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사가 없이 동물들의 숨소리와 행동으로만 모험의 이야기를 꽉 채운 애니메이션 ‘플로우’가 개봉 한달이 지났는데도 꾸준히 관객의 선택을 받고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동물들의 작은 행동만으로도 전해지는 연대와 사랑의 힘이 관객에 뭉클한 위로를 선사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개봉한 ‘플로우’가 24일까지 16만9079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동원했다. 신작이 꾸준히 개봉하는 가운데서도 독립·예술영화 부문 일일 순위 3위를 지켰다. 올해 독립·예술영화 누적 관객으로 범위를 넓히면 ‘퇴마록’과 ‘콘클라베’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잦아들지 않는 관심에 힘입어 개봉 6주째에도 일일 관객 1000여명 수준을 유지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플로우’의 장기 상영을 이끄는 핵심 관객층은 ’30대 여성’이다.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CGV가 집계한 예매 분포에 따르면 25일 오후 4시 기준 ‘플로우’의 연령별 예매 비율은 30대에서 가장 높은 33.4%를 나타내고 있다. 이어 40대가 29.9%를 기록 중이다. 20대(20.9%)와 50대(14.5%), 10대(1.4%)의 예매 분포와 비교하면 30대의 집중적인 선택이 눈에 띈다. 성별 분포에서는 여성(63.9%)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감성적인 애니메이션을 선호하는 여성 관객, 그중에서도 30대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수치다.
실제 영화를 본 관객들이 점수를 부여하는 CGV골든에그지수에서도 ‘플로우’는 25일 기준 97%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독립·예술영화로 성과를 낸 3편의 대표작 ‘퇴마록’의 96%, ‘콘클라베’의 98%와 비슷하다. 관객의 높은 만족도가 장기 상영 및 흥행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다.

‘플로우’는 인간이 살던 흔적만 남은 세상에서 혼자 집을 지키던 검은 고양이가 갑자기 시작된 대홍수를 피해 낡은 배에 올라타면서 겪는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배에 먼저 타고 있던 카피바라를 비롯해 골든 리트리버와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가 각자의 사연을 품고 배에 오른다. 종이 다른 이들은 처음엔 서로의 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해 낯설어 하지만 위기를 함께 겪으면서 점차 변화하기 시작한다. 서로 다른 종류의 동물들이 그 차이를 극복하고 연대하는 과정이 인간 사회에 그대로 대입해도 될 정도로 깊은 울림을 주고, 대홍수에 맞선 이들의 모험은 뜻밖의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라트비아의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이 연출한 ‘플로우’는 지난 3월 열린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디즈니와 픽사 등 할리우드의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단 한번도 대사가 나오지 않고, 오직 동물들의 행동과 그 행동에서 파생되는 소리, 자연에서 비롯된 소리로만 이뤄진 작품으로 독창성을 갖췄다. 관객들은 영화가 선사하는 ‘무언의 감동’에 주목하고 있다. SNS 등에서는 영화의 명대사로 주인공 고양이가 내는 “야옹”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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