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병상련(同病相憐). ‘같은 병을 앓는 사람끼리 서로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뜻의 사자성어이다. 이수혁과 하윤경, 두 배우의 조합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영화 ‘파란’은 가족으로 인해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미스터리 장르로 풀어낸 작품이다.
국가대표 사격선수 태화(이수혁)는 수술 중에 사망한 아버지의 폐를 이식받고 죄책감 속에 살아간다. 아버지가 자신으로 인해 죽어서가 아닌 뺑소니 사망 사고를 낸 살인자여서다. 피해자에게 미성년자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태화는, 이혼을 앞두고 결혼 예물을 팔려고 금은방에 들렀다가 그곳에서 우연히 피해자의 딸 미지(하윤경)를 보게 된다. 태화는 자신의 결혼 예물을 훔치는 미지의 모습을 보고서도 눈감아 준다.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그 이유가 죽은 아버지 때문임을 알게 된 미지는 태화에게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엄마를 함께 찾아줄 것을 요구한다. 그렇게 절대로 어울릴 수 없을 것만 같은 두 사람의 기묘한 동행이 시작된다.
‘파란’은 뺑소니 가해자 아들과 피해자의 딸과의 동행을 통해서 두 인물의 가슴 속 깊이 박혀 있는 상처를 들여다 보는 작품이다. 태화와 미지 모두 죽은 아버지로 인해 고통을 받으며 온전한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그런 때에 두 사람이 우연한 계기로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마주하고, 숨어있던 진실까지 확인하며 위안을 얻는다.
다시 말해 ‘파란’은 속에 곪은 상처를 드러내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인 파란은 ‘예기치 못한 사건’을 뜻하는 파란(波瀾)과 ‘알을 깨다’ ‘극복하다’를 뜻하는 파란(破卵)을 아우르는 중의적인 의미로 쓰였다. 그러나, 두 인물이 만나는 계기를 비롯해 경찰의 의심을 받다가 쫓기는 상황에 이르는 등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상당 부분 우연과 의도적인 설정에 기대고 있는 점이 아쉽다.
이수혁과 하윤경의 앙상블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지금까지의 작품을 통해 판타지 색채가 짙었던 이수혁은 이번 작품에서 현실적인 모습으로 인물의 사연을 납득시킨다. 아버지를 대신해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점점 망가져가는 인물의 내면을 공감가게 표현했다. ‘딸에 대하여’ ‘경아의 딸’ 등의 작품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하윤경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엄마에게 버림받고 아무도 믿지 못하는 인물을 섬세하게 그리며 이수혁과 함께 극을 이끈다.
‘파란’은 2023년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부문에 초청됐던 작품이다. 당시 영화제 최다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모았다.

감독 : 강동인 / 출연 : 이수혁, 하윤경, 권다함, 김현, 임영주 / 제작 : 투이제이스튜디오 / 배급 : 메리크리스마스, 삼백상회 / 장르 : 미스터리, 드라마 / 개봉일: 4월 / 상영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05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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