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위직 같은 경우는 빨리빨리 해야 해요.”
16일 개봉하는 영화 ‘야당’은 주연배우들의 신선한 조합으로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한 번도 검사, 형사 연기를 해보지 않은 배우들을 섭외하려 했다”는 연출자 황병국 감독의 말처럼, 유해진은 이 작품으로 검사 역할에 도전하며 흔치 않은 기회라며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야당’은 마약 사건에서 관련 정보를 수사 기관에 제공하는 마약 세계의 내부자인 야당과 이를 이용해 각자의 목적을 이루려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 영화이다. 유해진이 출세욕 강한 검사 구관희로 2022년 ‘올빼미’ 이후 또 한 번 진지하고 서늘한 얼굴을 보여준다.
●’무사’ 때 인연으로 ‘야당’까지
개봉을 하루 앞둔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해진은 “요즘 영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예전처럼 여러 개의 작품을 놓고 고를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며 “작품이 많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야당’은 소재도 신선하고 작품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작품 수가 적다는 말로 영화계가 어렵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짚은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감독과의 인연도 출연의 이유였다고 밝혔다.
“감독님이 ‘무사’ 조감독님이었어요. 감독님의 데뷔작인 ‘나의 결혼 원정기’ 때에도 주인공을 저한테 제안했지만 못했던 사정이 있고, 그런 인연이 있어서 이번에 기회가 생겨서 같이 하게 됐죠.”
황 감독에 따르면, 그 무렵의 유해진은 비슷한 역할만 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황 감독이 그 모습을 기억하고, 이번에 연출을 하면서 ‘무사’ 때부터 인연을 이어온 유해진에게 검사 역할을 제안한 것이다. 유해진은 “그런 일이 있다”며 “정말 오래된 일인데 (감독이) 기억하고 있을 줄을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그렇듯이, 유해진이 연기한 구관희 검사도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다. 그러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불법으로 노선을 확 틀어버리는 인물이다. 유해진은 시나리오에 없던 대사를 만들어 인물의 변화에 설득력을 높이기도 했다.
“관희가 강수(강하늘)와 족발을 먹으면서 하는 대사 중에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성공하라는 말을 듣고 살았다’는 게 있어요. 이 대사가 관희가 욕망의 길로 가게 되는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해서 넣었죠. ‘넌 꼭 잘 살아야 한다’고 우리 어머니가 늘 했던 말이 생각나서 감독님과 얘기해서 넣었는데 그 대사를 넣기를 잘한 것 같아요.”

●”영화가 참 좋아…’폭싹’ 같은 작품 만나면”
영화배우들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리즈 진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유해진은 여전히 영화에만 출연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그에게 드라마나 OTT를 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를 물었다.
“저는 영화가 참 좋아요. 연극할 때 정말 어려웠어요. 그런 저한테 영화는 연기도 하면서 돈도 벌고 예술도 좀 할 수 있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총족시켜줄 수 있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던 영화를 하게 돼서 운 좋게 지금까지 하면서 먹고 살게 해줬지, 가끔은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할 수 있지, 일방이 아닌 쌍방이 함께 만들어가지, 영화는 저한테 너무 많은 것을 가져다 줬어요. 그래서 영화와 영화가 아닌 작품이 들어오면 영화를 우선으로 하고 싶어요.”
그런 유해진에게도 애순과 관식의 일생을 통해 부모의 헌신과 가족애를 감동적으로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특별하게 다가왔나 보다. 유해진은 ‘폭싹 속았수다’를 언급하며 그런 작품의 제안을 받는다면 출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촬영 중인 ‘왕과 사는 남자’의 장항준 감독에게 추천받아 몇 편 봤는 그는 “보면서 펑펑 울었다”고 털어놨다.
“제가 사실 드라마나 시리즈를 잘 챙겨보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장항준 감독님이 ‘네가 정말 좋아할 만한 작품’이라면서 ‘꼭 보라’고 여러 번 말하길래 몇 편 봤는데 염혜란씨 연기를 보면서 정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폭싹 속았수다’ 같은 막 가슴을 울리고, 이건 정말 놓치지 아까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을 만나면 꼭 하고 싶어요.”
●”시의적 이야기? 판단은 관객의 몫”
‘야당’은 시사회 후 “통쾌한 범죄 액션 영화”라는 평가와 함께 시의적인 이야기로 주목받는 작품이다. 유해진이 연기한 일부 장면은 실제로 세간의 화제를 모은 특정 광경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유해진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말하면서도, 작품 전체의 이야기에 대한 판단을 관객의 몫으로 돌렸다.
“‘야당’이 근래에 촬영이 됐다면 의도한 것이겠지만, 그렇지가 않아요. 보는 사람마다 느끼는 반응들은 제각각일 것 같은데 지금 상황과 맞물려 ‘참 묘하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야당’은 전체적으로 해야 할 이야기, 엉켜있는 관계들, 반전의 효과가 나쁘지 않게 전달되는 작품입니다. 날도 좋은데 우리 영화도 좀 활기 있게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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