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 있었던 일만큼 극적 재미를 가진 이야기는 없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김형주 감독의 ‘승부'(제작 영화사월광)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앞서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호평을 받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승부’는 한국 바둑계의 살아있는 전설, 조훈현 국수와 이창호 국수의 사제 대결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서 경력도, 연륜도 한참 적은 후배에게 쓰라린 패배를 경험한 뒤 다시 도전하는 승부사의 이야기를 실화를 뼈대 삼아 휴먼 드라마로 그려냈다. 배우 이병헌과 유아인이 조훈현, 이창호 역을 각각 맡았다. 이에 ‘승부’가 실화를 얼마나 실제에 가깝게 스크린에 옮겼을지도 관심이다.
● 조훈현의 바둑 황제 등극
‘승부’는 중국 선수를 꺾고 세계를 제패해 바둑 황제로 등극하는 조훈현의 모습으로 출발한다. 사실이다. 조 국수는 1989년 9월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회 응씨(응창기)배 세계 바둑 선수권 대회에서 중국의 녜웨이핑(섭위평)을 꺾고 초대 우승자가 됐다. 당시 세계 바둑은 중국과 일본, 양국이 주도하고 있었는데 바둑의 변방에서 우승자가 나오면서 대파란을 일으켰다. 다만 영화 속의 싱가포르 대회 장면은 세트에서 촬영한 것이다.
이병헌은 “당시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중국과 일본 외의 국가들은 사실상 형식적인 초청이나 다름없었다”며 “중국과 일본 중에 세계 최고가 탄생되는 것인데 조훈현 국수가 우승을 하면서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극 중 조훈현이 야유를 받으며 대회장에 들어가는 장면을 촬영할 때 정말로 대단했을, 그 다음 순간의 우승이라는 반전을 상상하면서 재미있게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고 돌아봤다.

● 조훈현, 이창훈을 내제자로 받다
영화에서 조훈현은 어린 이창호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내제자로 받아들인다. 내제자란 스승의 집에 머물며 바둑을 배우는 제자를 일컫는 말로, 실제 조 국수는 이 국수를 내제자로 받아들여 1984년부터 7년간 함께 지낸다. 내제자로 조 국수의 집에 들어갈 때 이 국수의 나이는 9세였다.
영화에서 조훈현이 이창호와 대결에서 패한 뒤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다”면서 내제자 생활을 청산할 것을 권하는데, 실제로는 조훈현이 이사를 가면서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됐다. 그러나 이긴 쪽도 진 쪽도 한 집에서 얼굴을 맞대고 있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터이다. 두 천재 기사가 겪었을 법한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이병헌, 유아인의 섬세한 연기로 스크린을 너머 고스란히 전달된다.
● 바둑 최고를 놓고 다툰 사제 대결
‘승부’는 사제 대결 그 자체보다, 인생 최대의 실패의 경험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이야기에 방점이 찍혀 있는 작품이다. 이병헌이 ‘승부’를 가리켜 “바둑 영화가 아니라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 이유다.
영화에서 사제 대결은 총 세 차례에 걸쳐 치러진다. 조훈현에게 패배를 안긴 첫 대결, 재도전,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대국이다. 영화에서는 조훈현이 이창호와 첫 대결에서 진 것처럼 묘사한다. 실제 조 국수는 1988년 12월 첫 번째 대결을 시작으로 1989년 9월, 1989년 12월, 세 번을 이겼고 그 다음에 네 번째 대결인 1990년 2월 29기 최고위전 대결에서 2대3으로 이 국수에게 졌다. 충격의 패였다.
이 국수는 이 기세를 몰아서 1995년 2월 대왕전에 이르기까지 스승의 모든 타이틀을 접수했다. 이 국수와 대결을 하면서 심신이 무너진 조 국수는 그 무렵 거의 의자에 드러누운 자세로 바둑을 뒀다. 그렇게 그 유명한 조 국수의 ‘와기'(누워서 바둑을 둠)가 탄생했다.

● 이병헌과 유아인의 싱크로율
‘승부’는 바둑계를 대표하는 조훈현과 이창호의 대결만큼 영화계를 대표하는 이병헌과 유아인의 만남으로도 관심을 모은다. 지난 19일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승부’는 1990년대 실존 인물을 고스란히 재현한 두 사람의 연기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병헌과 유아인은 ‘싸움의 신’ 조 국수와 ‘돌부처’ 이 국수의 성격, 대국 자세와 운영 방식, 습관 등을 흡사하게 표현했다. 조 국수와 함께 시사회에 참석한 신진서 9단은 “두 선배의 싱크로율(일치율)이 대단했다”며 “특히 조 국수의 모습에 놀랐다”는 강상평을 밝혔다. 조 국수 또한 조훈현으로 변신한 이병헌의 모습을 보고 ‘나인 줄 알았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김형주 감독은 “감독인 나는 계속 관련 자료들을 봐왔으니까 조훈현 국수의 특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겠나. 원래는 그렇게 닮았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이병헌 선배가 처음 카메라에 처음 섰을 때 진짜 조훈현 국수라는 생각을 했다”고 돌이켰다. 김 감독은 “특유의 입매나 눈빛, 제스처, 그런 것들의 특징을 너무나 잘 살려서 표현했다”고 이병헌의 연기에 감탄해했다.
[ ‘승부’ 기획 바로가기]
① ‘승부’가 그린 조훈현과 이창호의 실화들
② 이병헌의 기세 VS 인생 닮은 바둑 ‘승부’ SWOT 분석
③ ‘승부’사 이병헌의 터닝 포인트 된 작품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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