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윤여정이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영화 ‘결혼피로연’ 개봉을 앞두고 미국 영화 매체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맏아들이 동성애자라고 밝히고 아들과 겪은 실제 경험을 영화에 녹여 냈다고 말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배우로는 최초로 영화 ‘미나리’를 통해 2021년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고 애플TV+의 ‘파친코’ 시리즈로도 글로벌 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가 20년 넘도록 밝히지 않은 개인사를 고백하면서 그의 새 영화 ‘결혼피로연’을 향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혼피로연'(The Wedding Banquet)은 지난 1993년 개봉한 동명의 대만영화가 원작이다. 리안 감독이 연출한 원작은 그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은 물론 금마장시상식에서 최우수 장편영화상 등을 수상하면서 대만영화를 세계에 알린 명작이다. 이를 통해 인정받은 리안 감독은 ‘와호장룡’과 ‘브로큰백 마운틴’ ‘색, 계’ 등으로 작품 활동을 이었다.
이를 리메이크하는 ‘결혼피로연’은 영주권을 얻으려고 여성과 위장 결혼하려는 게이 남자 민이 주인공이다. 윤여정은 민의 할머니 역으로 극을 이끈다. 손자 민은 배우 한기찬이 연기한다. 웹드라마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로 데뷔해 ‘아일랜드’ 등 드라마에서 경력을 쌓은 신인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조안 첸, 릴리 글래드스톤, 켈리 마리 트란, 보웬 양 등 배우가 출연해 동성애자 자녀와 그 부모의 이야기를 그린다.
윤여정은 ‘미나리’에 이어 이번 ‘결혼피로연’으로 할리우드 영화 주연을 다시 맡았다. 처음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과 손을 잡고 미국에 정착한 이민 1세대의 삶과 그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두번째 주연작에서는 동성애자인 손자를 둔 할머니로 이국의 땅에서 차별의 상황에 놓인 가족을 보듬는 모습을 보인다. 연출은 한국계 미국인인 앤드루 안이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3를 연출한 감독으로, 이번 영화의 각본까지 직접 쓴 그는 실제 동성애자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에 녹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지난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고, 지난 18일(현지시간) 북미에서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 “네가 어떤 모습이든 너는 나의 손자야”
윤여정은 ‘결혼피로연’에 아들과 겪은 자신의 일들도 대사로 풀어냈다고 밝혔다. 19일 미국 영화매체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그는 손자와 할머니의 대화 장면을 두고 “아들과 실제로 나눈 이야기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네가 어떤 모습이든 너는 나의 손자’라는 대사다. 이는 윤여정이 실제 장남에게 건넨 말이라고 덧붙였다. 감독은 당초 윤여정을 주인공 민의 엄마로 설정해 캐스팅했지만, “그러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고 부담스러워한 윤여정의 뜻을 반영해 할머니와 손자 사이로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이 보다 앞서 지난해 5월 미국 LA 아카데미영화박물관에서 ‘미나리’와 ‘화녀’ 등 주연작 8편을 상영하는 회고전 개최 당시 윤여정은 미국 영화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결혼피로연’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내 아들이 한국계 미국인이어서 공감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한국계 소수자로 살아가는 영화의 주인공 민, 그 이야기를 쓴 감독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다는 뜻이다. 영화에 출연한 이유가 동성 결혼을 한 아들을 염두에 둔 선택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발언이다.
윤여정은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간혹 패션 일에 종사하는 아들에 대해 언급하거나 미국에서 자신의 일을 돕는 아들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지만 영화 개봉을 앞두고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아들의 커밍아웃 사실을 공개하기는 처음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당시 “제가 열심히 일하게 만든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며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라고 밝히면서 두 아들의 이름인 ‘얼’과 ‘늘’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에 커밍아웃 사실을 공개한 맏아들은 지난 2000년 뉴욕에서 가족이 모인 가운데 동성 결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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