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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78%] 영화 ‘마리아’, 현실과 환영 오가는 퍼즐 같은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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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칼라스를 연기한 앤젤리나 졸리(왼쪽)와 오나시스를 연기한 할룩 빌기너. 오나시스와의 과거는 흑백으로 그려진다. 사진제공=판씨네마

“오페라의 성경”이라 불리는 마리아 칼라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오페라 가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세계의 주요 오페라 하우스를 찬란하게 빛낸, 시대를 대표하는 디바였다. 하지만 영화 ‘마리아’는 관객의 찬사를 받던 화려한 무대 위의 칼라스가 아닌 세상에서 멀어진 채 마지막 일주일을 살아가는 모습을 비춘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마치 자서전을 써 내려가듯 삶을 되짚는 칼라스의 여정은 오페라처럼 눈부셨지만, 그 뒤에는 고독하고 외로운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마리아’는 마리아 칼라스(1923∼1977년)의 삶을 조명한 전기 영화다. 197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비극적이면서도 격동적인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담아낸다. 칼라스가 목소리를 잃고 다시 되찾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통해서는 예술가로서의 고통과 집념을 보여준다. 앤젤리나 졸리가 마리아 칼라스 역을 맡아 시대의 디바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마리아’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부인인 재클린 케네디를 주인공으로 한 ‘재키’와 다이애나 스펜서 왕세자비의 생애를 다룬 ‘스펜서’에 이어 파블로 라라인 감독이 완성한 ‘여성 서사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세 편 모두 인생의 변곡점에 선 실존 인물을 통해 외면의 이미지와 내면의 균열 사이에서 흔들리는 여성들의 정체성과 고독을 탐구한다. 그중에서도 ‘마리아’는 가장 고요하고 쓸쓸한 여운을 남긴다. 삶의 끝에 선 칼라스가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보는 순간들을 포착하고 있어서다. 

● 스스로를 위해 노래하기로 결심한 칼라스

영화는 1977년 가을, 파리의 한 아파트에 머무는 마리아 칼라스의 여정을 따라간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 가지만 칼라스는 여전히 정갈한 차림과 품위 있는 태도로 살아간다. 하지만 그녀의 시간은 흐릿하다. “뭐가 진짜고 아닌지는 내가 알아서 결정한다”는 칼라스의 말처럼, 약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그녀의 세상은 현실과 환영,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있다.

그 과정에서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할룩 빌기너)와의 고통스러운 로맨스, 무대 위에서의 영광, 트라우마로 얼룩진 유년 시절,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목소리에 대한 회한 등이 산발적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마리아’는 현실감각이 희미해진 채 생의 끝을 향해 가는 칼라스의 동행자가 되는 경험을 안긴다. 1970년대 파리는 마치 꿈처럼 그려지며, 도시 곳곳은 칼라스만을 위한 무대가 되기도 한다.

오페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소프라노를 연기한 앤젤리나 졸리. 사진제공=판씨네마

라라인 감독은 ‘마리아’를 “자신을 위해 노래하기 시작한 칼라스의 마지막 여정”이라고 설명한다. 평생 타인을 위해 살아온 칼라스가 삶의 마지막에야 비로서 “자신을 위해 노래하려고 한다”고 말한 감독은 “그래서 이 영화는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고 정체성을 이해하려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앤젤리나 졸리는 무너지고, 세상으로부터 잊혀가는 예술가의 내면을 절제된 연기와 섬세한 눈빛으로 표현한다. 무대를 떠났지만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공연을 하며 디바로서의 고고한 자존감을 이어가는 그의 모습은 처연함을 안긴다. 오페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소프라노를 소화하기 위해 졸리는 7개월간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며 캐릭터에 이입했다. 영화는 졸리의 목소리와 칼라스의 실제 녹음된 음성을 섞어 사용했다. 오프닝에서 칼라스의 사랑과 명성, 치욕스러운 순간들이 교차되는 가운데 졸리가 ‘아베 마리아’를 부르는 장면은 예술과 인생을 하나로 겹치며 영화의 정서를 압축한다. 칼라스에 몰입한 졸리의 열연이 돋보인다.

다만 고집과 강박, 여전히 권위적인 태도로 예술가의 삶을 고집하는 칼라스의 여정에 모든 관객이 쉽게 몰입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마리아’는 전통적인 의미의 전기 영화는 아니다. 실존 인물을 다루지만 서사를 명확하게 제시하기보다 감정의 단편들을 퍼즐처럼 흩뿌려 놓는다.

인물의 고통에 깊게 들어가기보다 칼라스의 단편적인 과거와 감정들이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구성은 어느 순간 피로감을 안긴다. 마리아 칼라스가 얼마나 당당하고 고결한 예술가였는지를 보여주면서도, 타인의 인정에 목마르고 연약했는지도 강조하지만 이 같은 복잡한 내면을 깊이 있게 조명하기보다 단면적으로 스쳐 지나간다. 

졸리의 연기 역시 철저하게 절제된 느낌으로 이미지와 분위기로 보여주는데 머무른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칼라스의 드라마틱한 삶을 다양한 감정의 진폭으로 표현했다면 관객이 영화에 더 집중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화면의 아름다움과 예술적인 감수성은 충분하지만, 인물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다소 멀게 느껴진다.

‘마리아’의 한 장면. 사진제공=판씨네마

감독 : 파블로 라라인 / 출연 : 앤젤리나 졸리, 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 알바 로르와처, 코디 스밋 맥피 외 / 수입·배급 : 판씨네마 / 개봉일: 4월16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23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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