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은빈과 설경구가 만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가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19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2편씩 이야기를 공개하는 ‘하이퍼나이프'(극본 김선희)는 사이코패스 신경외과 의사 정세옥(박은빈)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최덕희(설경구)와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8부작 드라마다.
과거 정세옥은 최덕희의 애제자로 불릴 만큼 탁월한 실력을 지녔지만 수술에 강한 집착을 보이면서 쫓겨나고, 분을 이기지 못해 스승의 목을 졸라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다. 지금은 불법 수술을 일삼는 섀도우 닥터로 일하고 있다. 환자를 살리는 의사들을 내세운 기존 의학 드라마들과 달리 ‘하이퍼나이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광기를 지닌 천재 의사가 주인공이다. 이를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지만 4회까지 공개된 이야기에서는 작품의 강점과 약점에 명확하기 갈린다.
● 강점…스릴러 접목한 차별화, 주연 배우들의 활약
‘하얀거탑’부터 ‘골든 타임’ ‘낭만닥터 김사부’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까지 그동안 인기를 끈 의학 드라마는 병원을 주요 배경으로 의료인들이 환자를 치료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에 주력했다. 같이 밤새우면서 수술방에 들어가고 공부하는 동료들과 깨지고 부딪혀도 존경하는 교수님 밑에서 수학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가 보편적이다.
‘하이퍼나이프’는 여기에 스릴러를 접목해 차별화한다. 믿고 의지한 사제지간이었다가, 죽일 듯 서로를 미워하는 정세옥과 최덕희의 관계가 집중한다. 섀도우 닥터로 일하는 정세옥의 비밀을 쥐고 압박하는 최덕희, 반대로 최덕희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정세옥의 치열한 대립이 주요 이야기다.
서로의 목숨 줄을 쥔 박은빈과 설경구의 연기 대결도 ‘하이퍼나이프’의 볼거리다. 박은빈은 ‘스토브리그’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을 성공으로 이끌면서 주로 맑고 성실한 캐릭터를 소화했지만 이번에는 수술에 집착하는 사이코패스 성향의 천재 의사가 됐다. 어려운 수술도 막힘없이 해내고, 자신을 방해하는 것들은 모조리 눈앞에서 치워버리려는 광기 어린 정세옥의 눈빛을 그린다.
스승 최덕희는 무서울 정도로 냉철하고 냉정하다. 옛 제자인 정세옥을 찾아가 자신에게 발병한 뇌의 악성종양 브레인스템 글리오마를 수술해달라고 부탁한다. 완벽한 수술을 받고 싶다는 의지에 따라 앙심을 품을지도 모를 제자를 찾아가면서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간다. 정세옥의 불법 의료 행위를 눈감아주고 어떻게든 밀어부치는 최덕희와 수술을 강하게 거부하는 정세옥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 설경구는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정세옥과 달리 평온하게 물밑으로 계획을 실행하는 고도의 치밀함으로 극에 긴장을 불어넣는다.

● 약점…수위 높은 표현과 비현실적인 캐릭터
정세옥은 정체를 감추고 약국에서 근무하지만, 실상은 불법적인 일에 가담해 비밀스러운 수술을 한다. 폐건물과 폐사찰이 정세옥의 수술방이다. 경찰의 추적을 받는 위기에도 그가 수술에 집착하는 이유는 인간의 뇌를 본인의 손으로 콘트롤한다는 강한 열망과 욕망 때문이다. 환자를 고치고 살리는 의사가 아닌 어긋난 욕망에 휘말린 의사는 조금 낯설다.
‘사이코패스 천재의사’라는 캐릭터 역시 대중의 공감을 얻는 데 장벽이 있다. 살인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정세옥은 “사람 하나 살렸으면, 하나는 죽어야지. 그래야 지구가 좋아하지”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최덕희 역시 목적을 위해 정세옥의 범행을 눈감아주고,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비슷한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한 분위기도 풍긴다. 캐릭터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부분은 이를 표현한 박은빈도 알고 있다. 드라마 공개 전 그는 “이해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마지막에는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 설득하면 좋겠다”며 “선과 악을 마주치는 순간과 그로 인한 변화를 같이 체험해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표현 수위도 시청를 고민하게 만든다.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이야기 잔혹동화 같은 느낌”라고 설명한 김정현 PD의 말처럼 ‘하이퍼나이프’는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자극적이고 잔인한 장면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수술 장면들뿐 아니라 범죄에 휘말리는 주인공들의 행동을 표현하는 수위도 세다.
한편에서는 ‘하이퍼나이프’가 미국 쇼타임의 드라마 ‘덱스터’를 떠오르게 한다는 반응이다. ‘덱스터’는 혈흔 분석가이자 법의학자인 주인공이 몰래 흉악범들을 죽이는 사이코패스라는 설정의 드라마다. ‘하이퍼나이프’의 정세옥 역시 목적을 방해하는 인물만 살해한다는 점에서 덱스터와 연결해 보는 시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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