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개봉하는 이혜영 주연의 영화 ‘파과’가 여성 서사의 새 지평을 열지 관심을 모은다. ‘파과’는 60대 여성 킬러가 주인공인 액션 누아르 물. 액션 장르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파과’의 허를 찌른 선택은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강력한 무기다.
‘파과’는 40여년 간 청부살인을 업으로 살아온 60대 킬러 조각의 이야기다. 조각은 한때는 대모로 불리며 전설적인 존재로 떠받들어졌지만 이제는 늙고 병든 처지. 그런 조각에게 난생 처음 지켜야 할 존재들이 생겨나고 이들을 위협하는 젊은 30대 킬러 투우가 나타나 그에게 도전장을 내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혜영이 60대 킬러 조각을, 김성철이 30대 킬러 투우를 연기했다.
●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여성 액션 서사’
‘파과’는 이혜영이 연기하는 조각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펼쳐가는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이혜영이 2002년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에 이어 20여년 만에 액션에 도전해 60대 여성 배우도 액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다. 극중 조각은 노화로 인한 불편함이 있지만 연륜을 통한 노련함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치명상을 입히는 절제된 액션을 선사한다. “‘피도 눈물도 없이’ 때 익힌 액션이 ‘파과’의 촬영에 도움이 됐다”는 이혜영은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 투혼까지 펼치며 이번 작품을 완성했다.
‘파과’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겪으며 점점 더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대작과 남성 중심의 작품에 집중되는 업계의 분위기 속에서 보기 드문 여성 액션 영화이다. 특히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여성 킬러를 주인공으로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참신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 전망이다.
이전에도 여성 액션 서사는 있었으나 볼거리와 이야기를 모두 만족시키는 작품은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파과’는 베스트셀러로 검증된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데뷔작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부터 ‘내 아내의 모든 것’ ‘허스토리’ 등의 작품을 통해 여성 서사 작품에서 탁월한 연출 실력을 과시한 민규동 감독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은다.
민규동 감독은 “‘파과’는 복수와 화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상실을 딛고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나이가 있어도 쓸모와 가치를 찾아가는 캐릭터(조각)를 통해 삶의 의지를 관해 말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 여성 액션 누아르 영화 어떤 작품 있나
‘파과’에 앞서 여성 액션으로 주목받은 작품들이 있다. 정병길 감독의 ‘악녀’, 박훈정 감독의 ‘마녀’ 시리즈, 변성현 감독의 ‘길복순’이 대표적인 예다. 2017년 개봉한 ‘악녀’는 자신의 과거에 얽힌 끔찍한 비밀을 마주하고 복수에 나서는 킬러 숙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김옥빈이 주인공 숙희로 변신해 고난도 액션을 펼쳤다. 특히 1인칭 시점의 액션과 오토바이 추격 액션 장면은 한국 액션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봉한 그 해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기도 하다.
‘악녀’의 여성 액션은 2018년 개봉한 ‘마녀’와 2022년 개봉한 ‘마녀 파트2. 디 아더 원’의 ‘마녀’ 시리즈가 이어갔다. ‘마녀’ 시리즈는 유전자 조작 프로그램을 통해 인간 병기로 길러진 소녀들에 관한 이야기로 한국형 여성 슈퍼히어로의 탄생을 알렸던 작품이다. ‘마녀’가 318만명, ‘마녀 파트2. 디 아더 원’이 280만명으로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두며 이 작품으로 김다미와 신시아, 걸출한 신예를 발굴해냈다.
2023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된 ‘길복순’은 ‘파과’보다 먼저 “배우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작품이다. ‘길복순’은 전설적인 킬러이자 사춘기 딸을 키우는 싱글맘 길복순의 은밀한 이중생활을 그린 이 작품으로, 전도연은 킬러와 엄마 사이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는 타이틀롤 길복순을 공감 가게 연기했다. ‘길복순’은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선사하며 50대에 액션에 도전한 전도연을 다시 주목하게 했다. 지난 2023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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