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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악연’ 신민아 “고민과 상처가 쉽게 표현될까봐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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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민아. 사진제공=넷플릭스 

러블리(lovely)와 멜랑꼴리(melancholy). 배우 신민아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는 오묘하다. 본래 섞이지 않는 두 개의 액체에 계면활성제를 넣은 유화처럼 매력적인 질감을 만들어낸다.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부터 ‘내일 그대와’ ‘갯마을 차차차’에서는 해사한 미소로 사랑스러워지고, 영화 ‘달콤한 인생’이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무표정하게 버석거리기도 한다. 

지난 4일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악연'(극본·연출 이일형)에서 신민아는 후자다. 20년 전 겪은 비극적인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외과의사 주연의 삶은 무채색에 가깝다. 매일밤 악몽에 시달리는 주연의 과거 기억들은 그를 구성했던 모든 색을 앗아갔다. 신민아는 “누가 봐도 힘든 인물이 아닌 어딘가 모르게 어두움과 아픔”을 그려내려 고민을 거듭했다. 주연을 포함한 6명의 사람들, 사채남(이희준)과 장길룡(김성균) 안경남(이광수) 유정(공승연) 목격남(박해수)의 질기디 질딘 관계를 다룬 ‘악연’에서 주연은 언뜻 특색 없는 캐릭터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다른 이들은 저지른 죄를 덮기 위해서라면 무서울 정도로 잔혹한 얼굴을 내비치기 때문이다.

9일 만난 신민아는 “흥미로운 대본이었다”고 말했다. 극중 사채남은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을 얻으려 청부살인을 맡기고, 장길룡은 돈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타인을 죽이고, 안경남은 쌓아온 것들을 지키기 위해 시체를 유기하고, 유정과 목격남은 누군가의 약점을 잡아 협박하고 이익을 취하는 사기꾼이다. 유일하게 주연만이 악의 연결고리를 끊어낸다. 신민아는 “포지션상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지만 평소 스릴러 장르를 즐겨보고 그런 작품 속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곤 했다”면서 “연기 잘하는 배우들과 한 작품에서 같이 작업하는 귀한 경험을 얻었다”고 밝혔다. 

‘악연’에서 의사 주연을 연기한 신민아. 사진제공=넷플릭스 

● “필모그래피에 남기고 싶은 작품” 

6부작 시리즈인 ‘악연’에서 신민아가 연기한 주연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부분은 4회인 ‘상처받은 여자’ 편에서다. 1회에서 폐건물 화재의 생존자인 박재영의 이름을 듣고 멈칫하는 모습으로 잠깐 나오다가 다시 자취를 감춘다. 이야기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주연은 다른 인물들과 비교해 그다지 분량이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신민아는 ‘악연’을 택하고 인연을 맺었다. “여태껏 제안받았던 작품들과는 조금 많이 다른 느낌으로 재미있는 대본이라서 선택했다”며 “분량의 아쉬움보다는 필모그래피에 남기고픈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최희선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 ‘악연’에서 주연은 간호사 역할이지만 이번 드라마에서는 외과의사로 설정이 바뀌었다. “감독님께서 따로 웹툰은 보지 말라고 해서 주연의 이미지만 보고 대본으로 이야기를 접했다”며 “아픔을 지닌 주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감독님은 너무 어둡지 않게 표현하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언뜻 보면 일상을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표현하려 했어요. ‘처음 생각했던 캐릭터의 모습보다 어려운 과정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 ‘악연’이 지닌 오락성과 카타르시스를 주연에게는 주지 말자는 제작진의 공통적인 의견이 있었어요.”

20년 전, 고등학생이던 주연은 남자친구였던 박재영을 포함한 학생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끔찍한 기억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고 있다.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던 박재영이란 이름의 환자가 눈앞에 다시 나타나자 주연은 사적 복수를 시도하기도 한다. 흥신소에 의뢰해 가해자들의 행적을 알아보고, 박재영을 궁지로 몰아 직접 칼날을 들이미는 실행력도 보여준다. 신민아에게는 “어렸을 때 생긴 주연의 너무나 큰 트라우마를 시간의 공백을 뛰어넘어 어떤 식으로 묘사할지”가 가장 큰 숙제였다. 

“박재영이라는 과거의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에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주연의 이야기인 4회의 경우 이전과 달리 템포가 느려지기도 하잖아요. 자칫 트라우마를 묘사하는 부분들이 너무 1차원적이거나 고민과 상처가 쉽게 표현될까 봐 두렵기도 했죠. 잘 쌓아나가려고 노력했어요. 그동안 주연이 어떻게 살아왔을지, 그 고통을 제대로 담아내고픈 마음이었어요.”

“우열을 가리기 힘든 악인들” 중에서 신민아는 기회가 된다면 “공승연이 연기한 유정 역할을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 악한 인물들의 틈에서 경계를 지키며 

진흙탕에 발이 푹푹 빠지듯이 ‘악연’이 끌고 가는 이야기는 지독하다. 인연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은 꼬이고 꼬여서 파국으로 치닫는다. 유일하게 주연만큼은 악에 빠지지 않고,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연결고리를 끊어낸다. 죄를 덮기 위해서 더한 악행을 저지르는 드라마의 여러 인물에 대해 신민아는 “누가 가장 악하다고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면서도 이희준이 연기한 사채남을 꼽았다. “아버지의 죽음을 사주한 살인자”로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사채남을 이길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악인들 중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이를 꼽자면 안경남의 이광수씨에요. 대본을 봤을 때보다 완성된 작품에서 훨씬 입체적이어서 깜짝 놀랐죠. 평범하게 흘러가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보여주는 연기로 매력적이었어요. 공승연씨가 연기한 유정 역할도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어요. 아직 그런 배역을 안 해봤기도 하고 재밌었을 것 같아요.”

직접 박재영을 처단하기 위한 계획을 짰지만, 의사 동료이자 남자친구 정민(김남길)에 의해 제지당한다. 주연은 자신의 손을 더럽히기보다 어렵더라도 마음의 짐을 털어내는 방식으로 ‘악연’의 굴레를 끊어낸다. “반드시 필요한 캐릭터라는 생각에 주연에게 동의가 됐다”는 신민아는 “주연이 복수를 실행하는 선택은 너무나 장르적인 결말인 것 같다”고도 말했다. 

“만약 악행을 저질러서 박재영을 없앴으면 주연이 행복했을까요? 또 다른 고통이 생겼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와 아픔이 주연을 매일 찌르잖아요. 상징적으로 칼을 내려놓으면서 끊어버리는 것 자체가 멀어진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들과 똑같이 행동하지 않으면서 그 악연을 마무리하는 셈이죠. 어쩌면 쉬운 말일 수도 있지만 악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있는 작품이에요. 영어 제목이 업보를 뜻하는 ‘카르마'(Karma)이기도 하죠. 나쁜 일을 하지 말아야 해요.(웃음)”

신민아는 ‘악연’에 이어 새 드라마 ‘재혼황후’로 돌아온다. 동명의 웹소설과 웹툰이 원작인 작품으로 열광적인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동대제국이라는 가상의 세계가 배경인 판타지 드라마에서 신민아의 역할은 황제와 이혼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주인공 나비에 황후다. ‘악연’을 딛고 또 한번 연기 변신에 나선다. 

어려운 포지션에 있는 주연을 연기하면서 고민도 많았지만, 신민아는 “반드시 필요한 캐릭터라는 생각에 조금씩 동의”되었고 “나쁜 일은 하면 안 된다”는 주제를 다시 한번 체감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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