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가의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성과를 거두며 ‘극장가 효자 콘텐츠’로 다시 인정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극장판 진격의 거인)이 있다.
지난 13일 메가박스에서 단독 개봉한 ‘극장판 진격의 거인’은 원작 만화와 TV 애니메이션으로 쌓은 기존 팬덤을 타깃으로 한 작품이지만 개봉 11일 만인 지난 24일 누적 관객 40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돌파했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의 절반도 안 되는 스크린 수로 꾸준히 관객을 모으더니 25일에는 박스오피스 1위에도 올랐다. 꾸준히 상영관을 확보할 수 있는 단독 상영 효과까지 더해져 26일까지 누적 관객 43만6094명을 기록했다.
‘극장판 진격의 거인’은 2023년 종영한 TV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더 파이널 시즌’을 144분 분량으로 편집해 상영하는 작품이다. 일부 새로운 장면을 추가하고 작화를 보강해 극장판만이 줄 수 있는 스케일을 살렸다. 시리즈를 모르는 관객에게는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지만, 강력한 팬덤의 지지에 힘입어 티켓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극장 관람이 주는 새로운 경험이 팬덤을 움직였다. 서울 코엑스점, 경기 하남 스타필드점 등 단 3곳에서만 운영 중인 4D 특별관 엠엑스 포디(MX 4D) 버전이 강렬한 몰입감을 제공한다는 입소문을 타며 평일에도 관객 동원을 이끌고 있다. 26일 기준 ‘극장판 진격의 거인’ 누적 매출액 43억원 중 약 11%(4억 8000만원)가 엠엑스 포디 상영관에서 발생했다. 메가박스는 장기 흥행 기대 속에 다양한 굿즈와 이벤트 상영도 예고하고 있다. 메가박스는 지난해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의 ‘룩백’도 단독 상영해 30만 관객 돌파라는 성과를 거뒀다.

● 극장들의 일본 애니메이션 단독 상영 가속
극장가의 일본 애니메이션 단독 개봉 전략은 메가박스만의 움직임에 그치지 않는다. CGV 역시 작품별 특성에 맞춰 ‘명탐정 코난’ ‘귀멸의 칼날’ 등 인기 애니메이션 극장판을 중심으로 단독 상영을 이어어고 있다. 특히 ‘명탐정 코난: 하이바라 아이 이야기~흑철의 미스터리 트레인'(2023년), ‘명탐정 코난 VS 괴도 키드'(2024년)와 같이 TV애니메이션을 재편집한 형태의 작품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2023년)와 ‘귀멸의 칼날: 인연의 기적, 그리고 합동 강화 훈련으로'(2024년)도 CGV 단독 개봉작으로 각각 53만명, 49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두 작품 모두 TV애니메이션을 재편집해 극장판으로 선보인 사례로 높은 팬 충성도를 바탕으로 흥행에 성공한 대표적인 예다. 롯데시네마도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데뷔작이자 걸스 밴드 소재의 재기 발랄한 학원물로서 큰 사랑을 받았던 ‘케이온’을 12년 만에 단독 재개봉하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흥행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단독 개봉 여부와 관계없이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은 꾸준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짱구는 못말려’와 ‘명탐정 코난’ 시리즈는 세대를 아우르는 친숙한 캐릭터, 오랜 시간 쌓아온 브랜드 파워, 충성도 높은 팬층,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적합하다는 인식 등을 기반으로 해마다 극장가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우리들의 공룡일기’는 80만명, ‘신차원! 짱구는 못말려 더 무비 초능력 대결전~날아라 수제김밥~'(2023년)은 94만 명이 관람했다.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2024년)은 75만명,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2023년)은 80만명을 기록했다. 특히 ‘흑철의 어영’은 개봉 첫날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인기는 어릴 때부터 캐릭터를 익숙하게 접한 2030세대의 호응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등을 통해 접했던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즐기고자 하는 수요, 주말이나 방학 시즌을 중심으로 한 가족 단위 관람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CGV 연령별 예매 분포를 보면 최근 개봉작인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우리들의 공룡일기’는 20대 예매율이 34%로 가장 높고, 어린 자녀를 둔 40대가 24.1%, 30대가 19.5%로 뒤를 잇는다. 20대와 40대를 중심으로 유년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명탐정 코난’은 20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가장 최근 개봉한 ‘명탐정 코난: 14번째 표적’은 20대 예매 비율이 46.1%였으며,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 역시 20대 비율이 47%에 달했다.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과거 정식 개봉되지 않았던 ‘명탐정 코난’ 초기 극장판인 ‘시한장치의 마천루’와 ’14번째 표적’이 다시 스크린에 걸리며 새롭게 관객과 만나기도 했다.
이미 확고한 팬덤을 바탕으로 높은 티켓 파워를 입증한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굿즈 판매와 이벤트 상영 등 부가 수익 창출 면에서도 극장가에 매력적인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브랜드 IP(지식재산권)의 장기적 가치와 충성도 높은 팬층을 기반으로 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극장가의 ‘믿고 보는 흥행 카드’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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