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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부터 서태지까지…’폭싹 속았수다’, 음악으로 시대를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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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앞바다를 가로질러 애순에게 향한 관식을 연기한 박보검이 카메라를 보며 울먹이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머리가 희끗해진 노년의 애순(문소리)이 도화지 위에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려는 순간, 전설적 밴드 비틀스의 명곡 ‘예스터데이’가 잔잔히 흐른다. “그때는 몰랐다. 내 나이 일흔이 올 줄도”라는 애순의 내레이션이 그에 어우러지며 이야기는 긴 여정의 문을 연다.

현재 공개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극본 임상춘)는 1950년대 제주도에서 태어난 오애순(아이유·문소리)의 일생을 따라가는 작품으로, 1960년 제주에서 시작해 2025년 서울까지, 60여년에 걸친 방대한 시간을 담아낸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시대의 정서를 고스란히 품은 옛 노래들을 담아내며 시간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감성을 자극하는 곡들은 모진 세월을 견뎌낸 부모 세대를 위한 헌사를 담은 서사와 아름답게 어우러지며 몰입도를 높인다.

● 감성을 자극하는 명곡들

‘폭싹 속았수다’의 음악은 연출자인 김원석 PD의 전작인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시그널’ 등에서 호흡을 맞춘던 박성일 음악감독이 맡았다. 서사를 품은 음악은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스며들어 감동을 더한다. 

드라마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곡은 한국 최초의 사이키델릭 로커 김정미의 ‘봄'(1973)이다. 몽환적인 멜로디와 함께 흐르는 ‘빨갛게 꽃이 피는 곳 / 봄바람 불어서 오면 /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 봄 봄 봄 봄 봄 봄이여’라는 가사는 김정미의 구성진 목소리와 어우러지며 애순과 관식의 사계절을 은유적으로 비춘다. 산울림의 ‘너의 의미'(1984년)도 유채꽃밭에서 첫 입맞춤으로 마음을 확인하는 애순과 관식의 풋풋한 사랑을 감미롭게 감싼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너의 그 한마디 말도’로 시작하는 가사는 두 사람의 설레는 순간을 낭만적으로 엿보게 한다.

정덕수의 ‘얘얘!'(1988년)는 관식이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애순과 재회하기 위해 배에서 뛰어내려 바다를 헤엄칠 때 흐른다. ‘은하수를 타고 무지개를 건너 / 사랑하는 그대 꿈속으로 갈까’라는 가사는 제주 앞바다를 힘껏 헤엄치는 관식의 강렬한 사랑과 맞물려 감정을 더욱 고조시킨다. 여기에 “쳐들어오는 운명을 막을 수 있었을까. 운명이란 원래 그토록 요망진 거였다”는 애순의 내레이션이 겹쳐지며 사랑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관식의 순애보를 더욱 강렬하게 그려낸다.

뿐만 아니라 김정미의 ‘바람'(1973년), 양희은의 ‘나도 몰래'(1973년), 김추자의 ‘소문났네'(1971년),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1983년), 조용필의 ‘단발머리'(1980년),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1977년), 이지연의 ‘바람아 멈추어다오'(1989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1992년)와 ‘마지막 축제'(1993년),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1991년)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명곡들이 작품에서 쉴 틈 없이 흘러나온다.

‘폭싹 속았수다’의 음악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서사 그 자체로써 기능하며 시대의 감성을 더욱 짙게 한다. 여운을 더 느끼려는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음악을 모은 플레이리스트 영상을 찾아 감상을 나누기도 한다. “오래 전 추억으로 가슴이 적셔든다” “노래를 들으면 엄마, 아빠에게도 찬란하고 눈부시고 뜨겁던 계절이 있었다는 게 느껴진다” “아련한 과거가 선명해지는 기분이다. 가슴속 뜨거운 게 올라왔다” 등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공유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중년 애순을 연기한 문소리. 사진제공=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서 중년 애순을 연기한 문소리. 사진제공=넷플릭스

●비틀스 원곡 사용…”강력한 자본의 힘”

‘폭싹 속았수다’가 시대를 노래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유 있는 제작비도 큰 역할을 했다. 총 16부작인 ‘폭싹 속았수다’는 6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으로 알려졌다.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원석 PD는 정확한 제작비에 대한 답변은 피했지만 “제작비를 많이 쓴 드라마를 만든 감독으로서 거기에 상응하는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며 “제작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며 미술과 음악 등에도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폭싹 속았수다’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버전에서도 모든 음악을 원곡 그대로 공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많은 드라마가 해외 공개분에 대해서는 저작권 문제로 곡을 바꾸는 경우가 많지만, ‘폭싹 속았수다’는 원곡의 감성을 그대로 살리며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시대적 분위기를 온전히 전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비틀스의 ‘예스터데이’가 그대로 삽입된 점은 더욱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비틀스의 음악은 저작권 사용료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를 사용하려면 전 세계 스트리밍 권한까지 포함한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또 곡을 사용하는 장면과 그 맥락까지 검토하는 까다로운 승인 절차로 인해 대중문화 콘텐츠가 원곡을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렇지만 ‘폭싹 속았수다’는 글로벌 사용권까지 포함한 계약을 체결하며 이를 성사시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 드라마에서 비틀스 원곡이 사용된 사례는 거의 없으며, 이는 넷플릭스의 강력한 자본력과 콘텐츠 전략 덕분에 가능했던 일로 해석된다. 제작진이 음악을 채택하고 배치하는 데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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