 지켜봤는데 그도 인간이라는 걸 걸 알 수 있었다”면서도 “어제 이 감독을 만났는데 여전히 떨렸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코리안 디아스포라’에서는 올해 선댄스영화제 화제작인 유태오 주연의 ‘패스트 라이브즈’, 저스틴 전 감독의 ‘자모자야’, 윤여정에게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연맹상 수상작인 이창동 감독의 ‘버닝’, 존 조가 출연한 ‘콜럼버스’, ‘서치’까지 6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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