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언론에 첫 공개된 황병국 감독의 새 영화 ‘야당’은 시의적인 이야기로 주목받는 작품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작품에 정치 검찰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담겨 있어서다.
8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병국 감독은 그러한 해석에 일견 수긍하면서 현 시국과 관련해 주목받는 상황에 대해서는 당혹감을 드러냈다.
“‘야당’은 2021년에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2023년에 촬영을 했어요. 그땐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어요. 이런 사건이 없었으면 한낱 한 검사의 비리로 끝나는 영화인 건데 어안이 벙벙합니다.”
‘야당’은 마약 수사와 관련한 정보를 수사 기관에 팔아넘기는 정보원인 야당을 소재로 한 범죄 액션 영화이다. 친형처럼 따랐던 검사에게 배신당해 경찰과 손잡고 복수하는 야당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중에서 야당 이강수(강하늘)와 경찰 오상재(박해준)를 궁지로 몰아가는 출세욕 강한 검사 구관희(유해진)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영화는 권력과 결탁한 정치 검찰을 비판한다. 구관희의 사무실에 걸려 있는 액자 속 사자성어 ‘소훼난파'(巢毁卵破)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소훼난파는 새집이 부서지면 알도 깨진다는 뜻으로, 황 감독은 소훼난파를 언급하며 “법이 망가지면 국민이 다친다”고 말했다.

●신문기사로 처음 인지…합법과 불법 경계에 선 인물에 매료
‘야당’은 2021년 접한 신문기사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황 감독은 제작사 대표에게 해당 기사를 건네받고 선도 악도 아닌,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선 존재인 야당에 매료돼 14년 만에 연출에 나섰다. 황 감독은 그 전까지 연기 활동을 하면서 배우로 더 얼굴을 알렸다. 가장 최근 작품인 ‘서울의 봄’에서는 B2 벙커의 황장군 역으로 관객과 만났다.
“‘야당’은 마약수사대 형사를 만나는 것에서 시작했어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통해서 마약 범죄자를 만났고, 검찰 쪽은 관련 책과 검사 지인들을 통해서 알아갔죠. 마약 범죄자와 검경 쪽 사람들을 6대 4의 비율로 100명 이상은 만난 것 같아요.”
형사 쪽의 이야기만으로는 이야기를 완성할 수 없겠다고 판단한 황 감독은 실제 야당과 접촉하며 취재를 해나갔다. 그 과정에서 오해를 사 경찰에 체포되는 곤혹을 겪었다.
“경찰서에 가서 소지품 검사하고 명함 확인하고 그랬어요. 때마침 그곳 반장님이 ‘어’라면서 저를 알아보셔서 오해를 풀 수 있었어요. 반장님이 ‘감독님, 나중에 경찰에서 다시 한번 부를 수 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지금 소변검사를 하는 거다’라면서 ‘하겠냐’고 물으셨죠. 저는 나중에 촬영을 생각해서 소변검사를 받았어요. 마약 키트는 코로나 키트와 반대로 두 줄이 떠야 정상인데, 두 줄이 뜬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하하.”
황 감독의 체포 경험은 작품의 리얼리티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소변검사 장면을 비롯해 극중 설정들은 50% 이상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적인 상상력을 가미해 완성됐다. 류경수가 연기하는 대선 유력 후보의 아들 조훈이 검찰 조사를 받는 장면은 실제로 일었던 특정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등장 인물도 마찬가지. 김금순이 연기하는 김학남은 실존하는 여성 마약 판매 총책을 모델로 했다. 영화의 표현 수위도 센 편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오는 16일 개봉한다.

●”마약 폐해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황 감독은 “‘야당’은 마약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말하는 영화로 마약 범죄의 폐해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돈 있는 나라에 마약이 늘어요. 우리나라 국민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고 SNS 등으로 마약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죠. 그에 반해 치료 시설은 제가 알기로 전국에 세 곳 정도밖에 없는데 접근성이 떨어져요. 마약사범 검거만이 능사가 아니에요. 마약이 왜 나쁜지 오픈해서 이야기를 해야 하고, 치료 시설을 더 많이 늘려서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랜만에 감독으로 선보이는 작품인데 시장 환경이 너무나 좋지 않다. 100억원 이상 들여 만든 상업영화도 100만명을 넘기기가 어렵다. 오랜만에 연출자로 내놓는 영화이고, 시사회 반응도 좋아서 지금의 시장 환경이 야속할 듯 싶다.
“제가 1998년에 시작해서 영화계에 몸을 담은 지 30년이 조금 안 됐어요. 돌이켜보면 10년에 한, 두 번 꼴로 이런 위기 상황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한국영화는 잘 견뎌왔죠. 제 생각에는 꾸준히 하다 보면 내년이나 내후년엔 영화계도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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