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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88%]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이 품은, 마음 속 작은 빛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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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의 한 장면.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동이 트기도 전, 인도 뭄바이의 거리는 이미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로 분주하다. 23년 전 이곳에 왔지만 언젠가 떠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집이라 부르기 어렵다는 남성의 목소리, 임신 사실을 숨기고 가정부로 일했던 여성의 고백이 잔잔히 흐르고, 카메라는 어느새 열차에 몸을 실은 주인공들을 따라간다. 마치 ‘시간을 훔치듯’ 분주히 흘러가는 도시, 그 속에서 세 여성의 고요한 여정이 시작된다.

영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이 주목받는 이유는 인도영화 역사에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고 있어서다. 지난해 열린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는데, 이는 ‘스와함'(1994년) 이후 30년 만의 칸의 부름이었다. 인도 여성 감독으로는 최초로 경쟁 부문에 오른 파얄 카파디아 감독은 영화제에서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받고 “또 다른 인도영화가 나올 때까지 30년을 기다리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인도 출신의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인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뭄바이를 배경으로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세 여성인 프라바와 아누, 프라바티의 삶과 우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품이다. 형형색색의 불빛과 높은 건물들이 치솟은 화려한 뭄바이 이면에 숨겨진 고단한 일상과 정서적 고립,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우정과 연대, 희망을 몽환적이면서도 신비롭게 담아낸다.

각자의 사연과 사회적 제약 속에서 결점 많고 완벽하지 않은 세 여성은 가족보다 더 든든한 지원군이 돼, 서로의 삶에 조용한 빛이 되어주는 모습이 따뜻한 울림을 안긴다.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도 사회의 현실과 내면, 그리고 혈연을 넘어선 우정에 대해서도 탐구한다. 

같은 병원에서 일하고, 아파트에도 함께 사는 하는 프라바(왼쪽)와 아누의 모습.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 ‘우빛상모’가 포착한 인도여성의 삶

뭄바이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프라바(카니 쿠스루티)는 독일에 일하러 간 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남편으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는다. 1년 가까이 소식이 없어 혼란스러웠던 그녀는 남편이 보낸 물건을 통해 감춰두었던 감정을 마주한다. 프라바의 룸메이트이자 동료 간호사인 아누(디브야 프라바)는 무슬림 남성과 사랑에 빠졌지만, 인도의 뿌리 깊은 종교적·사회적 제약은 이 둘의 관계를 허락하지 않는다. 아누는 주변의 시선을 피해 밤이 되어서야 연인을 만날 수 있고, 도시의 어둠은 유일한 숨구멍이 돼 준다.

병원 요리사인 파르바티(차야 카담)는 거주를 증명할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20년 넘게 살아온 집을 잃는다. 그녀가 터전을 잡고 살았던 지역은 재개발로 인해 쇼핑몰과 빌딩이 들어서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삶의 기반을 잃고 결국 고향인 바닷가 마을 라트나기리로 향하고, 프라바와 아누도 파르바티의 이사를 돕기 위해 함께 길을 나선다.

영화는 세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인도 여성의 삶을 조명한다. 기차 화장실에 적힌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남성 전용’이라는 문구,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결혼해야 했던 프라바, 그리고 부모가 남편 후보의 사진을 일방적으로 보내오는 아누의 현실은, 이들이 마주한 사회적 제약과 가부장제의 뿌리를 드러낸다.

카파디아 감독은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독립하지 못하는 모순은 인도의 거의 모든 여성에게 해당되는 문제”라며 “가족들은 딸들의 연애나 결혼 상대에 대한 개인적 선택을 통제한다”고 현실을 짚었다. 그는 이러한 억압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으로 ‘관계’를 택했다. “이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건, 다가올 싸움에 맞설 용기를 주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감독의 말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영화는 이 같은 현실을 고발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뭄바이가 뿜어내는 눈부신 조명, 높게 뻗은 빌딩숲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 폭죽과 퍼레이드, 빠르게 스쳐가는 지하철, 그리고 꿈결 같은 음악과 이미지 속에서 이들이 겪는 외로움과 막막함 그리고 그들만의 욕망도 포착한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프라바의 마음,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고 싶다는 아누의 솔직한 바람은 이들이 마음속에 품은 작은 빛으로, 인간이 왜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이유를 되묻게 한다.

영화는 몬순(우기)을 사이에 두고 뭄바이와 라트나기리, 두 공간을 배경으로 나눠 촬영하는 구성을 취했다. 카파디아 감독은 전반부 뭄바이를 회색과 푸른빛으로, 후반부 라트나기리를 붉은 흙과 햇살이 감도는 따뜻한 공간으로 표현하는 등 시각과 청각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를 설계했다.

특히 프라바가 물에 빠진 남자를 구하는 클라이맥스 장면에선 몽환적인 음악과 함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다. 이는 뭄바이에서의 빠른 시간과는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색과 빛, 시간의 대비를 통해 감독은 두 세계를 유기적으로 엮으며 영화의 정서적 깊이를 단단하게 구축하고, 그 끝에서 서로의 다름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지지하는 모습은 이들이 피워내는 가장 따뜻한 빛으로 남게 한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의 한 장면.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감독 : 파얄 카파디아 / 출연 : 카니 쿠스루티, 디브야 프라바, 차야 카담 외 / 수입·배급 : 그린나래미디어 / 개봉일: 4월23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18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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