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이 전해지면서 새로운 교황을 뽑는 선거 과정을 다룬 영화 ‘콘클라베’에 다시금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1일 ‘콘클라베’는 920명의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7위에 올랐다. 전날 12위에서 5계단이나 상승한 기록으로 누적 관객 수는 27만5716명이다. 지난 3월5일 개봉한 이 영화는 박스오피스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나 21일 교황청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발표한 계기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부터 12년간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의 정신적 지도자로 자리해왔다. 지난 2월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했으나 3월에는 38일간의 치료를 마치고 퇴원하며 건강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기에 그의 선종 소식에 전 세계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이와 함께 차기 교황 선출을 둘러싼 관심이 고조되며 교황 선거의 과정을 그린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콘클라베’에도 자연스럽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라틴어로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을 뜻하는 콘클라베는 새 교황을 선출을 위해 전 세계의 추기경들이 바티칸 시국의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채 비공개로 진행하는 선거 절차를 말한다. 한 명의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투표는 반복되며 과반수 득표를 한 인물이 새 교황으로 지명된다.
● ‘과연 무리를 이끄는 완벽한 리더가 존재할 수 있는가’ 질문
‘콘클라베’는 영국 정치 칼럼니스트 출신인 로버트 해리스 작가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작가는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실제 콘클라베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을 썼다. 공교롭게도 ‘콘클라베’의 개봉과 맞물려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영화를 향한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이 작품은 교황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신임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바티칸에 모인 추기경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과 정치적 음모를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으로 그렸다. 국적과 이념이 다른 추기경들이 파벌을 형성하고, 유력한 후보를 향한 지지와 견제가 교차하는 가운데 과연 누가 ‘신의 대리인’으로 선택될 수 있을지의 긴장감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뤘다. 각종 추문과 비리가 속속 드러나는 과정은 종교라는 권위 뒤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을 들여다보게 했다.
‘쉰들러 리스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으로 잘 알려진 배우 레이프 파인스가 신임 교황 선출 과정을 총괄하는 추기경 단장 로렌스 역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그는 사제를 시켜 후보자의 정보를 취합하거나 직접 행동에 나서는 등 콘클라베를 통해 가장 이상적인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영화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과연 무리를 이끄는 완벽한 리더가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한정된 공간에서 투표 장면이 반복적으로 이어지지만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긴장감을 놓지 않는 연출로 몰입도를 높였다.
탄탄한 전개에 힘입어 ‘콘클라베’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했다. 또한 골든글로브 각본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각색상·최우수 영국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작품성을 입증했다.
작품의 만족도는 평점으로도 확인된다. 실제 관람객의 평가를 토대로 한 CGV 골든에그지수에서 ‘콘클라베’는 22일 기준 98%를 기록 중이다. 누적 관객 27만여명은 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외국 독립·예술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이기도 하다. 일부 관객들 사이에선 이 작품이 아이돌 멤버를 선출하는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연상케 한다며 ‘교황 프로듀스 101’이라는 애칭까지 붙이며 흥미와 애정을 함께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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