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죽인 채 벌어지는 짜릿한 승부의 세계를 그린 영화 ‘승부’가 3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노린다. 지난 9일 새로운 영화들이 속속 개봉했지만 굳건하게 1위 자리를 지키면서 장기 흥행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병헌과 유아인이 주연한 ‘승부'(감독 김형주·제작 영화사 월광)가 9일에 3만6205명을 동원하면서 이날 개봉한 라미 말렉 주연의 ‘아마추어’가 기록한 1만5897명을 약 두배 차이로 앞지르면서 1위를 유지했다. 지난달 26일 개봉해 이날까지 모은 관객은 146만6217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승부’는 홍보 마케팅 비용 등을 제외한 순제작비가 약 100억원으로 알려졌다. 개봉 전 넷플릭스에서 공개를 확정했다가 선회하는 등 복작합 계약 관계로 얽혀 있고 이를 포함한 선판매 수익 등을 감안하면 손익분기점의 기준이 해석에 따라 달라지지만, 제작비를 안정적으로 회수하려면 200만명 이상을 동원해야한다는 분석이다.
물론 전망은 긍정적이다. 정적인 바둑 소재의 이야기가 과연 관객과 접점을 만들 수 있을지 궁금증이 일었지만 개봉 직후부터 형성된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만족과 이에 따른 입소문에 힘입어 장기 흥행의 기틀을 마련했다.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국 바둑의 전설로 꼽히는 두 인물 조훈현, 이창호 9단을 연기한 이병헌과 유아인의 ‘연기 배틀’ 역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다만 개봉 전 마약류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은 유아인을 둘러싼 리스크로 인해 부정적인 반응이 일었고, 리스크가 여전하지만 일련의 상황을 감안해도 150만명에 다다른 현재의 성적인 고무적이다.
‘승부’는 오는 16일 황병국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과 강하늘 박해준이 주연한 ‘야당'(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이 개봉하기 전까지는 안정적으로 관객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개봉한 배우 하정우의 연출작인 ‘로비'(제작 워크하우스컴퍼니)가 9일까지 19만명에 그친 가운데 11일부터 시작하는 주말에도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는 상황은 ‘승부’에 분명한 호재다. 다만 ‘야당’이 최근 언론 배급시사회를 열고 시의성 짙은 이야기와 통쾌하고 시원한 범죄 액션 장르를 내세워 흥행 기대감을 키우는 만큼 16일 이후부터는 쉽지 않은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 바둑의 역사에 남은 조훈현, 이창호 9단의 사제 대결을 그린 ‘승부’는 사각의 바둑판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그린 영화다. 최고의 자리에서 인정받는 스승과 ‘천재’로 불린 어린 제자의 대결을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완성한다. 특히 제자에게 쓰라린 패배를 겪고 좌절하지만 이내 승부사의 기질로 다시 일어서는 인물을 표현한 이병헌의 활약은 꼭 극장 스크린에서 봐야 하는 명연기로 평가받으면서 관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10일 오전 10시 현재 ‘승부’의 예매율은 21%, 예매관객은 3만4789명이다. 주말 동안 200만 관객 돌파가 조심스럽게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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