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격의 거인’ 팬덤의 힘은 강력했다.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이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지난 13일 개봉해 줄곧 2위에 머물렀지만 관객의 선택이 계속되면서 12일 만에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25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4일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극장판 진격의 거인·감독 하야시 유이치로)이 1만3773명의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1만3595명이 관람한 ‘미키 17’을 근소한 차이로 결과다. 두 작품의 관객 수는 170여명 밖에 나지 않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 TV애니메이션으로 방송한 내용을 편집해 선보이는 작품이 ‘미키 17’을 제쳤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극장판 진격의 거인’ 의 누적 관객 수는 40만8808명이다.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은 어디서 왔는지 모를 의문의 거인들이 나타나 인간들을 잡아먹기 시작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가 이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거인의 위협으로 인류는 100년 동안 50m 높이의 거대한 벽을 쌓고 살았는데, 벽 안의 세계로 쳐들어온 초대형 거인의 습격으로 어머니를 잃은 주인공 엘런 예거가 용맹한 전사로 거듭나는 여정을 다룬다.
이번에 영화로 개봉한 ‘극장판 진격의 거인’은 일본 NHK에서 방송한 TV애니메이션 마지막 시즌을 144분 분량으로 다시 편집한 버전으로, 거인이 되는 능력을 손에 넣은 엘렌과 그를 막기 위한 군사조직인 조사병단의 최후의 싸움을 담았다. 엘렌의 소꿉친구였던 미카사와 아르민을 포함해 남겨진 자들이 엘렌을 막으려는 박진감 넘치는 모습을 거대한 스크린에게 볼 수 있는 만큼 원작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개봉 첫날 3만7674명을 동원하며 ‘미키 17’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한 ‘극장판 진격의 거인’은 ‘백설공주’와 ‘스트리밍’ 개봉으로 각각 19일과 21일 3위로 밀려난 것을 제외하고 박스오피스 2위를 계속 지켰고, 1위까지 오르며 이변을 만들었다.
‘진격의 거인’은 독특한 세계관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전 세계에서 누적 발행부수 1억부를 넘긴 이사야마 하지메 작가의 인기 출판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작품 속 벽은 단순한 방어 구조물이 아닌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상징이다. 인간과 거인의 싸움, 인간들의 대립과 갈등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전쟁을 그린 ‘진격의 거인’은 폭력을 통해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과 강렬한 액션과 서사로 독자를 사로잡았다. 2013년에 TV애니메이션으로 첫 선을 보였고 이후 ‘진격의 거인: 홍련의 화살'(2015년)과 ‘극장판 진격의 거인 2기: 각성의 포효'(2018년) ‘진격의 거인 크로니클'(2020년) 등 영화로도 제작됐다. 다만 뚜렷한 흥행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진격의 거인: 홍련의 화살’은 2만4000여명, ‘극장판 진격의 거인 2기: 각성의 포효’는 각각 1150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진격의 거인 크로니클’은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았다.
이번 ‘극장판 진격의 거인’은 영화 버전으로는 최고 성과다. 트깋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 TV애니메이션으로 방송한 내용을 편집해 선보이는 영화인 만큼 관객 동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나 10년간 이어진 시리즈의 대미를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려는 팬들의 기대감이 흥행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단순한 요약본이 아니라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팬들에게 완결을 직접 확인하는 경험으로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긴 서사의 종결을 함께하고 싶은 심리가 팬들의 관람을 유도했다.
또한 일부 작화를 수정하고 음향을 개선해 몰입도를 높인 점이 기대를 모았다. 거인들과 인간이 펼치는 압도적인 전투 장면과 거대한 스케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인 만큼, 극장에서 대형 스크린과 향상된 음향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관객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TV애니메이션에는 없던 쿠키 영상이 추가돼 원작 팬들에게 극장에서 이 작품을 확인할 강력한 동기를 부여했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포털사이트 네이버 관람평에서 가장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감상평은 마지막 쿠키와 관련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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