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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81%] ‘하이퍼나이프’, 동질감과 이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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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나이프’의 한 장면. 사진제공=디즈니+

한때 존경했지만, 지금은 죽일 듯이 서로를 증오하는 스승 덕희(설경구)가 제자 세옥(박은빈) 앞에 나타났다. 자신에게 발병한 브레인스템 글리오마, 뇌간에 생긴 악성종양을 직접 수술해달라고 부탁한다. 신경외과 의사였지만 면허가 박탈돼 섀도 닥터로 일하고 있는 게, 다 누구 탓인데! 뻔뻔한 요구에 세옥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세옥은 무조건 자신에게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덕희의 논리가 도통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때부터 주변을 뱅뱅 맴도는 덕희는 하물며 분노에 못이겨 사람을 죽인 세옥의 범죄 행각과 불법 수술마저 덮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는 메디컬 드라마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보다, 오묘한 사제지간의 풀리지 않았던 과업에 수술용 나이프를 가져다 댄다. 뇌에 대한 강렬한 열망과 수술하다가 숨을 거두고 싶다는 집착까지, 두 사람의 생각회로는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과거 세옥이 “선생님 머릿속에 있는 거 그거 다 주세요”라며 습득하고자 했던 이유는 동질감 탓이었다.

완벽하게 맞아떨진다고 여겼지만 두 사람의 거리감은 상대방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오해로부터 벌어진다. 이러한 착각은 둘 사이에 꺼끌꺼끌한 이질감이 파고들게 한다. 데칼코마니 마냥 ‘똑 닮아있다’는 명목하에 서로를 재단하고 통제하려던 생각은 사제지간을 얼룩지게 했다. 때문에 쉽게 단정 짓고 정의 내리던 이들이 서로의 생각을 수술용 나이프로 가르고 들여다보는 과정은 보고 싶지 않았던 구석까지도 봐야 하는 고통을 수반하기도 한다.  

김선희 작가는 착각 속에서 서로를 저울질한 덕희와 세옥의 반대편에 있는 유일한 인물로 영주(윤찬영)을 배치한다. 현 상황을 설명해 주지 않고 버럭 화부터 질러도, 심지어는 사람을 죽이고 와도 죽을 병에 걸렸던 자신을 살려준 세옥의 곁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넌 나를 잘 모르잖아. 근데 왜 다 이해해 줘?”라는 세옥의 물음에 영주는 이렇게 답한다. “못 해요. 모르니까 같이 있는 거지. 언젠가 ‘저 사람이 왜 저러나’ 이해하겠지.” 메디컬 드라마에 머물지 않는 ‘하이퍼나이프’는 장르적 변주를 통한 새로운 작법으로 신선함을 안겼다.

‘하이퍼나이프’에서 최덕희를 연기한 설경구. 사진제공=디즈니+

● 가르침과 배움 사이에서 

‘실패와 좌절’. 자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세옥의 앞에 덕희가 나타난 이유다. 그는 병세가 악화되어 수술의 성공 확률이 현저히 낮아진 상태에서 이를 숨기고 실패하길 바라면서 세옥에게 집도를 부탁했다. 고약한 심보일까. 어쩌면 이상한 가르침일까. ‘내가 못하는 수술은 없다’면서 오만함으로 점철된 세옥이 한 번쯤은 무너져야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다는 덕희의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되는 측면도 있지만, 그조차도 허점 가득한 오만함에 가깝다. 

두 사람은 서로 멀어진 이유에 대해 과거의 기억 조각들을 대화로 맞춰간다. 세옥은 덕희가 대학 동기인 김명진(김학선)을 죽이려던 의도를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덕희는 애제자였던 세옥을 스카우트하려던 명진으로부터 제자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사실 덕희는 세옥과 비슷한 성향과 성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 똑같이 사람을 죽이고 살리지만, 스승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제자는 조급함으로 폭주한다. 제동장치가 없는 세옥에게 덕희는 의학 지식이 아닌 멈추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하이퍼나이프’가 택한 방식이 그다지 매끄럽지만은 않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유형을 포함한 반사회성 인격장애라는 세옥과 덕희의 특성은 본질을 흐릿하게 만든다. 모든 측면에서 세옥은 하나만을 파고드는 외골수 기질로 시야가 좁고 타인의 아픔에도 감정적으로 공감하지 못한다. 제 뜻대로 되지 않으면 분노하고, 엄청난 소유욕으로 집착하기도 한다. 사람을 죽이는 의사라는 키워드에 미국 쇼타임 드라마 ‘덱스터’ 시리즈의 흉악 범죄자를 죽이는 사이코패스 혈흔 분석가이자 법의학자 덱스터 모건(마이클 C. 홀)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결이 다르다. 

서로의 분신이기도 한 세옥과 덕희의 살인은 ‘비질란테’처럼 법의 테두리 바깥에서 사적인 응징을 하는 목적이 아닌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다. 범죄 행위에 아무렇지 않는 주인공들의 태도와 보편적인 윤리 의식과 도덕성 자체가 논의되지 않는 탓에 서사가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측면도 있다. 애초에 과잉과 지나침이란 의미의 ‘하이퍼'(hyper)란 제목을 떠올린다면, 절묘하다는 인상이다.   

‘하이퍼나이프’에서 정세옥을 맡은 박은빈. 사진제공=디즈니+

연출 : 김정현 / 극본 : 김선희 / 출연: 박은빈, 설경구, 윤찬영, 박병은 외 / 장르: 의학, 스릴러, 범죄, 피카레스크 / 공개일: 2025년3월19일 / 관람 등급: 19세 이상 시청가 / 에피소드 : 8부작 / 스트리밍 : 디즈니+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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