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 비영어 TV쇼 차트를 점령했다. 순위를 매기는 10편 가운데 시리즈와 예능을 포함해 무려 6편이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악연’을 비롯해 ‘폭싹 속았수다’, ‘대환장 기안장’, ‘약한영웅 클래스1’, ‘선의의 경쟁’,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 성과를 내는 작품들이다.
16일 넷플릭스가 자사 콘텐츠 순위를 집계하는 톱10 웹사이트에 따르면 ‘악연’(극본·연출 이일형)은 4월 둘째주(4월7일~13일)에 480만 시청수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비영어 TV쇼 부문 2위에 올랐다. 지난주 5위에서 3계단 오르며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시청수는 해당 주간 총 시청 시간인 2570만 시간을 작품의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이다. ‘악연’은 한국뿐만 아니라 페루, 홍콩, 일본,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총 35개 국가에서도 톱10에 올랐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악연’은 사채 빚과 뺑소니 사고 등으로 얽힌 6명의 인물들이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내용을 그린 6부작 시리즈다. 거액의 사채 빚을 갚기 위해 아버지의 살인을 청탁하는 사채업자(이희준)의 비도덕적인 행동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하지만 그의 계획이 틀어지고, 사건에 연루된 이들이 얽히고설킨 과거가 하나씩 드러나며 이야기는 연쇄적으로 파열음을 낸다.
‘악연’은 자극적인 사건과 도덕적으로 파탄 난 악인들을 그리면서 폭력의 수위를 높이지만 ‘죄는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인과응보, 사필귀정의 서사를 끝까지 밀어붙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서로 상관없어 보이던 인물들이 죄와 욕망의 고리 속에서 하나둘 맞물리며 악연이라는 실타래로 묶이는 전개가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오징어 게임’부터 ‘종이의 집’ ‘수리남’까지 넷플릭스 시리즈에 자주 출연해 ‘넷플릭스 공무원’이라고 불리는 박해수를 비롯해 신민아, 이희준, 김성균, 이광수, 공승연의 활약도 호평을 얻고 있다.
지난주 540만 시청수로 1위를 차지했던 ‘폭싹 속았수다’(극본 임상춘·연출 김원석)는 시청수 370만(주간 총 시간 6060만)으로 2계단 하락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라 ‘폭싹 속았수다’는 6주 연속 차트 진입에 성공했다. 16부작으로 제작해 지난달 28일 막을 내린 이 작품은 1950년대 초 제주도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아이유·문소리)과 ‘팔불출 무쇠’ 관식(박보검·박해준)이 거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부모 세대의 헌신과 자녀 세대의 성장을 한국적인 정서와 시대상으로 풀어냈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과 꿈, 희생과 가족애 등 보편적인 가치와 이야기로 해외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웹툰 작가이자 방송인 기안84와 방탄소년단의 진, 배우 지예은이 울릉도에서 청춘을 위한 민박을 운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인 ‘대환장 기안장’은 200만 시청수(주간 총 시청 시간 620만)로 같은 차트 6위에 자리했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알려진 기안84를 닮은 기상천외한 민박집에서 펼쳐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시선을 끈다. 진은 데뷔 후 첫 고정 예능에 출연해 요리, 청소, 보수 등을 도맡고 있다. 진은 “기안84가 인간적으로 궁금했다”면서 실제로 옆에서 보고 싶은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JTBC ‘효리네 민박’ 시리즈를 만든 정효민 PD가 연출해 국내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유일하게 차트에 진입해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박지훈 주연의 시리즈 ‘악한영웅 클래스1’(극본 유수민·연출 유수민, 박단희)은 180만 시청수(주간 총 시간 1000만)로 7위를 차지했다. 지난 2022년 국내 OTT 플랫폼 웨이브의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됐지만 이번 넷플릭스 공개를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악한영웅’ 시즌2는 오는 25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될 예정이다. 친구를 지키기 위해 폭력에 맞섰지만 끝내 지켜내지 못한 트라우마를 안고 전학을 간 연시은(박지훈)이 다시는 친구를 잃지 않기 위해 더 큰 폭력과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난 2월과 3월 U+모바일tv 시리즈로 전편을 공개한 뒤 시간 차를 두고 최근 넷플릭스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한 이혜리와 정수빈 주연의 ‘선의의 경쟁'(극본 김태희, 민예지·연출 김태희)도 넷플릭스 차트에 진입했다. 110만 시청수(주간 총 시간 920만)로 9위를 기록했다. 또한 tvN 토일드라마로 방송 후 넷플릭스 순차 공개 중인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극본 김송희·연출 이민수)도 110만 시청수(주간 총 시간 310만)로 10위로 첫 진입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에서 파생된 작품으로, 방송을 앞둔 지난해 상반기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과 전공의들의 집단 파업과 사직의 여파로 방송 일정이 미뤄지는 우여곡절 끝에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고윤정, 신시아, 한예지, 강유석 등 신인들이 주연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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