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구를 어디로 겨눠야 하는 걸까. 분명 가해자와 피해자의 포지션으로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지만, 도덕적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뒤엉킨다. 9일 개봉한 영화 ‘아마추어’와 ‘파란’은 상처받은 사람들의 여정을 좇아가면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복수 혹은 속죄를 위해서 당긴 방아쇠는 과녁의 정가운데에 정확하게 겨냥할 수 있을까.
‘아마추어’는 사랑하는 아내가 살해당한 뒤, 복수를 설계하는 CIA 암호 해독가 찰리 헬러(라미 말렉)의 이야기다. 프로 킬러도, 현장 요원도 아닌 찰리 헬러는 자신의 소속된 CIA에서도 사건을 수사하지 않자, 직접 범인을 찾아 똑같이 되갚아줄 것을 다짐한다. 미국의 작가 로버트 리텔의 1981년 소설 ‘아마추어’가 원작이다. 같은 해, 찰스 재럿 감독에 의해 한 차례 영화화됐으며, 한국 번역은 ‘격정의 프라하'(The Amateur)로 알려져 있다.
제임스 하위스 감독은 냉전시대였던 1981년의 소설 배경을 현대화했다. “당시 모바일 휴대기기가 없고 감시 기술도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았던 만큼, 각색을 통해 “발전된 지금의 과학 기술들”을 영화 속에 녹여냈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마르세유, 스페인 마그리드, 튀르키예 이스탄불 등 전 세계의 여러 도시를 누비면서, 테러범들을 추적하는 과정도 담겼다.
2018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다음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라미 말렉이 주인공 찰리 헬러를 맡았다. 개인적인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그린다.
이번 ‘아마추어’에서 라미 말렉은 “개인적으로나 커리어적으로나 전형적인 영웅에 도전해왔다. 예술가로서 그 틀을 깨는 게 제 목표”라면서 “찰리 헬러의 여정은 도덕적 나침반의 상실에 관한 개인적인 조사이자 여정”이라고 밝혔다. 찰리 헬러의 아내 세라 역은 레이첼 브로스나한, CIA 소속 베테랑 요원 교육관 헨더슨 역은 로렌스 피시번이 연기한다.

‘파란’에서 국가대표 클레이 사격선수인 윤태화(이수혁)는 아버지로부터 폐를 이식받고 목숨을 건진다. 다만, 그의 아버지는 뺑소니 사고를 내서 사람을 죽였고, 시신을 유기하는 죄를 저지르고 만다. 살인자인 아버지의 폐로 살아났다는 사실에 윤태화는 죄책감을 가지지만, 수술 도중 사망한 아버지에게 물어볼 수 있는 말은 없다. 고통스러워하던 윤태화는 사고 피해자의 딸인 권미지(하윤경)을 찾아간다. 우연히 금은방에서 권미지가 자신의 결혼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패션모델 출신으로 드라마 ‘고교처세왕’ ‘밤을 걷는 선비’ ‘어느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우씨왕후’로 연기자로 자리매김한 이수혁이 윤태화를 연기한다. 이번 ‘파란’에서 이수혁은 아버지의 무거운 죄에 짓눌려서 벗어나지 못하고 피폐해진 캐릭터의 심리 상태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강남 비-사이드’와 독립영화 ‘박화영’ ‘경아의 딸’ ‘딸에 대하여’ 등의 하윤경이 권미지를 연기한다. 하윤경은 “겉으로는 방어적이지만 내면은 여리고 순수한 면”이 있는 권미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고민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연출자 강동인 감독은 “‘만약 범죄자의 장기를 이식받았을 때 죄의식도 내가 감당해야 되는가’라는 질문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면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어떻게 정확히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들을 섞어 이야기를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제목은 순탄치 못하고 어려움과 시련을 뜻하는 ‘파란'(波瀾)과 운명을 개척한다는 ‘파란'(破卵)으로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2023년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부문 초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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