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 배우 데미 무어가 지난 3월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수상에 실패한 뒤, 당시의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영화 ‘서브스턴스’로 데뷔 45년 만에 처음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그는 유력한 수상자로 주목받았지만, 트로피는 ‘아노라’의 마이키 매디슨에게 돌아갔다.
데미 무어는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발표한 ‘2025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됐으며, 이와 함께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상식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광고가 나가기 직전, 매니저에게 ‘마이키가 받을 것 같아’라고 속삭였다. 이상하게 알겠더라. 마음은 평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간적인 실망감을 숨기지는 않았다. 무어는 “자아를 가진 인간으로서 당연히 실망은 느낄 수 있다. 수상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내가 배워야 할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험이 “커리어의 새로운 문을 열어줄 계기”라고 덧붙이며,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신만의 철학을 공유했다.
무어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무언가를 억지로 쥐고 조종하려 하지 않게 된다”면서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나아가게 된다”며 주어진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코랄리 파르쟈 감독이 연출한 ‘서브스턴스’는 무어에게 새로운 전환점을 안겨준 작품이다. 그는 대중의 관심과 젊음에 집착하는 중년 여배우 엘리자베스 스파클을 연기하며 인간의 욕망과 불안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신체가 기괴하게 변형되는 장면이 두드러진 ‘바디 호러’ 장르에서 극단적인 모습 또한 과감하면서도 강렬한 연기로 펼쳐내며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의 연기력은 수상으로 이어졌다. 지난 1월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첫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그는, 수상 소감 중 데뷔 초 한 프로듀서에게 “팝콘 배우”라는 평가를 받았던 기억을 털어놓았다. “상은 내 분수에 맞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었다”고 밝힌 무어는 “남과 비교하지 않았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알 수 있다”며 영화의 메시지를 수상 소감에 녹여냈다.
이어 열린 제30회 크리틱스초이스 어워즈와 제31회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오스카 수상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매디슨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에게 결국 영예를 넘겼다. 시상식 후, 무어는 자신의 SNS을 통해 매디슨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인생 최고의 여정이었고, 이건 시작일 뿐”이라며 “마이키 매디슨에게 큰 축하를 보낸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고 적었다.
‘서브스턴스’로 제2의 전성기를 연 무어는 활발한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부츠 라일리 감독의 신작 ‘아이 러브 부스터스'(I Love Boosters)로 스크린 복귀를 앞두고 있다. 패션계 거장을 노리는 좀도둑 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내용으로, 무어는 무자비한 패션계 거물 역을 맡았다. 현재는 파라마운트+의 인기 시리즈 ‘랜드맨'(Landman) 시즌2 촬영에 한창이다. 미국 텍사스 석유 산업을 배경으로 자본주의와 에너지 전쟁 속 인간 군상의 욕망과 갈등을 그리는 드라마로, 무어는 지독한 야망을 지닌 석유회사 경영진으로 등장, 또 한 번의 강렬한 연기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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