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스승과 제자였던 두 사람이 지독한 악연으로 다시 만났다. 과거에는 환자를 살리려 함께 수술방에 들어갔지만, 지금은 다른 마음이다. 빛이 있는 양지에서 수술하는 스승과 어둠 속에서 섀도 닥터로 일하는 제자의 처지는 완전히 달라졌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약점을 쥐고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과연 이들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박은빈과 설경구가 주연한 디즈니+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극본 김선희·연출 김정현)가 2일 후반부 이야기인 5화와 6회를 공개한다. 총 8부작인 ‘하이퍼나이프’는 중반부를 넘어서 숨겨져 있는 사건의 진실에 한층 더 다가서고 있다. 과거 신경외과 의사이자 스승인 덕희(설경구)에게 예쁨을 받는 애제자였던 세옥(박은빈)은 충동적인 행동으로 의사 면허를 박탈당한 채, 섀도 닥터로 전락하고 말았다. 드라마는 덕희를 보기만 해도 치가 떨리는 세옥에게 덕희가 오랜만에 나타나 브레인스템 글리오마(뇌간에 발생한 악성 종양)을 수술해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기존의 메디컬 드라마에서 나아가 스릴러 장르를 접목한 ‘하이퍼나이프’는 병원 내부의 에피소드보다는 ‘사건들’에 집중하고 있다. 사이코패스지만 천재의사인 세옥과 덕희는 시간이 지날수록 똑닮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수술을 거부하는 세옥과 수술을 성사시키기 위해 범죄 사실까지 감춰주는 덕희는 이상하고 기묘한 관계다. 심지어 환자를 살려야 하는 의사가 살인을 하는 전개로까지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앞길을 막는 이들이 있다면, 세옥은 가차 없이 살인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많은 의문점들을 불러일으키는 ‘하이퍼나이프’가 곳곳에 숨겨놓은 떡밥들을 회수하고 마무리할 수 있을까.
● 범죄 저지르는 세옥과 은폐해주는 덕희
후반부로 달려가고 있는 ‘하이퍼나이프’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세옥이 섀도 닥터로 일하면서 경찰에 쫓기는 신세라는 점이다. 덕희가 세옥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도 세옥이 폐건물에서 불법 수술한 영상이 경찰에게 입수된 탓이다. 연이어 발견되는 증거들로 인해 세옥은 경찰에 잡힐 위기에 처한다.
다만, 세옥의 범죄 사실을 덮어주기 위한 덕희의 행동이 어떤 반전을 가져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병을 완벽하게 치료하고 수술방으로 복귀하려는 계획을 지닌 덕희는 세옥이 수술을 해줄 때까지 설득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세옥의 불법 수술과 살인을 모두 알고도 범죄 사실을 눈감아주고 있다. 하지만 간호사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덕희도 난감한 상황이다. 세옥의 수술을 받아 의사의 삶을 영위하고 싶다는 삐뚤어진 욕망에서 발현된 이상행동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덕희의 태도는 오묘하다.
4화에서 세옥이 자신의 창고에서 발견된 남자의 시신에 대해 “자신을 강간하려고 해서 죽였다. 정당방위다”고 말할 때, 덕희는 충격을 받기보다는 “혼자 처리할 수 있겠어?”라고 침착하게 묻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덕희도 세옥처럼 과거에 살인을 저지른 전과가 있지 않을까 호기심을 드러낸다. 과연, 덕희는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 인물일까.

● 김명진 실종사건과 미스터리
사제지간을 관통하는 과거의 인물, 덕희의 대학 동기 김명진(김학선)의 실종 사건도 중요한 줄기다. 명진은 메닌지오마(뇌수막종)으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당일, 세옥은 배제됐다. 자신을 수술방에 들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세옥은 덕희가 명진을 죽이기 위함이라고 의심한다. 꼼수를 써서 수술방에 들어간 세옥은 일부러 덕희의 손에 상처를 내면서 명진의 뇌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하지만 명진은 수술 뒤 한 달 반 만에 실종된다.
‘하이퍼나이프’는 실종된 명진을 추적하는 세옥의 이야기에도 힘을 준다. 자신이 죽인 간호사 사건을 파고들던 중 명진의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사건을 파고든다. 기영과 함께 한 폐쇄 정신병원을 찾아간 세옥은 명진이 ‘이석구’라는 이름으로 입원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건은 계속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4화의 엔딩은 소름 돋는 반전으로 끝나면서 많은 궁금증을 안겼다.
덕희는 형사를 만나 옛날의 명진에게 건네줬던 것처럼 무언가 묻은 물티슈를 건네준다. 플래시백으로 명진을 칼로 위협하면서 그의 아들에게 전화를 거는 덕희의 과거와 잠든 형사를 태우고 어디론가 운전해가는 덕희의 현재가 교차되면서 후반부의 미스터리가 어떤 방식으로 매듭 짓게 될지 작품 전체의 평가를 엇갈리게 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