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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악연’ 이일형 감독 “그들만의 리그로 그리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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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검사외전’과 ‘리멤버’에 이어 범죄 스릴러 ‘악연’을 연출한 이일형 감독. “소소하고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희망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두 단어, 죄와 벌은 끈질기게도 붙어 다닌다. 악한 행동의 크기와 정도를 측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감추려고 할수록 더욱 몸집을 부풀리는 기묘한 습성을 지니고 있다. 악이 또 다른 악을 불러들이는 법이다. 2016년 영화 데뷔작 ‘검사외전’과 2022년 ‘리멤버’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악연’까지, 이일형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확인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지난 4일 공개한 ‘악연’에 등장하는 5명의 인물 사채남(이희준)과 장길룡(김성균), 안경남(이광수), 유정(공승연), 목격남(박해수)은 어디서부터 엉켰는지 알아채기 힘든 실타래로 뭉쳐있다. 이들이 눈앞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택한 차악은 최악이 되어 꼬이고 또 꼬인다. 잔인하고 잔혹한 이야기의 끝에는 권선징악과 인과응보가 또렷하다. 그 끝에 또 다른 인물 주연(신민아)가 있다. 이일형 감독은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도덕적인 부분을 가장 큰 틀”로 삼아 “세밀하게 파헤치기보다 장르적으로 부딪히는 과정을 다뤘다”고 설명하면서 ‘악연’의 작업 과정을 돌이켰다. 

원작인 최희선 작가의 동명 웹툰을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었다”는 이일형 감독은 기존의 설계 방식을 비틀어 촘촘한 얼개를 만들었다. 웹툰에서는 길룡과 목격남이 같은 인물로 설정돼 있지만 영상으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두 인물의 고리를 끊는 것이 첫 작업”이었다. 스릴러 영화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범인을 쫓는 구성이 일반적이지만 감독은 원작을 읽고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명확하게 인식하기 어렵다는 부분에 커다란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그렇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연결고리를 만들어다. 6명의 캐릭터, 그중에서도 1회에 등장하는 사채남은 처음과 끝의 미스터리를 품고 있는 “가장 악한” 인물이기도 했다.  

“사채남은 아버지의 보험 증서를 확인하고 ‘죽여야겠다’는 마음을 갖잖아요. 나쁜 놈이지만 극적으로 표현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20년 전의 더러운 과거와 얽히기도 했고요. 이희준 배우가 대단하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3회 중반부에 계획대로 일을 하지 않은 길룡에게 화가 난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원래 시나리오에는 ‘가만두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이희준 배우가 애드리브를 했어요. ‘아버지한테 복수를 하겠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대사를 듣고 처음에는 저를 포함한 모든 스태프들이 의아해했죠.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사채남을 가장 잘 드러낸 대사였더라고요.”

수면 아래 숨겨둔 진실들은 본래의 형태를 예측할 수 없지만 한 겹씩 벗겨낼수록 그 실체가 명확해진다. 한의사 안경남과 여자친구 유정의 관계도 평범한 커플처럼 묘사되지만 반전이 숨겨져 있다. 초월산 펜션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유정의 말에 안경남은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실수로 사람을 친다. 지금껏 쌓아왔던 모든 것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에 안경남은 시체를 유기하기로 결심한다. 그 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목격남에 의해 현장이 발각된다. 우연한 사건으로 이광수, 공승연, 박해수가 얽힌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모두 계획된 판이다. 

“1회의 사채남 에피소드와 달리 2회 커플들은 결이 달랐으면 했죠. 상황이 발생하고 캐릭터가 이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인데 처음부터 진지하면 보기 힘들 것 같았어요. 원래도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지만 이광수씨가 지닌 요소들을 활용하면 재밌을 것 같았어요. 공승연씨는 맑고 청초한 느낌이 강하죠. 처음부터 ‘꽃뱀’이라는 설정이 드러나면 재미가 없으니 오히려 그런 이미지를 이용한 부분도 있고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순진한 느낌이 강한 목격남의 본모습은 추악하기 그지없다. 입막음의 조건으로 안경남에게 돈을 받아챙기고는 동조하는 듯 보이지만 반전은 구회고등학교 후배인 유정과 오랜 파트너로, 남들의 약점을 쥐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사기꾼이다. 사건의 시발점인 사채남 아버지의 죽음과도 맞닿아있다. 

박해수는 상황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목격남이 돼 ‘악연’을 속도감 있게 끌고 나가는 엑셀의 역할을 한다. 이일형 감독은 “누군가를 속인다는 개념보다는 그 상황에 맞게 변화하는 캐릭터로서 목격남을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민아가 연기한 의사 주연은 20년 전의 박재영이라는 인물이 주도한 집단 폭행 사건의 피해자. “완전한 선보다는 악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상황에 집중해 그렸다”고 밝혔다.  

모든 인물들이 조금만 손을 대도 극단적으로 반응해요. 머릿속에 있는 감정들을 그대로 표출하고 그게 악의 모습으로 나오기도 하죠. 주연을 제외하고는 모두 역동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주연은 내면으로 감정을 끌고 들어가기에 결이 달라야 했어요. 원래 신민아 배우가 로맨스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평소에는 굉장히 차분한 느낌이죠. 촬영 전까지도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악연’ 촬영 현장에서 이일형 감독(가운데)이 배우 신민아(왼쪽), 박해수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제공=넷플릭스 

● 극단적인 인간군상의 탐구

‘죄를 지으면 죗값을 치른다’는 단순한 과정은 ‘악연’의 세계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법과 사회 체계”는 희미하고, 아버지의 사망 보험금 5억원을 노리고 시작한 범죄는 “그들만의 리그”가 돼 더욱 난폭하게 치닫는다. 잔혹한 범죄를 일삼는 인물들은 좀처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사적 복수라는 이유로 폭력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악의 적나라한 본모습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면서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처음 기획할 때 넷플릭스 측에 관람 등급을 19세 이상 관람가로 할 수 있는지 문의했어요. 제 의견이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지만 원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혐오감을 주는)고어물은 배제하고 최대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했어요. ‘악연’에서 인물들이 죽는 방식이 꽤 다양하잖아요. 불에 타기도 하고, 삽에 찍히기도 하고요. 인물들을 어떻게 없애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 상황에 맞게 단순하게 그리려고 했어요.”

이일형 감독은 “언제나 선은 보여주고 악은 숨겨야 한다고 배운 제도권 안에서 어떤 사람은 통제가 안 되고 튀어나오기도 한다”며 그런 상황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고도 했다.

“제가 연출한 작품들에는 모두 교도소가 등장해요. 그곳에 갈 때마다 여러 생각이 들죠. 범죄물 안에서 극단적인 인간 군상을 표현하다보니 이제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제 아버지가 70세가 넘으셨는데 작품들을 보여드리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특히 이번 ‘악연’에서 사채남은 처음부터 패륜아로 나오잖아요. 앞으로는 소소하고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악연’의 연출자 이일형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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