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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87%] 영화 ‘해피엔드’, 청춘이 일으킨 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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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피엔드’의 유타를 연기한 쿠리하야 하야토(왼쪽)와 코우를 맡은 히다카 유키토. 사진제공=영화사 진진 

근미래 일본 도쿄의 고등학생 유타(쿠리하야 하야토), 코우(히다카 유키토)는 몰래 클럽 뒷문으로 들어가는 대담한 시도를 할 정도로 디제잉에 관심이 많다. 어릴 때부터 친구인 두 사람은 교내 음악연구 동아리에서 야타(하야시 유타), 밍(시나 펭), 톰(아라지)과 함께 자유로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늦은 밤 학교 동아리방에 몰래 잠입해 음악을 듣기도 한다. 그날 유타와 코우는 친구들이 잠든 사이, 교장 선생님 나가이의 자동차를 세로로 세워두는 발칙한 장난을 한다.

무심코 한 두 사람의 행동은 어마어마한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범인을 찾지 못한 학교 측에서 안전을 위해 AI 감시 시스템을 도입한다. 복도 곳곳에는 카메라가 설치되고 정문에는 커다란 모니터가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이미지를 띄운다. 교칙을 위반하면 고유한 인식코드를 통해 자동으로 벌점이 부과된다. 반발심이 들지만 따르는 수밖에는 없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친구들의 일상과 우정은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2023년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를 연출한 네오 소라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해피엔드’는 일본의 낡은 지형도를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를 배경 삼아 해체한다. 일본의 지리적 특성에 의해 지진의 강도와 빈도수가 잦은 일상, 그에 따라오는 시스템에 학교와 국가를 대입한다. 중간중간 나오는 뉴스 보도에서 총리는 대지진을 우려해 유사시 결정권을 지니는 대국민 긴급사태조항을 선포하고, 이에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반대한다. 경찰과 대치하는 대규모 폭동으로 확산되는 모습도 끼어든다. 

영화는 지진을 일종의 재난적 요소로만 활용하지 않는다. “역사를 보세요. 대지진 때마다 불법 입국자와 범죄 세력이 늘었어요”라는 총리의 말은 오래된 위협의 그림자다. 네오 소라 감독은 “일본에서는 대규모 지진이 사회적 전환점으로 작용”하며 “반복되는 인종차별의 패턴”이라고 바라본다. 그 일환으로 이번 영화에서는 1923년 관동 대지진과 조선인 학살 사례를 깊게 탐색하기도 했다. 민족 단일화를 위한 통제 수단은 오프닝 시퀀스의 점멸등처럼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한다. 

유타(쿠리하야 하야토), 코우(히다카 유키토)의 장난으로 인해 학생들이 모여든 모습. 사진제공=영화사 진진 

● 발칙한 장난이 학교를 흔드는 지진으로 

뿌리는 대만이지만 중국어에 서투른 밍과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미국인 아버지가 있는 땅 디트로이트에 간다는 톰, 그리고 재일한국인 코우는 4대째 일본에 거주하고 있지만 완전한 자국민이 될 수 없다. 누군가 코우의 부모가 운영하는 가게 앞에 ‘비국민'(非國民)이란 낙서로 혐오감을 표시해도 이를 지워야 할 뿐이다. 집단 안에선 부각되지 않던 개인의 식별코드는 이제 모든 곳에 스며든다. 

영화에서 경찰은 따로 지문 조회를 하지 않아도, 기기만 가져다대면 타인의 이름과 개인정보를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유타와 코우를 스캔하는 장면은 두 번 나온다. 같은 교복을 입고 있어도 카메라에 얼굴이 인식되는 이상 코우는 고등학생이 아닌 재일한국인으로 증명 서류를 제시해야 한다. 법률상 매번 소지하지 않아도 되지만, 일방적인 요구를 받게 된다. 잘못이 없다고 따지다가 도망치던 초반부와 달리 수긍하고 집까지 경찰과 동행하는 코우의 태도는 깊숙하게 뿌리박힌 시스템에 반기를 들기란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학교에 방문한 자위대의 특강은 “귀화를 하지 않은 학생은 안 들어도 된다”는 엄연한 분류 방식이 된다. 선택권은 없으며, 지정된 고유 번호가 불리는 순간 교실 밖을 나가야만 한다. “만약 대학에서 유타를 만났다면 친해질 수 있었을까?”라는 코우의 반문에도 씁쓸함이 배어있다. 그들의 발칙한 장난은 학교 전체를 뒤흔드는 지진이 되어 지층 아래에 꼭꼭 숨겨뒀던 미동을 강한 진동으로 뒤바꾼다.

학교 내부에 AI 감시 시스템이 도입된다. 사진제공=영화사 진진 

● 시스템의 사각지대로 향하는 감독의 시선 

네오 소라 감독이 정치·국가적인 담론을 청소년들의 비행과 엮은 이유는 미약하지만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의 빛을 보고자 함이 아닐까. 

코우와 유타는 AI 감시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찾는다. 동아리방이 폐쇄되고 장비가 빼앗겼을 때, 지진 경보 소리로 교란시키고 카메라로 손바닥을 가리면서 교무실에서 열쇠를 찾아온다. 또는 학교 담벼락에서 담배를 피우는 유타를 보고 야구부 주장은 꽁초를 빼앗는데, 카메라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피운 터라 시스템이 인식하는 것은 야구부 주장의 손이다. 

‘해피엔드’는 시스템 자체를 파괴하겠다는 혁명적인 시도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논한다. 사실 거리에 CCTV가 깔려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감시는 매일같이 인식하진 못하지만 현실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줄곧 이미지와 소리, 빛과 어둠의 교란으로 그 틈새를 파고든다. 유타가 스피커로 틀어둔 고양이 소리로 경비 아저씨는 한눈을 팔고, 관객들은 먼저 제시된 대화 장면과 불일치하는 목소리로 혼란을 겪는다. 어쩌면 소리의 불확실성과 이미지의 확실성 사이의 경계에서 하나의 방법론을 찾는 것 같기도 하다.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연출된 지진 장면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진 재난 경보가 울리면 사람들은 잠자코 주변을 살피다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본다. 책상이 흔들리고, 물건들이 떨어지는 공간 안에서 모든 소리를 음소거된다. 선명함이 주는 구속보다 지워져있는 상태의 가능성을 보는 듯하다. 대체로 풀숏, 롱숏으로 인물들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로 카메라 구도가 반복되는 이유와도 같다. 하지만 이는 완전한 대체제가 되지는 못한다. 

18살, 고등학교 졸업으로 교내 음악연구 동아리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매일같이 붙어다니고, 다음날 학교에서 만나는 익숙한 루틴에서 벗어나 사회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네오 소라 감독은 두 차례 프리즈프레임(Freeze Frame·하나의 프레임을 여러 번 인화해 정지 상태로 보이게 하는 효과)으로 이들이 함께 있는 장면을 멈춘다. 어쩌면 음악의 파동으로 모여들었던 추억을, 또 세상을 향한 진동으로 시선을 돌렸던 시기를 정지 상태로 조금이나마 붙잡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영화 ‘해피엔드’의 한 장면. 사진제공=영화사 진진 

감독 : 네오 소라 / 출연 :  쿠리하라 하야토, 히다카 유키토, 하야시 유타, 시나 펭, 아라지 외 / 수입·배급 : 영화사 진진 / 개봉일: 4월30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13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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