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칸 국제영화제의 감독주간에도 한국영화는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 앞서 경쟁 부문과 미드나잇 스크리닝 등 주요 부문 초청작에 한국 영화가 한 편도 포함되지 않은 데 이어 영화제 기간 열리는 병행 섹션인 감독주간 및 비평가주간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칸 국제영화제의 감독주간 집행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개막작과 폐막작을 포함한 18편의 장편영화와 10편의 단편 및 중편 초청작을 공개했다. 감독주간은 프랑스 감독협회가 차별화되고 혁신적인 영화를 발굴해 소개하기 위해 1969년 신설해 올해로 제57회를 맞는다.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올해는 장편 1605편, 단편 및 중편 2534편이 접수돼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개막작은 프랑스의 로랑 캉테, 로빈 캄필로 감독의 ‘엔조’다. 16세 소년 엔조가 부르주아 가족의 기대에서 벗어나 석공 견습생 생활을 하다가 동료 블라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신인 엘로이 포후가 주연을 맡았다. 로랑 캉테 감은 영화 ‘클래스’로 2008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연출자로 지난해 4월 세상을 떠났다. 친구이자 동료인 로빈 캄필로가 뒤를 이어 공동연출을 맡아 이번 영화를 완성했다. 감독주간은 지난해 고 소피 필리에르 감독의 ‘디스 오브 라이브 오브 마인’에 이어 2년 연속 연출자들의 유작으로 막을 올린다.
폐막작은 미국의 에바 빅터 감독의 영화 ‘쏘리, 베이비’다. 성폭행의 트라우마를 겪는 대학 교수의 이야기로,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영화사 A24가 배급하고 ‘문라이트’의 배리 젠킨스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각본과 감독을 맡은 에바 빅터가 주인공 아그네스를 연기한다.
‘바바라’, ‘피닉스’, ‘트랜짓’, ‘운디네’, ‘어파이어’의 독일 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미후아 넘버 3’도 있다. 뮤즈로 불리는 배우 폴라 비어와 네 번째 협업을 이루는 작품이다. 영화는 교통사고로 남자친구를 잃은 뒤, 삶이 산산조각 난 피아니스트 지망생의 이야기다. 호주 감독 숀 번의 ‘대인저러스 애니멀’은 상어에 집착하는 연쇄살인범에게 납치된 서퍼의 이야기다.
아시아 영화로는 중국의 저우징하오 감독의 ‘걸스 온 엣지’, 일본 이상일 감독의 ‘코쿠호’와 단즈카 유이가 감독의 데뷔작 ‘브랜드 뉴 랜드스케이프’가 포함됐다. 이 중 재일동포 3세인 이상일 감독의 ‘코쿠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급속한 경제 성장을 거듭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야쿠자 가문에서 태어나 가부키 배우에게 입양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선을 끈다.
한국영화가 없는 점은 아쉬움을 남간다. 그동안 감독주간에는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가 2005년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봉준호 감독의 ‘괴물’, 2012년에는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상영됐다. 지난 2023년에는 홍상수 감독의 ‘우리의 하루’가 감독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감독주간 뿐 아니라 신인 감독을 발굴하는 비평가주간에서도 한국영화는 단 한편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써 경쟁 등 공식 부문은 물론 비공식 부문까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는 만날 수 없게 됐다.
올해로 78회를 맞는 칸 국제영화제는 5월13일 개막해 24일까지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다. 감독주간은 5월14일 개막해 22일까지 진행된다.

[ 감독주간 영화 초청작]
개막작
‘엔조'(Enzo) 감독 로랑 캉테, 로빈 캄필로
폐막작
‘쏘리, 베이비'(Sorry, Baby) 감독 에바 빅터
‘피크 에브리띵'(Peak Everything) 감독 앤 에몬드
‘브랜드 뉴 랜드스케이프'(Brand New Landscape) 감독 유이가 단즈카
‘더 파티스 오버'(The Party’s Over) 감독 앤서니 코디에르
‘대인저러스 애니멀'(Dangerous Animals) 감독 숀 번
‘와일드 폭스'(Wild Foxes) 감독 발레리 카노이
‘더 걸스 인 더 스노우'(The Girl in the Snow) 감독 루이스 헤몬
‘더 걸스 위 원트'(The Girls We Want) 감독 Dir. Prïncia Car
‘걸스 온 에지'(Girl on Edge) 감독 저우 징하오
‘길들일 수 없는'(Indomptables) 감독 토마스 응이졸
‘코쿠호'(Kokuho) 감독 이상일
‘럭키 루'(Lucky Lu) 로이드 리 최
‘호전적인 인류'(Militantropos) 감독 옐리자베타 스미스, 알리나 고로바, 사이먼 모즈고비
‘미후아 넘버 쓰리'(Miroirs No. 3) 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
‘죽음은 존재하지 는다'(Death Does Not Exist (La Mort N’Existe Pas) 감독 펠릭스 뒤푸르-라페리에르
‘더 프레지던트 케이크'(The President’s Cake) 감독 하산 하디
‘내 뜻이 이루어지기를'(Que Ma Volonté Soit Faite) 감독 줄리아 코왈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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