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이큰’에 리암 니슨이 있다면, ‘파과’에는 이혜영이 있다”던 김성철의 제작보고회 발언은 빈말이 아니었다. 이혜영이 킬러로 변신해 ‘테이큰’의 리암 니슨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액션을 펼친다. 이혜영의 연륜이 밴 감성 액션을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파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파과’는 구병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60대 여성 킬러가 주인공이다. 주인공 조각은 인간 쓰레기를 처리하는 살인청부업체 신성방역의 대모. 한때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동시에 부러워하는 전설적인 존재였으나 지금은 늙고 병들어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
그런 조각 앞에 청부살인 업계에서 한창 떠오르는 젊은 킬러 투우(김성철)가 나타난다. 투우는 계속해서 조각의 주변을 맴돌고 조각은 투우에 대한 경계심을 놓지 않는다. 사실 투우는 어린 시절 조각에게 아버지를 살해당해 그 이후로 지금까지 조각을 찾아다닌 인물. 그렇지만 조각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투우의 관심은 복수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조각이 큰 부상을 당하고, 유기견 때문에 인연을 맺은 동물병원 원장 강선생(연우진)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 일로 강선생과 그의 어린 딸이 위험에 빠진다. 조각은 킬러로서 “지켜야 할 것을 만들지 말자”고 했던 스승과 맹세를 깨고, 두 사람을 지키기 위해 늙고 성치 않은 몸을 움직인다. 그런 조각의 모습이 못마땅한 투우는 강선생과 그의 딸을 위협하며 조각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영화의 제목인 파과는 흠집이 난 과일을 뜻한다. 흠집이 생긴 과일은 아무리 맛이 달고 맛있어도 제값을 받기가 어렵다. 흠집이 난 과일은 늙어서 퇴물 취급 받는 주인공과 닮아 있다. 영화는 노화로 쓸모를 잃는 주인공을 통해 나이 듦과 상실에 대해 진지하게 사유하게 한다. 그렇지만 “보기에는 이래도 맛은 똑같다”며 강선생의 장모가 조각에게 멀쩡한 복숭아와 함께 상처 난 복숭아를 덤으로 건네면서 하는 극중 대사는 인생의 의미를 곱씹게 하며 여운을 준다.
홍상수 감독의 ‘여행자의 필요’ 등 독립·예술 영화에 주로 모습을 비쳤던 이혜영은 이번 작품으로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 변신을 했다. 1962년생으로 실제 60대인 이혜영은 조각을 통해 거친 액션을 소화해내면서 나이 듦의 서글픔과 두려움을 공감 가게 그려낸다. 특히 후반부 김성철과 사이에서 보여주는 감정 연기는 이혜영의 연륜과 품격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캐릭터의 신선함에 비해 이야기가 흘러가는 과정은 신선함이 부족해서 아쉽다.
그럼에도 이혜영의 파격 변신과, 이혜영과 김성철의 감성을 건드리는 액션, 세월의 무게를 곱씹게 하는 이야기와 메시지는 ‘파과’의 매력적인 요소임이 분명하다. 영화는 앞서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브뤼셀 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감독 : 민규동 / 출연 :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김무열, 신시아 / 제작 : 수필름 / 배급 : NEW / 장르 : 액션 / 개봉일: 4월30일 /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22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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