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은 인간 사이의 아름다움을 그려요. 1년 동안 촬영하면서 아주 즐거웠어요. 실제로 제 나이를 생각했을 때 저의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죠. 그러니까 감사했고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흡족하게 마무리된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JTBC 새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으로 2022년 tvN ‘우리들의 블루스’ 이후 3년여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배우 김혜자는 담담하면서도 깊은 감정으로 복귀 소감을 밝혔다. 18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천국보다 아름다운’ 제작발표회에서 김혜자와 손석구, 한지민, 이정은, 천호진, 류덕환 그리고 연출자인 김석윤 PD가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밝혔다.
삶의 끝에서 시작되는 두 번째 부부 생활을 그리는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80세의 모습으로 천국에 도착한 이해숙(김혜자)이 30대 청년의 모습으로 젊어진 남편 고낙준(손석구)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JTBC ‘눈이 부시게’ 김석윤 PD와 이남규·김수진 작가 그리고 김혜자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눈이 부시게’는 시간과 인생의 소중함에 관한 이야기로 수많은 이들의 인생 드라마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이날 김석윤 PD는 “이 작품은 김혜자 선생님을 기획단계부터 정해놓고 만들었다. 이남규, 김수진 작가는 본인들이 쓰던 대본을 중단하고 ‘김혜자 프로젝트’에 올라탔다”면서 “어떻게 하면 김혜자라는 배우가 모든 걸 쏟아부울 수 있는 판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야말로 ‘김혜자 맞춤형’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주인공들의 사후 세계, 천국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천국보다 아름다운’의 차별화가 돋보인다. 드라마에서 천국은 영원히 머무는 낙원이 아니라 각자가 선택한 모습과 방식으로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공간이다. 푸른 초원과 햇살 가득한 집들로 채워진 이상적인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삶에서 미처 정리하지 못한 감정과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머무른다. 드라마는 ‘죽음’을 단순히 삶의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으로 바라보며 사후 세계를 배경으로 삶과 인연, 성장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김석윤 PD는 “천국과 지옥이 나오지만 지옥은 한 회 분량 정도이다. 절대 가고 싶지 않은 무시무시하고 지긋지긋한 분위기로 연출하려고 했다. 대부분은 천국이라는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판타지로만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드라마 속 천국을 “현실과 비슷하게 설정해 이승에서 미쳐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의도적인 부자연스러움도 더했다. 아름답지만 이질적인 분위기의 배경도 등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손석구는 김혜자 ‘픽’…”정말 남편처럼 버텨줘”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국민 배우’ 김혜자의 출연만으로도 큰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극중 그는 천국에서 젊어진 남편과 재회하는 팔순의 아내 이해숙을 연기한다. 아픈 남편으로 인해 세상에 내던져진 해숙은 생전 ‘일수 바닥’을 주름잡는 백전노장의 싸움꾼으로 세상과 타협 없이 살아왔다.
김혜자는 “해숙은 남편에 대한 애정이 끔찍하다. 남편이 갑자기 사고를 당해서 아무 준비 없이 험한 세상에 나선다. 얼마나 힘들었겠나. ‘당신은 지금이 제일 예뻐’라는 남편의 말을 믿고 80세의 나이로 천국에 가는데 남편은 혼자 젊어져 있는 거다. 얼마나 얘기가 많겠나. 시청자들이 분명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석윤 PD에 대한 애정도 함께 드러냈다. “전 이분을 참 좋아한다”면서 “김석윤 감독이라고 해서 바로 ‘한다’고 했다. 이후 시놉시스를 읽어보니까 얘기도 재밌을 것 같다.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낙준과의 인연은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아름다움이라서 마음에 와 닿았다”고 고백했다.
손석구가 연기하는 낙준은 천국의 우편배달부이자 해숙의 젊은 남편이다. 천국에서 오랜 시간 아내를 기다린 남편으로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지만 젊게 변하면서 노년의 아내와 아이러니한 신혼 생활을 겪게 된다. 손석구는 실제로 나이 차이가 42살 나는 김혜자와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그는 “김혜자 선생님이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면서 “누군가와 부부연기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있었지만 상대역이 선생님이라 어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석윤 PD는 “출연하기로 다음에 셋이서 식사 자리를 마련했는데 소개팅 자리인 줄 알았다. 그때 분위기 보고 ‘됐다’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현장에서도 나이 차가 느껴지지 않는 부부의 그림이 나왔다. 초반에 손석구씨한테 현실의 대선배에 대한 배려와 극중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배려가 혼동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주문은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얘기한 적은 없다”고 짚었다.
낙준 역할은 김혜자가 직접 손석구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자는 “‘나의 해방일지’를 보면서 ‘저 사람 참 좋은 배우구나’라고 느꼈다“면서 “그래서 김석윤 감독이 남편 얘기를 할 때 ‘그 사람이 했으면 좋을 것 같아’라고 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리드를 잘해줬다. 정말 남편처럼 옆에서 잘 버텨줘서 감사하다“고 고마워했다.
‘대선배’ 김혜자의 칭찬에 손석구는 잠시 말을 멈췄고 “영광”이라면서 감격해 했다. 그는 “어느날 감독님이 전화해서 ‘혜자 선생님이 너를 직접 픽했어’라고 얘기했다. 그때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고 있었다. 정신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 “연기가 좋고 행복하다”는 김혜자의 고백
‘김혜자 프로젝트’라고 부를 정도로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김혜자를 중심으로 한 작품이다. 실제 한지민과 이정은은 김석윤 PD에게 요청해 ‘없던 배역’까지 만들어가면서 작품 출연 의지를 드러냈다. 김 PD는 “한지민과 이정은씨는 본인들이 ‘김혜자 선생님을 지켜야 된다’고 하더라.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두 분이 참여함으로써 드라마가 많이 풍성해졌다. 우발적으로 탄생된 케이스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있는 캐릭터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1941년생으로, 현재 만83세의 김혜자는 여전히 현역에서 많은 후배들의 존경을 받으며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혜자는 “하고 싶은 것이 연기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저는요. 하고 싶은 것도, 관심도 연기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그냥 이것밖에 몰라요. 다른 거 하라고 하면 아마 ‘빵점’일 거예요. 그냥 연기하는 게 제일 좋고 행복하죠. 김석윤 감독님 같은 분들이 도와주니까 연기하기가 수월했어요. 너무나도 감사해요.”
“제 나이를 생각했을 때 저의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김혜자의 말에 MC 박경림은 “다음 작품에서 꼭 뵙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이에 김혜자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미소 지었다. 그렇기 때문에 김혜자는 작품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도 함께 보여줬다. 그는 “보고 나서 절대로 후회하지 않고 다음 회가 보고 싶을 것”이라며 “제가 보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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