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산가의 운명은 어디로 갈까. 배우 박형식과 허준호가 주연한 SBS 금토드라마 ‘보물섬’이 열린 결말을 택했다. 권총을 앞에 두고 망망대해로 향하는 박형식, 포승줄에 묶이고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는 허준호의 모습은 이들의 대결이 이제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시즌2의 가능을 활짝 연 선택이다.
재벌가와 그들이 만든 2조원의 정치 비자금, 출생의 비밀에 얽힌 주인공들의 비극을 그린 ‘보물섬(극본 이명희‧연출 진창규)이 12일 마지막회를 통해 16부작의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여럿이 죽거나 희생된 끝에 그토록 원하는 자리에 올랐지만 남은 건 ‘회한’이었다. 그룹의 실권을 쥔 서동주(박형식)은 모든 비극의 시작인 금고의 비밀번호를 연인이자 그룹의 후계자인 은남(홍화연)에게 건네고 언제 돌아올지 모를 휴가를 떠났다.
한편에선 1년간 서동주에 의해 금고에 감금돼 있던 비선 실세 염장선(허준호)은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계약서에 서명하고서야 풀려났다. 다시 붙잡혀 그동안 벌인 살인 교사 등 각종 범죄를 심판받는 신세가 됐지만,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듯한 묘한 미소로 의문을 남겼다.
‘보물섬’은 이렇게 열린 결말을 택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 등장한 에필로그 형식의 쿠키영상은 시즌2에 대한 강력한 예고다. 극의 무대인 재벌가 대산그룹의 실권은 결국 풍파를 겪은 끝에 회장의 내연녀와 그의 어린 아들이 잡았다. 노화와 치매로 기억과 인지에 문제를 겪는 회장(우현)은 흡사 꼭두각시 같은 모습으로 앞으로 시작될 어두운 미래를 예고했다. 오직 아들을 그룹 후계자를 만들고자 모든 걸 쏟은 회장의 장녀(김정난)는 아들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망연자실한 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차녀(홍수현)는 위기를 감지한 듯 불안한 눈빛을 보였다. 모두 시즌2를 위한 복선으로 읽힌다.
● 박형식의 연기 변신 호평
드라마는 결말과 쿠키영상을 통해 아직 이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실제로 최근 SBS가 드라마의 시리즈 제작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보물섬’ 시즌2에 대한 가능성을 높인다. SBS는 가장 성공한 시리즈로 안착한 이제훈 주연의 ‘모범택시’와 김남길이 이끄는 ‘열혈사제’를 시즌2까지 제작해 방송했다. 이중 이중 ‘모범택시’는 벌써 시즌3까지 제작해 올해 하반기 방송한다. 이뿐 아니라 지난해 방송한 박신혜 주연의 ‘지옥에서 온 판사’ 역시 열린 결말로 시즌2 탄생의 발판을 구축한 상황에서 그 흐름을 이번 ‘보물섬’이 이어가고 있다.
‘보물섬’을 통해 박형식은 연기 변신에 성공하면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주력했지만 이번 드라마를 통해 암투와 음모, 비극과 파국이 뒤엉킨 이야기를 이끄는 주역으로 활약했다.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 끝에 누구도 가닿을 수 없는 꼭대기를 향한 복수를 차근차근 실행하고 결국 목적을 이루는 인물 서동주가 돼 드라마 성공에 일등공신으로 인정받는다. 드라마의 두 빌런 허준호와 이해영이라는 카리스마 넘치는 두 배우와 어깨를 나란히 한 연기 대결은 ‘보물섬’이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 배경으로 꼽힌다.
시청자의 반응은 시청률에서도 확인된다. ‘보물섬’은 마지막회에서 전국 시청률 15.4%(전국기준‧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16회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앞서 방송한 한지민과 이준혁의 ‘나의 완벽한 비서'(12.0%), ‘열혈사제2′(12.8%)와 비교해 높게 나타났다. 제작진은 최종회에서 당초 분량보다 약 20분 더 늘린 80분 확대 편성을 시도하면서 최고 시청률 달성을 노렸고, 결국 목적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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