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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87%] 본질을 꿰뚫은 ‘협상의 기술’,시즌2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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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기술'에서 윤주노를 연기한 이제훈. 사진제공=JTBC
‘협상의 기술’에서 윤주노를 연기한 이제훈. 사진제공=JTBC

시작부터 낯설었다. 대기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협상의 본질을 다루겠다는 당찬 기획 의도는 허구의 상상이 넘치는 최근 드라마들의 방향과는 거리가 있었다. 다소 직설적인 제목에서도 다른 길을 걷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

지난 13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협상의 기술’은 대기업의 세계에 철저하게 집중한 작품이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이들의 정교한 심리전과 오로지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권력 다툼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안판석 감독의 절제된 연출과 이승영 작가의 밀도 높은 대본은 치밀한 전략과 인간관계의 갈등을 정교하게 엮어냈다. ‘계약서’라는 감정 없는 숫자 뒤에 숨겨진 사람들의 감정과 심리를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는 평가다.

드라마는 재계에서 손꼽히는 산인그룹이 11조원 규모의 부채를 갚지 않으면 부도 위기에 처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시작한다. 회장 송재식(성동일)은 일련의 사건으로 회사를 떠났던 인수합병 전문가인 윤주노(이제훈)를 불러들이고, 주노는 기업의 존폐를 건 협상의 세계에 들어선다. 머리가 하얗게 새기도 했지만, 백번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의미로 ‘백사’라 불리는 윤주노는 탁월한 공감 능력의 변호사 오순영(김대명), 암산과 암기에 능한 곽민정(안현호), 패기 넘치는 인턴 최진수(차강윤)와 함께 팀을 이뤄 전쟁터와도 같은 인수합병의 세계로 시청자를 안내했다.

극중 윤주노는 산인그룹 자회사 매각과 신규 회사 인수, 주가 방어 등을 위한 복합적인 전략을 통해 회생의 실마리를 만들어간다. 산인건설을 고가에 매각하고, 이커머스 진출을 위한 게임 회사를 인수해 그룹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일본 기업 시미즈와의 거래, 송재식의 딸 송지오(권유리)와 얽혀 있는 리조트 매각, 골프장 인수 등 연이은 프로젝트에서 윤주노와 팀원들이 선보이는 팀워크는 기업 협상극이라는 장르에 충실하며 흥미로운 전개를 이어갔다.

윤주노의 지략은 ‘협상의 기술’의 핵심이다. 시미즈와 협상 과정에서 조직 개편을 앞둔 불안정한 내부 상황을 간파해 신뢰를 얻는가 하면, 암 투병 중인 송지오에게는 삶의 의지를 북돋는 배려 깊은 특약을 계약서에 포함시키며 협상의 판을 뒤집는다. 드라마는 이처럼 냉철한 전략가이자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윤주노를 통해, 기업 인수합병이 단순한 숫자 싸움이 아니라 설득과 이해가 핵심인 인간적인 과정임을 강조한다. ‘상대를 꺾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기는 방법을 찾아내는’ 협상의 기술을 바탕으로 인간적인 공감과 심리전을 치열하게 펼친다.

● 믿고 보는 연출과 신인 작가의 시너지 

이승영 작가는 과거 스타트업을 경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첫 장편 극본을 세상에 내놓았다. 인수합병이라는 전문적인 소재를 깊이 있게 풀어내기 위해 그는 인수합병 전문가뿐 아니라 변호사, 노무사, 펀드매니저는 물론 게임업계 전문가까지 만나 방대한 조사를 진행하며 현실감을 극대화했다. “협상 기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이 작가의 말처럼, 존중과 경청이 밑바탕에 둔 사람 중심의 협상은 드라마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로 여운을 남겼다.

여기에 안판석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더해졌다. 산인그룹이라는 가상의 대기업을 무대로 펼쳐지는 권력 구도와 협상 테이블 위에서 벌어지는 촘촘하면서도 미세한 심리전은 안판석 감독의 손길 아래 한층 더 설득력 있게 살아났다. 일례로 카페에 모인 임원들이 커피가 나왔다는 진동벨이 울리자 서로 눈치를 보는 장면은 조직 내 서열과 권력 관계를 은근히 드러내는 장면으로 현실적인 디테일로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유발했다. 다만 드라마 속 웅장함을 강조하려는 배경음악은 다소 과잉된 연출로 작용하며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인물 간의 긴장감 넘치는 눈치 싸움이나 조용한 심리전이 핵심인 장면에서조차 감정을 이끌려는 음악이 오히려 분위기를 과장시키며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아쉬움을 남겼다.

안판석 감독(왼쪽)과 이제훈의 모습. 사진제공=JTBC
안판석 감독(왼쪽)과 이제훈의 모습. 사진제공=JTBC

이제훈, 김대명, 안현호, 차강윤 등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는 극의 설득력을 높이는 중요한 축이었다. 특히 이제훈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냉철한 협상가로 이전 작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연기 변신에 나섰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백발의 헤어스타일과 무표정한 얼굴, 절제된 어조 속에서도 상대의 감정을 예리하게 읽어내는 윤주노라는 인물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차가운 외면과 따뜻한 내면을 동시에 지닌 인물의 이중성을 표현하며 윤주노라는 인물에 대한 신뢰와 호기심을 이끌며 서사의 무게를 단단히 붙들었다. 성동일은 대기업 회장으로서 자존심과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감정 기복이 심한 송재식 역으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극을 쥐락펴락했다.

장현성 역시 야심가 하태수 전무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겉으로는 회사의 안위를 걱정하는 듯하지만, 속내는 오로지 회장 자리를 노리는 하태수는 상황에 따라 태도를 바꾸고 이익을 좇는 인물로 이야기 전개에 긴장감을 더했다. 장현성을 비롯해 오만석, 김학선, 허정도, 길해연 등 ‘안판석 사단’이라 불리는 이들은 드라마 전반에 깊이를 더했다. 여기에 지난해 안 감독이 연출한 tvN ‘졸업’에 출연한 안현호와 차강윤 역시 다시 한번 힘을 보탰다. 이성적이고 계산에 능한 곽민정 역의 안현호와, 사회 초년생으로 패기 넘치고 실수도 하지만, 성장 가능성을 지닌 인턴 최진수 역의 차강윤은 각자의 위치에서 제 몫을 해냈다.

● 시즌2로 이어질 수 있을까

드라마는 마지막에 수많은 수수께끼를 남기며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윤주노가 산인그룹에 돌아온 가장 큰 목적은 형 윤주석(홍인)을 죽음으로 내몬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진실을 추적하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과거 주노와 함께 M&A 팀에 있던 하태수 전무가 주가 조작에 가담했음을 밝혀냈고, 결국 그는 해고된다. 

그러나 태수는 곧바로 산인그룹의 자금줄인 사모엘펀드 이사로 취업하며 반전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하태수가 송재식 회장에게 직접 내년 사업계획서를 설명하라며 도발적인 태도로 맞서는 등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남기는 장면이 마지막을 장식해 의미심장함을 더했다.

쿠키 영상을 통해 또 다른 복선도 던져졌다. 사모엘펀드 이사이자 송재식의 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송테오(임진효)와 송 회장의 주치의 딸 박은채(김지민)가 함께 산부인과에서 아기의 성별을 확인하는 장면이 삽입돼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두 인물은 방송 내내 한 차례도 함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관계였기에 호기심을 더했다. 이는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송재식 회장의 가족사와 후계 구도를 둘러싼 새로운 ‘떡밥’으로 작용했다.

윤주노가 추진해온 11조원 조달 프로젝트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시즌2를 암시하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주가조작의 결정적 증거를 찾아낸 선배(이성재)에게 새로운 미션을 부탁하겠다는 말을 남기며 시즌2에 대한 가능성을 짙게 암시한 만큼, 윤주노와 그의 팀원들이 돌아와 두 번째 ‘협상의 기술’을 펼칠지 주목된다.

시즌2를 예고하며 종영한 '협상의 기술'. 사진제공=JTBC
시즌2를 예고하며 종영한 ‘협상의 기술’. 사진제공=JTBC

연출 : 안판석 / 극본 : 이승영 / 출연: 이제훈, 김대명, 성동일, 장현성, 오만석, 안현호, 차강윤 외 / 장르: 복수, 오피스, 정치, 피카레스크 / 공개일: 2025년3월8일 / 관람 등급: 15세 이상 시청가 / 회차 : 12부작 / 방송사 : JTBC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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